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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주역] 버텨라, 운이 당신을 선택할 때 까지
2019년 08월 23일 () 06:46:56 박혜원 mjmedi@mjmedi.com
   

박혜원

장기한의원장

어려운 일을 겪을 때 종종 듣는 조언 중의 하나가 ‘존버’, 즉 '운이 나를 선택할 때까지 버텨라'는 말이다. 실제로 세상 모든 것은 노력하는 것으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모의고사 점수로 평소 만점을 받아 왔어도 실제 시험에서는 그런 결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고, 영화 기생충에 나왔던 대왕 카스테라 가게처럼 생각지도 않은 나쁜 소문에 휘말려 망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니 고작 10분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인간으로서는 그저 매 순간을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이럴 때에 생각나는 괘가 있다면 바로 천뢰무망이다.

 

无妄元亨利貞 其匪正 不利有攸往

크게 형통하다는데 왜 가는 바를 두는 것은 이롭지 않을까. 일단 단전을 보자.

 

彖曰 无妄 剛自外來而爲主於內 動而健 剛中而應 大亨以正 天之命也 其匪正有眚不利有攸往 无妄之往何之矣 天命不祐行矣哉.

 

길게 써 놓았지만 핵심은 딱 네 글자다. 천지명야. 하늘의 뜻이 아니면 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무망괘는 하늘 아래에 천둥 번개가 치고 있는 모양을 나타내는 괘이다. 무한하게 공허한 하늘 아래에서 아무리 큰 소리를 내어 봤자 변화를 이룰 수 없다. 그러니 하늘의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불가능한 것을 이루려 애쓰는데 기력을 소모해야 좋을 것이 없다. 그러니 가는 바를 둠이 이롭지 않다.

 

初九 无妄 往吉

갈 바를 둠이 이롭지 않다면서, 초구에서는 가면 길하다고 했다. 무엇을 해도 잘 풀리지 않는 시기에는 그저 가만히 버티고 있는 것이 상책일 수도 있다. 그래도 초구는 어떻게든 이 상황을 타개해보고자 하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위의 두 효가 음효이기에, 초구가 보기에는 기운을 쓰면 이 상황을 확 반전시킬 수도 있어 보일 것이다. 그러나 그 위의 외괘에는 강건한 양효가 셋이나 버티고 있다. 강호는 넓고 고수는 많다는 것이다. 그러니 자신의 힘을 과신하지 말고 조심스럽게 일을 진행해야 한다. 타고난 에너지를 살려 작은 것부터 바꾸어 나간다면 활로를 찾을 수도 있다. 그러니 초구의 본성을 억누르고 참기보다는,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경고를 준 것이다.

 

六二 不耕穫 不菑畲 則利有攸往

육이는 어려운 시절엔 남의 행동을 잘 살피는 사람이다. 한때 그런 말이 있었다. 사업을 해서 성공하고 싶으면 선발주자가 되기보다는, 2등으로 시작하는 사람이 되어라. 선발주자가 닦아놓은 토대를 밟고 그의 시행착오를 빠르게 개선하여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육이가 딱 그러한 상황이다. 에너지 넘치는 초구가 좌충우돌하며 뚫어놓은 활로를, 육이는 옆에서 보고 있다가 함께 움직이기만 하면 된다. 언뜻 보면 쉬워 보이기도 하지만, 이것도 빠른 판단력과 감, 그리고 무엇보다 운이 받쳐주지 않으면 안 된다. 아무리 대기업이 하는 프랜차이즈라고 하더라도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六三 无妄之災 或繫之牛 行人之得 邑人之災

나왔다. 우리의 대왕 카스테라 효사. 육삼이 겪는 재앙은 예상치 못했던 것이다. 매어 놓은 소를 보아도 그냥 지나치는 사람이 더 많았을 것인데, 하필이면 그런 나쁜 마음을 먹은 사람이 그 앞을 지나칠 줄을 누가 알았을까. 소를 잃어버린 것은 육삼 혼자일 수 있어도, 누군가 매어놓은 소를 도둑맞았다고 하면 그 동네는 어떻게 될까. 서로 의심하며 단속하며 자기 것을 챙기려 혈안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소 뿐 만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신뢰와 다른 사람들의 도움, 다시 시작할 터전을 모두 잃게 된다. 그러니 개인의 재앙이 아니라, 고을에 사는 모두의 재앙이 된다.

 

九四 可貞无咎

구사는 이 어려운 상황에도 그럭저럭 먹고 살만한 사람이다. 구오의 측근이기도 하니 대충 철밥통 차고 앉아, 대박은 못 되어도 연금생활 정도는 하며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러니 그 자리만 잘 지키고 있으면 허물이 없다.

 

九五 无妄之疾 勿藥有喜

구오는 하늘 한가운데 자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이다. 한마디로 힘 있는 높은 사람이란 얘기다. 이 사람이 자기 마음대로 힘을 휘두르기 시작하면 커다란 변화가 생긴다. 게다가 지금은 인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정체의 시기이다. 권력자로서, 위정자로서, 자기 사업이나 인생의 주체로서 구오 역시 이 상태를 타개할 묘책을 끊임없이 생각하며 행동에 옮기는 것을 고민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쉽게 생각하고 쉽게 움직여서는 안 된다.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구오의 움직임은 큰 파장을 불러온다. 그러니 고민하고 또 고민하여, 심지어 이것이 구오 자신에게는 마음의 병으로 다가오더라도 그 고민을 멈춰서는 안 된다. 그래야 결국 올바른 방향을 찾을 수 있고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

 

上九 无妄行有 无攸利

상구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기세가 등등한 효이다. 그러나 중천건괘의 상구에도 항룡유회라 했다. 더 나아갈 곳 없는 꼭대기는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만이 남은 자리인데, 무망괘의 상구는 거기서 더 욕심을 내버린 상황이다. 시청률이 잘 나와 승승장구하던 프로그램에서 굳이 그렇게까지 했어야 했을까. 대왕 카스테라가 망한 것은 전적으로 방송 탓은 아닐 수도 있다. 그 당시 갑자기 치솟은 계란 값도 한 몫 했다는 여론도 있다. 그러나 그때는 무망의 시대였다. 굳이 남을 해하려, 굳이 더 잘 되려 해서는 안 되는 시대였다. 수많은 다른 소재들처럼 반짝 관심을 받고 없어질 수도 있다고, 그렇게 가볍게 생각했을지도 모르지만 그렇지 못했다. 그래서 상구는 육삼의 짝이다. 소를 훔쳐간 지나가는 행인인 상구가, 육삼에게 벌어진 일을 두고 두고 뉘우치도록.

삶은 좀처럼 마음대로 안된다. 인과응보란 말도,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도 그 누군가의 인생은 외면하고 지나가기 일쑤이다. 그래서 내게 无妄 괘는, 無望의 다른 이름과 같다. 헛된 희망을 바라지 말라, 하늘의 뜻은 아무도 모르니. 그렇게 스스로 자신을 다잡으며 내 할 일을 묵묵히 하고 있다보면 언젠가는 천명의 때가 오고 그때에 경거망동했던 사람들은 자신의 행위가 자기 발목을 잡아 넘어지게 된다. 그러니 지금 좋은 운에 있다면 그 운을 더 나은 방향으로 사용하되, 남에게 해를 끼치는데 사용하지 말자. 지금 나쁜 운에 있다면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매일을 그저 흘려보내지 말고 자신을 갈고 닦자. 천지는 不仁하나 또한 잔인하도록 공평하여 누구에게도 기회를 나누어준다. 그 기회를 잡아 어떻게 쓰느냐는 각자의 인생을 경영하는 CEO인 당신에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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