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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박히준의 도서비평] 뇌를 보면 한의학이 보인다.
도서비평┃1.4kg의 우주, 뇌
2019년 06월 28일 () 06:40:18 박히준 mjmedi@mjmedi.com

경락경혈학 강의를 해오던 필자는 올해부터 새로이 신경해부학 강의를 맡게 되었다. 한의학 공부와 임상에 쓸모있는 강의가 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또 너무 어렵지 않고 쉽게 신경해부학을 접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를 이리저리 궁리하던 중, 우연히 “1.4킬로그램의 우주, 뇌”라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은 카이스트 명강 시리즈 중 두 번째로, 뇌연구와 강의에 탁월한 세 명의 카이스트 교수들이 대중들에게 강연한 것을 정리한 책이다.

   
정용‧정재승‧김대수 共著, 사이언스 북스 刊

예과1학년 여름, 의료봉사에서 어깨가 아파 팔을 들지 못하던 환자가 본3 선배에게 침을 맞고 어깨가 움직인다며 신기해 하는 모습을 보았었다. 그 장면은 사진처럼 내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이 머릿속의 사진 한 장은, 졸업을 하고 무엇을 하면 재미있게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나에게, 왜 침이 효과가 있는지를 연구해보고 싶다는 동기가 되었다. 그 후 나는 경혈과 침치료의 기전을 알아내기 위해 뇌연구자가 되었다.

뇌 연구자들은 늘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주고자 하는 열정이 있다. 뇌의 무게는 고작 1.2-1.4 kg, 겨우 주먹 두 개의 크기. 그러나 1000억개의 신경세포와 그보다 더 많은 신경아교세포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체중의 2%의 무게이지만 전체 에너지의 20%를 사용하는 기관. 이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인간이 생존하고, 감각을 받아들이고, 사유하고, 결정하고, 행동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이처럼 생명현상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우주보다 더 복잡하다는 뇌에 대해, 각기 다른 분야의 뇌연구자들은 어떠한 이야기를 풀어냈을까?

이 책의 1부는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의 정용 교수가 맡았다. 신경과 전문의이기도 한 저자는 기초연구와 임상을 접목해서 뇌질환을 연구하고 있는 경험을 통해, 뇌는 어떤 존재이고 어떤 일생을 겪는지에 대해 쉬운 말로 풀어 설명해 준다. ‘뇌는 무엇을 위해 생겨났을까?’라는 근원적인 질문에서부터 출발하여, 뇌의 작동원리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보여주고, 뇌의 죽음과 관련되는 뇌질환에 대해 실례를 들어 소개한다. 뇌의 구조와 기능에 대해 아주 쉽게, 그러나 핵심적인 정보를 접할 수 있어, 뇌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글이다.

2부는 물리학자로서 열두 발자국 등의 저술과 대중강연을 통해 널리 알려진 정재승 교수가 담당했다. 우주에서 가장 복잡한 시스템인 뇌의 각 영역들이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면서 의사결정을 내리게 될까? 이 챕터에서는 자장면과 짬뽕의 선택 뿐 아니라, 리더들의 의사결정, 경제학적 관점에서의 의사결정까지, 우리가 매 순간, 수 없이 만나게 결정들을 이해하기 위해 뇌과학 연구가 제시한 결과들을 소개하고 있다. 아무리 사소한 판단과 결정처럼 보이지만, 이는 뇌의 다양한 영역이 참여하는 매우 복잡한 정보처리 과정이며, 인지, 감정, 학습과 기억, 관계, 사회성 등 다양한 영역이 개입한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나 자신뿐 아니라 환자들을 이해하는 데에도 분명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3부는 국내에서 대학원생 최초로 네이처에 논문을 실어 주목받았던 KAIST 생명과학과 김대수 교수가 맡았다. 이 챕터에서는 동물행동학에서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생존과 번식에서 승리하려고 노력하고, 배신하고 때로는 협력하는 동물들의 행동을 소개한다. 그리고 이러한 행동 속에 숨은 뇌의 전략과 유전자의 역할에 대해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이와 같이 이 책은 최신 연구동향을 기반으로 “3인 3색”의 흥미롭고 다양한 뇌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다. 우리는 한의학에 첫 발을 내딛었을 때, 자연의 변화를 이해하고 무수히 많은 별들을 바라보면서 소우주로서의 몸을 이해하게 되었다. 최근 우주처럼 복잡한 뇌이지만, 하나둘씩 밝혀지고 있는 뇌연구의 정보들은 우리 몸에서 나타나는 생리, 병리적인 변화들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유용한 지도들을 제공해 준다. 특히, 마음과 몸의 관계를 중시하며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해 왔던 한의학이기에, 뇌를 잘 아는 것은 한의학을 더 잘 이해하고 발전시키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뇌에 대한 새로운 시각 이외에도, 학문은 대중과 소통하고 사회에 기여해야 비로소 그 의미를 갖게 된다는 메시지를 함께 전달하고 있다. 우리 한의학 연구자들도 이제는 교문 밖으로 나와 흥미로운 한의학 연구결과들을 대중과 함께 소통하고 사회에 환원해야 할 때다.

 

박히준 / 경희대 침구경락융합연구센터 소장, 경희대 한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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