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홍균의 도서비평] 수십만 년간 인류를 지켜 준 유전자들이 배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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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김홍균의 도서비평] 수십만 년간 인류를 지켜 준 유전자들이 배신했다!
  • 승인 2019.08.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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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균

김홍균

naiching@naver.com

대구한의과대학에서 학부과정을 졸업하고,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에서 석˙박사과정을 마쳤다. 현재는 내경한의원장과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장 및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외래교수로 있으며, 의사학전공으로 논문은 '의림촬요의 의사학적 연구' 외에 다수가 있다. 최근기고: 도서비평


도서비평┃진화의 배신

이 책에서 저자 리 골드먼은 그 자신이 임상을 접하고 있는 의료인으로써, 현대 인류에게 의학적으로 가장 많은 문제가 되는 것을 비만, 고혈압, 우울증, 심장질환 및 뇌졸중이라는 4가지 영역으로 나눴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를 인류학과 고고학적인 접근으로 낱낱이 풀어나가고 있다. 어찌 보면 이 4가지 문제는 현대를 살아가는 인류의 가장 핵심적인 의학적 난제라고도 볼 수 있다. 탄탄한 의학적 지식에 임상적 경험이 결합되고, 이를 인류 진화의 관점에서 분석해낸 저자의 고뇌가 이 한 권으로 요약되기는 쉽지는 않았겠지만, 나 또한 임상에서 환자를 접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많은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다. 바로 그러한 관점은 어떻게 환자를 접하고, 잘 이해하며, 근원적인 대책은 어떻게 마련할지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문제다.

리 골드먼 著, 김희정 譯, 도서출판 부키 刊

그저 단순히 매뉴얼대로 진료를 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치료가 아니라, 거시적인 차원에서 인류 보편적인 차원으로 끌어올린 저자의 고뇌는, 우리나라의 의료인들에게 주목을 끌만한 내용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가령 비만이 생기는 이유에 대해서 현대인들의 지나친 영양섭취가 문제임을 지적하고 있는데, 바로 그것은 빙하기를 지내온 인류의 발달과정에서 먹을 수 있을 때 먹어둬야 생존이 가능했던 연장선에서 되새겨봐야 할 부분으로 지적하고 있다. 생존을 위해서 영양을 섭취해야 했던 인류의 발달은 그렇지 않은 현대에 와서도 그런 집착을 가지게 되는데, 먹을 것이 없을 때는 오랫동안 끼니를 굶어야 하는 과거의 행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욕심을 부려 영양을 섭취하면서도 과거처럼 활동은 적게 함으로써 비만에 빠진다는 얘기다.

출혈에 관한 얘기를 하자면, 인류의 진화과정에서 출산이나 상해로 출혈을 하게 되는 것은 때로 생명을 위협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출혈을 막기 위해 혈액의 응고가 잘 되도록 발달해 왔는데, 현대는 바로 이 과다출혈의 방지를 위해 발달한 혈액의 응고기능이 오히려 혈관내의 찌꺼기가 고혈압을 만들며, 심장질환이나 뇌졸중까지 일으킨다는 견해다. (내가 보기엔 고혈압이나 심장질환 및 뇌졸중은 같은 문제인데 저자는 달리 접근하여 풀어내고 있다.) 저자는 인류보편적인 문제로 이러한 질환들을 중요시 여기며, 현재의 치료는 무엇이 중요하며,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나열하고 있으며, 미래 의학에서의 연구과제 및 지금 발달하고 있는 치료기술들을 소개함과 동시에 많은 기대도 남기고 있다.

한의사로서 이 책을 대하며 아쉬운 점은, 우선 옮긴이의 해석에 ‘뇌졸중’이란 용어를 쓰고 있다는 점이다. 한문에 대해 나름 꽤나 오랫동안 공부해왔던 필자로서는 아무리 애를 써봐도 ‘뇌졸중’이란 단어는 해석이 안 되는 용어다. 이는 양의사들이 ‘풍(風)’이란 전통적인 단어를 쓰기 싫어서 만든 용어이기 때문에 전통적인 ‘중풍’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데, 이미 이렇게 보통사람들에겐 ‘중풍’이 사라지고 ‘뇌졸중’이 일상화되었다는 것이 참 아쉽다. 두 번째로 저자와 같은 이러한 양의사의 고민이 한의사에게 보다 쉽다는 것을 함께 고민하고 연구되었으면 하는 점이다. 인류의 발달과정에서 생긴 이러한 문제를 한의에서는 의학의 발달과정에서 이미 고민하고 풀어냈다는 점을 그들은 너무 모르고 있다. 그만큼 한의학을 모르면 인류의 위기를 더 오랫동안 겪어야 한다는 점을 이젠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김홍균 金 洪 均 / 서울시 광진구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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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한의과대학에서 학부과정을 졸업하고,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에서 석˙박사과정을 마쳤다. 현재는 내경한의원장과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장 및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외래교수로 있으며, 의사학전공으로 논문은 '의림촬요의 의사학적 연구' 외에 다수가 있다. 최근기고: 도서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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