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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건중탕 – 부드러운 장관운동촉진자!①
일본 CPG 속 한방약 엿보기(6)
2019년 08월 23일 () 06:46:18 권승원 mjmedi@mjmedi.com
   

권승원

경희대학교한방병원

순환신경내과 조교수

<전형증례>

지주막하출혈로 진단받고 재활치료 중인 64세 여성. 벌써 8개월째 재활치료 중이다. 손발 움직임이 자연스럽지 못한 것도 힘든데, 대변이 잘 나오지 않아 힘들다. 이전 병원에서 수산화마그네슘을 계속 처방해주었으나, 용량을 아무리 올려도 대변이 나오지 않아 3일에 한 번 관장을 했다.

이 대변은 어떻게 한방으로 안되냐고 한다. 대황을 함유한 조위승기탕을 처방했더니 대변이 바로 나오는 것은 좋은데, 배가 너무 아팠다. 변비 보다 복통이 무서워 그 약은 못 먹겠다고 한다. 이번에는 A를 처방했다. 배변 유무와 관계없이 하루 3회 복용하게 했다. 1주일이 지나자 정상 배변을 2일에 1회는 할 수 있게 되었다. “약이 꼭 훠거처럼 맵네요. 그래도 배도 아프지 않고 편해서 좋아요”라고 한다. 당분간은 A를 계속 복용할 예정이다.

 

오늘의 주인공 A는 바로 대건중탕(大建中湯)이다. 대건중탕은 『금궤요략(金匱要略)』의 복만한산숙식병맥증치법제십(腹滿寒疝宿食病脈證治法第十)에 처음 등장했다. 단 한 차례의 등장이었지만, 역대 주요의서에서 한증(寒證)을 기저에 둔 변비나 적취(積聚)를 해결하는 처방으로 등장하였으며, 장관운동개선효과를 가진 처방으로 꾸준히 주목받다가, 최근엔 개복수술의 합병증인 장폐색의 치료, 예방, 재발방지약으로까지 그 사용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

 

대건중탕 개요

구성약물: 건강 인삼 산초 교이

효능효과: 복부가 냉하고 통증, 복부팽만감이 있는 경우

주요 약리작용: 장관운동항진작용(1) 세로토닌 3형, 4형 수용체를 통한 아세틸콜린 유리촉진 2) 소화관운동항진 호르몬인 모틸린 분비촉진 3) 장관점막층 바닐로이드수용체를 통한 직접작용), 장관점막혈류량 증가작용

 

대건중탕 활용의 발전사

『금궤요략』에 등장한 대건중탕의 첫 모습은 다음과 같다.

“心滿中大寒痛, 嘔不能飮食, 腹中寒, 上衝皮起出見有頭足, 上下痛而不可觸近, 大建中湯主之.”

풀어쓰자면 속이 냉하여 매우 아프고, 구역이 나서 음식을 먹을 수 없고, 배 안의 찬 기운이 치밀어 올라 뱃가죽 밖에서 꿈틀거리는 것이 보이고, 가슴에서 배까지 아파서 손을 댈 수가 없을 때, 대건중탕을 사용한 것이다.

이후 『비급천금요방(備急千金要方)』이나 각종 금궤요략 주석서에서 원 조문의 내용을 답습 또는 풀어 적는 내용 정도로 소개하다, 1700년대 들어 구체적인 사용법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1752년 쯔다 켄센의『요치경험필기(療治経験筆記)』에서는 원 조문에 등장한 ‘한(寒)’이 허한(虛 寒)이 아닌 한독(寒毒)이라 설명했다. 특히, 허한하여 발생하는 일반 한통(寒痛)에는 계지나 부자를 사용하지만, 이 병태는 한독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산초를 사용했던 것이라 언급하며 통상적인 허한 상태와는 다른 병태에 대건중탕이 활용됨을 강조했다. 1799년 이나바 분레이가 저술한 『복증기람(腹証奇覧)』에는 총 3가지 타입의 복진소견이 제시되었다. 첫째는 머리와 발이 있는 것 같은 독으로 복피가 꾸역꾸역 움직이며 여기에 심한 통증이 동반됨, 둘째는 뱀장어처럼 뱃속을 움직이며 통증, 셋째는 덩어리가 옮겨 다니며 마치 파도를 일으키는 듯한 모양이라 하였다.

이 시기까지의 문헌을 종합해보면, 대건중탕을 활용할 수 있는 상황은 현대의 ‘장폐색(복통, 구토, 음식섭취 불가 등)’과 매우 비슷한 상황으로 추정가능하다. 하지만, 복진소견으로 제시된 소견들은 장관운동 자체가 아예 마비되어 버리는 장폐색에는 맞지 않아, 장폐색 뿐 아니라 장관운동이 지연되고, 그로 인해 역연동운동이 발생한 상황 전체를 아우르고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이후 현대에 들어 오츠카 케이세츠는 『한방의 임상』제2권 제3호 “대건중탕에 대하여”라는 기고글에서 보다 현실적인 적응증을 제안하였다. 먼저, 기존 복진소견이 필수는 아님을 지적했다. 연동항진 소견이 눈에 보이더라도 금기증인 경우가 있으며, 복벽이 두꺼운 환자의 경우는 그러한 복진소견이 꼭 관찰되는 것은 아님을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금궤요략에서부터 등장한 ‘한(寒)’과 관련된 증상의 확인법도 언급했다. 대건중탕을 복용해야 할 환자가 직접 자각증상으로 냉증을 호소하는 경우는 드물며, 오히려 장관운동저하 개선을 목표로 대황을 사용했을 때 복통이 심하고 이급후중(裏急後重)이 생겨 사하제를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나타남을 언급했다. 이와 함께 한(寒)에 사용하나 복부 염증소견이 있을 시에도 활용될 수 있음을 언급하여 체온이나 염증 자체와는 큰 관계가 없음도 설명했다. 이 내용은 현대임상에도 큰 의의가 있다.

이후 각종 동물실험, 인체 대상 약리연구가 진행되며 대건중탕에는 장관운동항진작용, 장관점막혈류개선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체력이 약한 소아나 고령자의 장관운동개선 효과를 목표로 활용되던 중 2000년대 후반 들어 각종 복강수술 후 합병증인 장폐색 치료 및 예방약으로 각종 임상시험에 적용되었고, 긍정적 결과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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