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칼럼] 내 마음의 무소유(無所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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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칼럼] 내 마음의 무소유(無所有)
  • 승인 2019.07.1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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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김영호

mjmedi@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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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서점을 자주 들른다. 진열대에는 법정 스님의 <무소유>책이 자주 보인다. 한 번도 읽지 않았지만 왠지 낯익은 느낌의 책. 그래서 오히려 구입하지도, 읽어보지도 않게 된다. 유명한 스님이시니까 물질적 소유 없이도 충분히 행복하셨나보다 하고 지나쳤다.

그러던 어느 날 법정 스님이 자주 말씀하신 무소유는 ‘물질적 무소유’보다 ‘마음의 무소유’를 더 강조하셨다는 얘기가 들렸다. 라디오였는지, TV 였는지 확실치 않지만 우연히 듣게 된 한 마디 ‘마음의 무소유’라는 메시지는 굉장히 신선했다. 물질적 욕심에 대한 경계(警戒)인줄 알았는데 마음의 무소유라니.

우리는 마음에 많은 것을 담아두고 산다. 과거에 대한 후회, 미래에 대한 걱정, 사람에 대한 애착, 물질을 향한 집착, 때로는 불안이나 우울, 분노까지.... 법정 스님 말씀처럼 마음이 이미 소유하고 있는 것, 매 순간 소유하려는 것을 비워내야 할 정도로 마음에 여유가 없다. 큰 집으로 이사를 가는 것이 <깨달음>이라면, 지금 내 집을 대청소하는 <무소유>는 훨씬 쉽고 현실적인 방안이다.

마음속의 짐들을 갑자기 비우기는 어렵다. 수행을 업(業)으로 하는 종교인도 쉽지 않은 과정이다. 그래서 일상 속 무소유는 짐을 갑자기 비우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매 순간, 마음을 비워내는 것에 가까울 듯하다. 먼지가 옷에 붙으면 털어내듯이 ‘툭! 툭!’

걱정은 의지와 상관없이 떠오른다. 밥 먹다가 문득, 화장실 가다 문득, 걱정이 떠오르면 자동으로 마음에 구름이 드리운다. 이렇게 자리 잡은 걱정은 확성기를 튼 것처럼 실제보다 크고 위태로운 소리를 마음에 울려댄다.

무소유의 의미를 새롭게 느낀 후부터 일상이 조금 달라졌다. 한 번, 두 번 같은 걱정이 떠오르면 이런 생각을 해본다. ‘아~ 내 마음이 요 녀석(걱정)을 소유하려는 가보다. 소유하면 또 한 자리 내어줘야 한다. 들러붙기 전에 내 보내자’

마음의 문 앞에 <무소유> 현판을 달아뒀다. ‘불필요한 것은 가지고 있지 말자. 마음의 짐이다. 툭툭 털어내자.’ 자동으로 흘러가는 생각의 과정에 잠시 break만 걸어도 꽤 많은 걱정들이 되돌아 나갔다. 마치 무심코 구입하려다가 ‘진짜 필요한 물건 맞아?’ 자문(自問) 한마디에 핸드폰을 내려놓듯이.

생각이 많을수록 우리 몸은 굳어진다. 그래서 생각이 많은 운동선수일수록 결과가 좋지 않다. 생각이 단순해야 마음이 가고자 하는 곳으로 몸이 따라온다. 반면 ‘잘하고 싶다’ ‘잘 해야 한다‘는 생각이 많을수록 결과는 더 나빠진다.

마음에 걱정이 자리 잡으려 할 때 도움이 된 말이 있다. 딱 세 글자 <괜찮아>! ‘열심히 했는데 사람들이 몰라줘도 괜찮아’ ‘최선을 다했는데 결과가 따라주지 못해도 괜찮아’ 이렇게 매 순간 ‘괜찮아’를 붙여보니까 마음이 가벼워졌다.

걱정이 떠오르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걱정이 올라오는 것 자체가 나쁜 것도 아니다. 그저 올라오면 버리고, 또 올라오면 버리면 된다. 공부를 잘 하는 사람은 집중력이 흐트러졌을 때 다시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이듯, 걱정이 또 생겨도 괜찮다. 걱정하고 있는 ‘나’를 보면서 다시 비워내면 된다. 자꾸 연습해보니 실력이 조금씩 는다. 마음의 무소유도 연습하면 는다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민족의학신문 30주년이 되었다. 사람도 30살이 되면 자신만의 신념과 인생관이 뚜렷해지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 신념과 인생관이라는 자아가 강해질수록 마음은 힘들고 결과는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예수님, 부처님, 알라신 모두 경전 말씀의 끝에 ‘나(自我)를 비워서 그들의 뜻이 온전히 들어올 수 있도록 하라!’고 하셨듯이 민족의학신문도 지난 30년을 완벽히 비워내면, 더 밝은 30년이 다가오리라 확신한다. 인터넷 수능강사 한 분의 유튜브 동영상에서 소개 받은 명언으로 글을 맺는다. 다 버려도 마음에 소유하고픈 한 문장이다.

지나간 모든 것에 감사합니다. For all that has been, thanks!

다가올 모든 것을 긍정합니다. For all that will be, yes!

스웨덴 출신 UN사무총장이자 노벨 평화상 수상자 다그 하마숄드(Dag Hammarskjold)의 말이라고 한다. 한 명의 한의사로서 민족의학신문의 지난 30년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30년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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