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기 한의학교육평가 당시 양적기준 추가 예고 없었다”…터져 나온 학장들의 불만
상태바
“2주기 한의학교육평가 당시 양적기준 추가 예고 없었다”…터져 나온 학장들의 불만
  • 승인 2019.07.02 09: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한의학교육 인증기준 2021-2025 공청회 질의응답

한평원 “롤 플레이 실습 활용 제안”…"평가인증 개정 절차 개악" 등 지적

[민족의학신문=박숙현 기자] 한평원은 지난달 27일 한의학교육 인증기준 2021-2025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질의응답시간에 플로어에서는 강화된 임상실습 및 양적기준에 대한 어려움과 삭제된 평가인증단 심의에 대한 불만이 나왔다. 이에 한평원은 “한의학교육을 국제 수준으로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롤 플레이 등을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임상실습 위한 인력‧재정‧시간 부족 지적에 ‘롤 플레이’ 제안

이날 질의응답시간에서는 한평원이 제시한 임상실습기준 등이 과하게 설정되어 한의대의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한평원은 롤 플레이(Role Play) 등을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안희덕 대구한의대 학장은 “이 평가기준을 충족시키려면 인력, 재정, 시간이 지금보다 확충돼야 한다”며 “예를 들어 CPX를 1인당 10개 종류를 치르게 한다면 대구한의대의 경우 학생이 100명이 넘기 때문에 1만 시간이 걸린다. 평가할 교수와 표준 환자가 필요하며, 이에 따른 비용도 막대하다. 이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라고 물었다.

이에 신상우 한평원장은 “이러한 문제의 대안으로 작년부터 롤플레이를 제안하고 있다”며 “30주의 참관위주 실습을 참여형으로 바꾸는 것은 임상교수만으로는 힘들다. 임상실습의 약 1/4를 롤플레이 형식으로 진행하며 여기에 기초교수를 투입하자고 학장협에도 말했었다”고 답했다.

 

■ 기초한의학 과목에 대한 교원 및 시수 미규정…“학교별 자율적 평가 추구”

기초의학에 대한 교원 수와 시수는 명시했으면서도 기초한의학과목에 대해서는 명시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한평원은 “각 학교에서 스스로 평가하고 목표를 설정하는 지속적 개선 체계를 추구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오재근 대전한의대 교수는 “양방에 대해서는 교수 인원과 수업시수를 명시했으면서, 기초한의학 분야에서 그렇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인창식 인증기준개발위원회 부위원장은 “각 대학들이 교육과정위원회를 통해 스스로 평가하고, 스스로 목표설정하고, 스스로 재평가하는 지속적인 개선체제를 추구하고 있다”며 “기초의학, 기초한의학, 인문사회의학을 세부적으로 나누려면 분야가 너무 많아서 모든 것을 규정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또한 신상우 원장은 “애초에 한의사협회에서는 의생명과학 등 양방과목에 더 많은 시간 배정을 요구했다. 그러나 한의대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기초한의학과 기초의학의 시간의 비율이 한계가 5:5라는 판단에 이렇게 조정했다”고 밝혔다.

 

■ “예고에 없던 교수 충원 등 양적기준 강화” 반발에 “8월까지 의견 수렴”

김이화 세명한의대 학장은 “올해 학장으로 취임해 학장협의회에 갔을 때 WFME 기준에 맞춰 가기로 결의했다는 것을 단순히 교육을 강화하자는 취지로 이해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며 “만약 그것이 오늘 공청회 내용을 의미한 것이라면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경희대와 원광대도 2주기 평가에서 6년 인증을 받지 못했고, 아직 교수 충원에 어려움을 겪는 학교도 있다. 아직 2주기도 다 끝나지 않았는데 예고에 없던 양적 기준(교수 충원, 양방의 모든 교과목 적시 등)을 추가 요구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기초교수가 임상실습에 참여하라고 했는데 기초교수 중에는 임상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런 교수들이 임상실습에 어떻게 참여할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신 원장은 “오는 8월 말까지 의견을 받아 9월에 학장협에 보고하여 조정하고, 11월 경 운영위원회에서 확정지어, 내년 2월 이사회에서 공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 "평가인증절차 개악으로 소수가 좌지우지"…“차후 답변서 발표하겠다”

기사수정) 한국한의학교육평가원의 의견(2018년 10월 개정절차를 밟은 이후 한평원 홈페이지에 공시)에 따라 수정

또한 평가인증 개정 시 평가인증단의 심의를 거친다는 규정이 삭제된 것과 관련해 절차상 문제도 제기됐다.

강연석 원광한의대 교수는 “기존에는 평가인증의 새로운 안이 만들어질 경우 평가인증단의 심의를 거쳐서 공청회 등 절차를 거친 후 운영위원회에서 의결하고 이를 이사회에 보고하여 공포했다”며 “예전이라면 경험이 풍부하고 12개 학교와 세부 전공을 철저하게 안배한 평가인증단 교수들이 지금 걱정하고 있는 사안을 미리 토론하여 수정안을 공개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규정이 변경되면서 원장의 주도 하에 6인의 위원회(평가인증기준 개발 경험이 없는 위원장과 부위원장, 원장과 같은 학교 1명, 위원 중 같은 세부 전공자)에서 현 공청회 안을 만들어 평가인증단의 검토 없이 공청회를 개최하였다”며 “신상우 원장이 ‘학장협에서 논의하고 운영위에서 의결하겠다’고 말한 것은 개정된 절차에 따라 진행하겠다는 말인데, 그렇다면 이 일련의 과정은 요식행위 밖에 되지 않는다. 평가인증단은 공청회 3주 전에 평가인증단장이 개정안을 보고받았을 뿐 지난 10여 년 동안 활동해온 평가인증단 위원들은 내용을 검토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평원은 인정기관심사 절차를 거치면서 교육부에 국제적으로 네트워크를 같이할 수 있는 기관이 없기 때문에 새로운 국제 네트워크를 만들어가겠다고 했다”며 “그런데 한의사협회와 학장협의 뜻에 따라 모든 평가인증기준의 원칙을 WFME 및 의평원 기준에 맞추었다는 이야기만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앞서 평가인증을 발전시킨 WFME나 의평원을 참고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섣부른 접근으로 지난 WFME총회에서 국제적인 망신을 당했는데도 WFME와 의평원 기준을 개정 원칙으로 삼은 것은 문제가 있다”며 “원칙으로 삼더라도 이는 한의학교육평가인증의 목적 그 자체를 수정하는 것이 되므로 한의사 역량모델, 교육목표 및 중장기발전계획을 새로 세웠어야 했고, 이에 대한 의견수렴 절차를 진행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현재의 양적 기준은 지난 2010년까지도 각 대학이 합의에 도달하지 못해 평가인증을 실시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도출된 타협안이다. 지난 2011년 현 평가인증단 부단장이 위원장으로 부임한 후 양적 기준을 완화하여 지금에 이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교육부 인정기관 심사과정에서도 이 부분은 중요한 주제였고, 지난해까지 진행된 한평원의 사업설명회에서도 차기 인증기준에서는 교육학교실 또는 교육시설 외의 양적 확대 없이 역량중심교육을 완성하는 방향으로 가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추진하는 사람이 바뀌었다고 내부 토론 절차도 생략한 채 완전히 체제가 다른 인증기준을 발표한다면, 한평원은 12개 한의대 교육을 평가하는 교육부의 인정기관으로서 지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개정안의 대학운영체계에는 대학들이 각종 규정을 잘 만들고,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하여 준수하는지를 평가하겠다고 하였다. 그런데 한평원 스스로가 규정 변경에 대한 공시도 하지 않았고, 개정 절차를 잘못 진행하고 있으며, 목표 및 발전계획에 대한 의견수렴조차 생략하여 업무를 추진하고 있는데 어떻게 대학들을 평가할 수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프로그램 평가인증은 법령에 의한 강제 규제가 아니라 전문가집단의 합의에 의한 자율규제를 원칙으로 한다”며 “한평원은 2011년 이후 각종 한의과대학 설명회 및 교육부 인정기관 심사자리에서 합의하고 약속했던 여러 안들을 이 개정안에서 뒤집어 놓았다. 이 자리에 모인 교수들과 학장들이 이 안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해도 이에 동의한다면 우리는 향후 개정안을 그대로 수용해야 하며, 동의하지 않는다면 각 대학과 교수들이 입장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평원은 규제 기관이 아니므로, 합의하지 않은 기준안은 강제로 통과하여 집행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선승호 인증기준개발위원은 “절차와 관련해서는 차후에 답변서를 발표하겠다. 그러나 오해가 있다. 나는 2주기 평가기준안 개발에 참여해 전반적인 내용에 많이 관여했었다"며 "이번 인증기준은 한의학 교육이 국제수준에 들어간다는 내용을 전제로 했다. 내용자체가 어려워졌다고 하지만 이를 담당하는 교수들이 전문성을 기르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고 답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