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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00명 이상의 회원, 첩약건보 우려했기에 투표요구서에 서명한 것”
[특별대담] 장욱승 한의학미래포럼 대표-이종안 전국한의사비상연대 전 상임대표
2019년 08월 22일 () 06:02:29 김춘호 기자 what@mjmedi.com

“한의계 중앙회 바라기 되고 있어…민의 대변하는 제도적 장치 있어야”

 

[민족의학신문=김춘호 기자] 첩약건보의 강제 추진 견제를 목적으로 발족됐던 전국한의사비상연대가 지난 1일 전회원투표 발의를 위한 요구서 수집이 충족되면서 해산됐다. 지난 4개월 여 동안 상임대표로 지부 보수교육 현장 및 온라인 등으로 회원투표요구서를 수집하는 움직임을 보였던 이종안 원장을 한의학미래포럼의 대표를 맡고 있는 장욱승 원장이 만나 대담을 나눴다.

   
◇(왼쪽부터)이종안 한의사비상연대 전 상임대표, 장욱승 한의학미래포럼 대표.

장욱승(이하 장): ‘전국 한의사 비상연대’가 8월 1일부로 해산됐다. 결성도 급작스러웠지만 해체도 급작스러운거 같다. 이종안 대표는 그전까지 협회활동을 한 적이 없다고 알고 있는데 처음 비상연대를 준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이종안(이하 이): 계기는 서울 은평구 간담회였다. 당시는 제제분업과 첩약건보가 같이 추진되고 있었다. 약사가 참가하는 그 중차대한 사안이 회원들 뜻을 묻지 않고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었기에 위험하다는 판단을 했다. 그래서 내가 소속된 은평구 분회 단톡방에 ‘회원들 의견을 물어야 한다’고 제안했고, 분회원들이 그 제안에 동의 후 은평구분회 주관으로 중앙회와 서울시가 참여하는 은평구간담회가 진행되었다. 은평구간담회 이후 생각을 같이 하는 회원들과 함께 졸속 건보추진의 위험성을 홍보하였고, 정당한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졸속 건보를 강행하는 중앙회의 독단으로 인해 투표요구서를 발의하고 모집하게 되었다. 과거에는 첩약건보처럼 중차대한 분야에 문제가 생기면 오프라인 대응이 있었는데, 올해 같은 경우에는 온라인상에서만 문제제기가 있고 이를 제재하려는 오프라인 대응이 없었기에 나서게 되었다.
 
장: 평회원들끼리 준비해서 투표요구서 4700장을 모았다. 취지를 떠나 엄청난 노력의 산물이다. 그 과정에서 느꼈던 게 많을 것 같은데 한의계 일선 한의사들의 민심을 어떻게 보는지.

이: 투표요구서 수집을 위해 지부 보수교육 현장을 방문하면서 느낀 점은 회원들이 우리에게 매우 우호적이였다는 것이다. 일면식도 없었는데 ‘은평구 토론회 동영상을 봤다’든가,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면서 호의적으로 다가왔다. 음료수와 먹거리를 주며 격려해주는 회원부터, 사전 계획 없이 현장에서 선뜻 나서 투표요구서 모집을 도와주는 회원까지 많은 회원들의 성원이 있었다. 우리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회원들도 공격적이지 않게 자신들의 생각을 이야기해주었다. 내가 서울과 경기도 보수교육에 모두 참석했는데, 두 지부에서도 회원들에게 우리 주장을 전달하고 투표요구서를 수집할 수 있게 중앙회와 동등하게 자리를 마련해주는 등 실무적인 배려를 많이 해줬다.
그리고 지부 투표결과를 보면, 중앙회 주장과 우리 주장을 모두 병기해서 전회원 투표를 한 서울시의 경우 제제는 2:8 첩약은 3.5:6.5로 반대가 많았다. 또한 수원시 한의사회도 중앙회 주장과 우리 주장을 병렬식으로 기재한 후 회원투표를 실시했다. 서울은 문제제기 초반이었고 수원은 후반이였다. 그럼에도 수원과 서울이 비슷하게 결과가 나왔다. 수원시 투표의 경우 4300여장의 투표요구서를 모았을 만큼 시간이 흘렀고, 중립적인 투표문구로 여론조사를 했음에도 회원들은 졸속 첩약건보에 대한 우려와 반대가 많았다. 그래서 사견을 전제로 민심은 3:7 정도로 중앙회의 졸속 첩약건보를 반대하는 의견이 많다고 판단하고 있다.
 
장: 첩약관련 연구보고서를 보면 찬성이 높게 나온다. 한의사들은 자보형태의 건보를 기대하면서 찬성이 높게 나온 건 아닌가.

이: 문제는 디테일로 들어갔을 때 약사(한조시약사와 한약사)가 낀다는 맹점이 생긴다. 첩약관련 연구보고서는 첩약건보 추진의 목표가 뚜렷하다. 그래서 첩약건보 추진 시 우려되는 점은 의도적으로 무시하거나 축소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약사(한조시약사와 한약사)가 참여하는 첩약건보에 대해 심층적으로 분석한 연구보고서는 없다. 약사가 참여할 때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을 직시하고 그 대안을 제시한 첩약관련 연구보고서는 없다. 그리고 2012년 이후 전회원투표 결과와 올해 실시된 중립적인 지부투표를 종합해보면, 현재 한의사들의 의견은 비의료인이 참여하는 건보 즉 제제분업과 첩약건보 모두 적극적으로 반대한다는 것이다.

장: 김정곤 전임 회장 때도 비슷한 보고서가 있었다. 이번 보고서를 잘 보면 그때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생각 든다. 일반적으로 연구 조사 때 한의사들이 첩약건보를 기대감 있게 바라본다.

이: 사견을 전제로 약사가 철저하게 배제된, 한의약 분업에 대한 위험성이 전혀 없는 자보수준 첩약건보라면 추진해 볼만 하다고 생각한다. 자보는 약사와 무관한 한의사만의 영역이다. 자보는 처방전 등을 공개하지 않는다. 이런 형태의 첩약건보라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 하지만 건보는 이런 시스템이 아니다. 약사참여가 필연적이다. 약사참여로 인해 한의약분업의 위험성이 한층 높아진다. 지금이 어떤 시국인가? 한약사는 한약학과 6년제를 주장하며 통합약사를 주장하는 정말 위험한 시국이다. 또한 처방전 공개가 필수다. 식약공용이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처방전 공개는 국민들을 약화사고에 무방비로 노출시킨다. 중앙회의 주장은 이처럼 약사참여가 필연적인 첩약건강보험이 마치 자보식 바우처같이 실시되는 것처럼 회원들을 호도하는 측면이 강하다. 4700명이 넘는 회원들이 우리의 우려에 동의했기에 서명한 것이다.

장: 투표결과와는 별개로 시도지부에서 첩약건보 시범실시를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고 일부 대학 교수들 역시 지지성명을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시범실시안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 반대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협회주장대로 시범실시안이 통과된다고 해도 문제가 많다고 주장하시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중앙회의 졸속건보 추진을 반대하는 회원들이 실상을 모른다는 주장은 우리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억지스런 주장이다. 중앙회가 회원들에게 보낸 문자 몇 건인가. 회원들은 중앙회의 문자를 문자폭탄이라고 부르며 회비를 이렇게 낭비해도 되는지 개탄하며 고개를 가로 젓는 상황이다. 토론회를 빙자해서 전국 지부를 돌아다니면서 일방적으로 중앙회의 입장만 홍보한게 몇 건인가. 한의신문이라는 거칠게 표현하자면 중앙회 기관지를 통해, 일방적으로 중앙회 입장만 정당화하며 반대 측 주장은 거짓이라고 기사를 내는 등의 특별기획도 하지 않았는가. 오히려 우리의 생각과 입장을 전달할 수 있는 언로가 없었다.

장: 근본적으로 국민들의 첩약이용횟수가 줄어들었고 앞으로 더 줄어들 것이라는 위기감이 있다. 물론 여기에는 실제 이용량이 줄어든 건지 공급자수가 급속히 늘어난 것인지에 논란이 있고 다른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공급자가 급속히 늘어난 것에 비하면 첩약수요를 창출하지 못한 것은 확실해 보인다. 처음 1980년대 한방의료 건강보험 도입 시 첩약건보 시범사업은 국민들의 첩약이용을 활성화시킨다기보다는 국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준다는 의미가 컸다. 반면 지금 한의계 ‘첩약건보’의 도입은 수요 활성화라는 측면이 커 보인다. ‘첩약 건보’의 의미는 무엇이고 첩약수요 창출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이: 건강보험공단에서 지급하는 전체 보험급여에서 ‘한방의료’ 비중이 줄어들었다는 협회의 주장은 통계를 자기합리화한 것이다. 우리는 침과 추나 말고는 급여에 들어간 게 없다. 협회는 그게 마치 매출이 줄어든 것처럼 이야기를 한다. 전반적으로 한의원 매출을 따로 통계를 뽑았는데 연마다 총 매출과 비급여 매출이 늘고 있다. kosis 자료에 따르면 비급여 매출은 2006년에 약 1조 4천억에서 2017년에 약 2조 4천억으로 증가했다. 또한 한의원 1개소 당 총 매출도 약 2억 3천만 원에서 약 3억 2천만 원으로 증가했다. 한의원 비급여 및 총 매출이 줄어들지 않고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데 중앙회는 전체 급여에서 한방비중이 줄고 있다는, 한방급여가 침(올해 진입한 추나)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당연히 나타날 수 밖에 없는 사실을 가지고, 마치 전체 한의원이 매출 위기에 빠져있는 양 위기를 확대 과장하고 있다. 당장 첩약이 건보에 진입하지 않는다고 한의계가 매장되고 한의원이 문 닫는 상황이 전혀 아니다. 그렇게 때문에 나는 현재 한의원의 위기가 첩약건보에 들어가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문제의식에 동의하지 않는다.

첩약시장이 더욱더 활성화되지 못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간독성이네 신독성이네 한약에 쏟아지는 양방의 근거없는 몰상식한 공격이다. 일부 몰상식한 양방 의사들은 “아무튼 한약 먹지 마세요”라고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 중앙회는 졸속 첩약건보 추진보다는 양방의 몰상식한 주장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대국민홍보를 통해 한약에 대한 생각을 올바르게 바로잡는 것부터 시작해야할 것이다. 또한 건보진입은 한의사만이 할 수 있는 술기부터 먼저 넣어야 하지 않을까. 추나처럼 봉침이나 약침 등 타 이권단체가 끼지 않는 것들 말이다.

2016년부터 복지부는 한약제제를 활성화하고 첩약시장을 축소한다는 목표를 노골적으로 천명하고 있다. 한의학과 한방의료를 제약 산업적인 측면으로만 접근하기 때문이다. 첩약은 한의학의 꽃이다. 첩약은 변증과 가감이 기본 전제이다. 동의보감만 살펴봐도 요통 하나의 증상에 대한 변증이 여러 가지다. 약에 대한 표준화 즉 한 증상 당 한 두 개의 표준처방을 강요하는 건보시스템에 첩약이 어울리는가. 변증과 가감이 기본전제인 첩약이 현대식 표준화에 어울리는가. 동일증상이라도 체질과 병증에 따라 다른 처방을 사용해야한다는 맞춤의학을 지향하는 첩약이 표준화와 어울리는가. 근본적인 부분부터 의견을 종합하면서 첩약건보를 심도있게 준비해야 한다. 약에 대한 현대식 표준화는 첩약보다는 오히려 한약제제가 그나마 어울린다. 한약에 대해 건보확대가 필요하다면 우선 제제부터 확대하는 게 정도라고 생각한다.

장: 현재 투표요구서 접수조차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 더 이상 시간을 끌면 안 된다. 빨리 선관위에 이관해야 한다. 투표와 관련해서 분쟁이 발생했을 때 조정하는 기구는 선관위다. 

장: 이번 사태에서 시도지부, 학회, 대의원총회 모두 투표요구서에 대해서 큰 움직임이 없었다. 투표결과가 나온 서울지부, 부산지부 역시 마찬가지였다. 민의와 다른 움직임이 나타나는 이유와 이후 민의를 반영하는 방식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말해 달라.

이: 현재 한의계는 너무 중앙회 바라기가 되고 있다. 지부와 분회를 대표해서 일하는 사람들이 반성을 해야 한다. 민의가 확인되었으면 대표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회무를 집행하는 게 민주적 조직의 기본원칙이다.
지부나 분회 회무를 집행하는 대표들과 평회원의 생각의 차이가 명확하다. 대표들은 제제는 위험하지만 첩약은 해볼만하다는 게 다수다. 민의와 상반되면 대표들 본인 의견을 접어야한다. 민의와 상반된 대표들 개인 의견을 독선적으로 추진하는 건 옳지 않다. 

장: 협회장 선거가 직선제가 되면서 생긴 문제도 존재한다. 회장을 뽑지 않으니 대의원의 지위나 위상이 많이 줄어들었다. 선거는 직선제가 되었지만 중앙회 상시 견제장치는 제도적으로 미흡하다. 중앙회에 민의를 반영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 당연직 대의원이 너무 많다. 지부에 소속된 분회 부회장이 대의원이더라. 한의계를 민주적인 조직으로 만들고 정관의 미비한 측면도 보완해야 한다. 전회원투표에 대한 정관도 미비하다. 대의원들이 요구해서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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