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안세영의 도서비평] 질병의 치유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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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안세영의 도서비평] 질병의 치유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 안세영
  • 승인 2019.07.26 07:0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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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평┃환자 주도 치유 전략

작년 말, 아니 올해 초? 얼마나 지났다고 벌써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아무튼, 좋아하고 존경하는 선배님으로부터 글 청탁을 받았습니다. 친구가 근무하는 출판사에서 출간 예정인 책을 읽어보고, 괜찮다 싶으면 추천사를 써달라는 것이었지요. 무리한 부탁은 결코 하지 않는 인품을 잘 알기에, 원고도 훑어보지 않고 즉각 쓰겠노라 답했습니다. 설혹 내용이 부실해 마음에 썩 들지 않더라도, 이제껏 받은 은혜를 조금이나마 갚는 셈 치겠노라 다짐하면서…. 그런데 웬 걸? 의료인이라면 누구나 수긍할 수밖에 없는 사실을 유려한 필치로 논리정연하고 일목요연하게 풀어낸 아주 멋진 책이더라구요!

웨인 조나스 著, 추미란 譯, 동녘라이프 刊

제가 한의대교수의 직함을 걸고 감히 추천사를 올린 책 『환자 주도 치유 전략(How healing works)』이 얼마 전 실체를 드러냈습니다. 지은이는 가정의학 전문의로 30년 이상의 임상경험을 가진 웨인 조나스(Wayne Jonas)로, 미국국립보건원 대체의학국 국장과 세계보건기구 전통의학협력센터 센터장까지 역임한 분이지요(이런 경력 덕택에 이런 책을 쓸 수 있었겠죠?). 그는 이 책에서 “대부분의 만성질환은 의사의 치료가 아니라 환자 자신, 특히 마음가짐에 의해 낫는다”고 수미일관 역설하는데, 사실 그의 주장은 패러다임의 대전환이라 할 만큼 획기적입니다. 질병 혹은 치료법 중심의 사고에서 철저히 환자 중심의 사고로 바뀐 것이니까요. “인식의 주체가 대상을 규정하기에 물(物) 자체는 알 수 없다.”고 일갈하며 주객을 전도시킨 임마누엘 칸트에 비견될 수 있을까요?

책은 「치유에 대한 제고」·「치유의 차원들」·「치유의 여정」 등의 소제목을 달고 1·2·3부 10장으로 나뉘는데, 시종을 관통하는 핵심 요지는 간단합니다. “살아 숨 쉬는 인체를 진정한 치유의 길로 인도하려면, 특정 치료제 개발에 골몰하는 기계적 환원주의 방식이 아니라 내면의 치유능력을 극대화하는 유기적 전일주의 방식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해서, 말미에 실린 호프(HOPE)진료법은 그 구체적인 방법론입니다. 이제까지 주·객관적 상황(Subjective·Objective)에 따라 진단(Assessment)하고 치료계획(Plan)을 세웠던 소프(SOAP)진료법 만으로는 온전한 치유에 이르지 못하며, ‘치유 지향 행동 및 환경(Healing-Oriented Practices and Environments)’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제안이지요. 인간은 육체적 존재일 뿐만 아니라 정신적·사회적·영적 존재이며, 오늘날 건강을 위협하는 문제들 대다수는 우리의 몸·마음·영혼을 포함한 존재 전체와 관련되어 있음을 감안하면 무척 당연한 말입니다.

다만 한 가지, 우리말 제목은 좀 아쉬웠습니다. 출판사에서 판매 전략(?!)의 일환으로 고심 끝에 지었겠지만, 엄격한 공맹(孔孟)보다 유연한 노장(老莊)을 더 좋아하는 제 취향 탓이겠지만, 차라리 원제 그대로 “치유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가 책 내용과 훨씬 어울린다고 여겨졌거든요. 내재된 치유의 힘은 적과 싸워 물리치기 위해 인위적으로 책략을 꾸미는 마음보다는, 유불선(儒彿仙)에서 통찰한 ‘불인인지심(不忍人之心)’·‘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무위자연(無爲自然)’의 마음에서 샘솟는 법 아니겠어요?

 

안세영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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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19-07-26 12:04:56
자신의 病을 인정하고, 그 病이 생긴 原因을 깨닫는 자만이 진정으로 그 病을 이겨낼 수 있다.
“대부분의 만성질환은 의사의 치료가 아니라 환자 자신, 특히 마음가짐에 의해 낫는다.”
山으로 들어가서 癌을 고쳤다는 사람들의 치료 원리.
자신의 마음가짐을 바꾸고 자신의 몸에 대한 태도를 바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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