인도네시아 보고르농대 약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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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보고르농대 약초원
  • 승인 2019.08.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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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박종철

mjmedi@mjmedi.com


세계의 약용식물 여행스케치(44)
한의약연구소장

인도네시아의 보고르시는 수도인 자카르타에서 남쪽으로 60km 떨어진 곳에 있다. 이곳에 위치한 보고르농과대학교(Bogor Agricultural University)는 인도네시아 언어로 Institut Pertanian Bogor의 약자를 사용하여 IPB University로 불린다. 이 대학은 인도네시아의 국립대학으로 1963년에 개교했다.

필자는 보고르농대 약초원을 두 번 찾아 다양한 약초를 조사했다. 대학 정문에서 멀리 떨어진 안쪽에 위치한 약초원은 담당 교수의 안내를 받아 먼저 파두, 사군자, 바라밀(菠蘿蜜)을 관찰했다. 언덕 위에서 자라는 파두에는 열매가 달려 있었다. 파두 열매의 표면은 보통 6개로 된 세로 줄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파두 열매를 볼 수 있는 귀한 시기라서 답사단의 우석대 한의대 주영승 교수는 삼각대를 설치하고서 열매를 자세히 촬영한다.

한약 파두는 사하한적(瀉下寒積), 축수퇴종(逐水退腫), 거담이인(祛痰利咽), 식창살충(蝕瘡殺蟲)의 효능이 있다. 파두 기름 20여 방울을 복용할 경우 사망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하는 한약이다. 한약 사군자는 식물 사군자의 열매다. 살충, 소적(消積), 건비(健脾)의 효능이 알려져 있으며 기생충에 의한 복통, 복부창만을 치료하고 구충, 소염, 해열 작용이 있다.

바라밀, 낭까라고도 부르는 잭프루트는 한국 <식품공전>의 ‘식품에 사용할 수 있는 원료부분’에 ‘바라밀’로 수재된 과일이다. 높이가 10m까지 빠르게 자라는 나무인데 전체적인 모양이 야생 무화과나무 처럼 생겼다. 열매에는 커다란 씨가 있고 굵고 뾰족한 가시가 없다는 점을 제외하면 겉모양새는 두리안과 거의 같다. 이 바라밀은 갈증을 멎게 하고 초조하며 불안한 증상을 풀어주고 원기를 북돋게 하는 한방 효능이 알려져 있다. 바라밀의 익은 열매에는 씨앗으로 둘러싸인 많은 과육 조각이 있으며 이는 졸깃졸깃해서 고기 씹는 질감이 있다. 소바라밀(Artocarpus integer)은 약초원 안쪽에서 큰 나무로 자라고 있다. 성숙한 열매 모양은 바라밀과 유사하나 열매 크기가 작고 과일의 표피가 보다 황갈색이 선명하다. 작은잭푸르트라고도 부르는 이 식물을 고려대 김기중 교수는 작은빵나무로 명명했다.

그 외 ‘신맛 나는 봉지’를 의미하는 네덜란드어에서 유래한 가시여지(Annona muricata)가 보인다. 사우어 솝, 구아나바나로도 불리는 이 식물의 겉껍질은 단단하지 않고 부드러우며 구부러진 바늘모양의 가시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외국 논문을 살펴보면 이 과일이 항암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어 있고 류마티스 치료효능과 바이러스 억제작용도 있음을 알 수 있다.

중국에서 인심과(人心果)로 불리는 사포딜라(Manilkara zapota) 열매는 말랑말랑하고 맛은 설탕처럼 달콤하다. 이 나무의 수액에서 츄잉껌의 원료가 되는 치클을 얻는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을 당시 이미 그곳 사람들은 사포딜라의 치클인 껌을 씹고 있었다고 한다. 과일은 해열, 진해작용이 있으며 또한 체력을 높여주는 효능도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는 핑거루트(Boesenbergia rotunda)도 재배하고 있다. 뿌리가 사람의 손가락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핑거루트는 생강의 한 종류로 외국 문헌을 찾아보면 구강 습진, 구강 궤양 등의 구강 질환과 피부염을 유발하는 진균을 억제하는 효능이 알려져 있다. 토인삼(Talinum paniculatum)이 보인다. 보기윤폐(補氣潤肺), 지해(止咳), 조경(調經) 효능이 있는 약초로 저절로 땀이 축축하게 나거나 잠자는 동안에 땀이 나고, 잠이 깨면 땀이 멎는 증상에도 좋다.

그 외 이 약초원에서 조사한 식물 중 우리말이나 한약이름이 있는 약초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사간, 광곽향, 삼잎만형자(만형), 쇠비름, 치자나무, 소두구, 흰독말풀, 인도자단, 대고량강, 인도사목, 해남삼칠(海南三七), 콜라너트, 커리나무, 오렌지자스민, 사포딜라, 가구(假蒟), 판단, 장화용혈수(長花龍血樹), 나도사프란, 조와봉과(爪哇鳳果), 활포국(闊苞菊), 낙지생근(落地生根), 홍두, 하자화(蝦子花), 야화(夜花), 왕질경이(Plantago major), 오면마(Plumbago zeylanica), 아향모(Cymbopogon nardus), 아담자(Brucea javanica), 서인도느릅나무(Guazuma ulmifolia), 겨우살이무화과(Ficus deltoidea), 붉은열매(Pandanus conoideus), 자이언트시계초(Passiflora quadrangularis), 난서수기(Ardisia elliptica), 나비매(Flacourtia inermis) 등이다.

필자는 이 약초원서 46과(科) 108종의 식물을 사진 촬영했다. 촬영한 식물들을 과(科)별로 분석하면 국화과 11종, 생강과 9 종, 쥐꼬리망초과 8 종, 대극과, 꿀풀과의 각 6 종, 콩과 5 종, 협죽도과, 아스파라거스과, 아욱과, 운향과의 각 4종이다. 보고르농대 약초원을 찾은 답사단의 모습은 이 대학 홈페이지에 소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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