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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걸크러쉬와 뻔한 코미디의 만남
영화읽기┃걸캅스
2019년 06월 21일 () 06:00:49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최근 인터넷 댓글들을 보다보면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우리 사회가 극단적으로 나뉘어져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 프레임을 비롯하여 여혐과 남혐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는 등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마치 이분법으로 나뉜듯한 극과극의 대치가 진행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경찰영화와 달리 여성 경찰을 주인공으로 한 <걸캅스>는 개봉되자마자 바로 논란의 중심에 놓이게 되었다.

   

감독 : 정다원

출연 : 라미란, 이성경, 윤상현, 최수영

집에서는 눈만 마주쳐도 으르렁 대는 시누이 올케 사이인 민원실 퇴출 0순위 전직 전설의 형사 미영(라미란)과 민원실로 밀려난 현직 꼴통 형사 지혜(이성경)는 민원실에 신고접수를 하기 위해 왔다가 차도에 뛰어든 한 여성을 목격하게 된다. 그런데 그녀가 48시간 후 업로드가 예고된 디지털 성범죄 사건의 피해자란 사실을 알게 되고 강력반, 사이버 범죄 수사대, 여성청소년계까지 경찰 내 모든 부서들에서 사건 해결을 요청하지만 복잡한 절차와 인력 부족을 이유로 사건이 밀려나게 된다. 그래서 미영과 지혜는 비공식적으로 수사에 나서기로 결심한다.

<걸캅스>는 개봉 당시 ‘버닝썬’ 사건을 통해 불거진 사회적 이슈와 비슷한 시의적절한 내용을 다루고 있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그러나 개봉 이후 젠더 갈등과 여경 논란 뉴스 등으로 인해 관객들의 호불호가 또 하나의 논쟁거리가 되어 영화 자체 내용보다 외적인 문제로 더 화제가 되기도 하다. 하지만 모든 것을 다 떠나 영화적으로만 볼 때 <걸캅스>는 그동안 남성 중심의 한국영화가 지배적이었던 흐름을 반전시키며 오랜만에 여성 투톱의 버디 영화라는 새로운 시도에 도전하였다. 또한 정다원 감독이 처음부터 라미란을 생각하고 시나리오를 썼다고 할 정도로 한국영화의 독보적 조연배우로써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왔던 라미란이 주인공으로 나선 첫 영화이기에 그녀만의 생활밀착형 연기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특히 영화 오프닝에서 그녀의 화려했던 시절을 보여주기 위해 액션을 마다하지 않는 연기는 라미란의 또 다른 매력을 선보이며 깨알 같은 재미를 전해주고 있다.

그러나 <걸캅스>는 아쉽게도 초반에 보여주었던 신선한 코미디의 맥을 끝까지 잇지 못한 채 점점 뻔한 구성으로 전환되면서 영화적 재미가 점차 떨어지고 만다. 특히 동료인 여성 형사를 무시하고, 여성 범죄에 무관심하게 표현된 남성 형사들의 모습은 영화의 정체성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젠더 갈등을 부추기며 관객들에게 논란꺼리를 제공하고 말았다. 물론 더 이상 일어나지 말아야 할 사건들을 복기시키면서 여성 범죄를 여성이 퇴치시킨다는 매우 바람직한 내용을 전하고 있지만 그것을 풀어가는 과정이 최근 사회적인 시각의 차이로 인해 단순히 코미디 영화의 웃음으로 넘어가기에는 부담스럽게 느껴지고 만 것이다. 거기다가 강한 여성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처음부터 끝까지 욕을 입에 달고 있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아무리 ‘걸 크러쉬’라고 해도 불편할 수밖에 없다. 여하튼 새로운 시도의 영화답게 내용 또한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냉철하게 접근했다면 좀 더 나은 결과를 얻었을 것 같다. 그 아쉬움은 소녀시대 수영의 찰진 연기와 하정우, 성동일, 안재홍 등의 특급 까메오들을 보는 재미로 대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걸캅스>는 남성 중심의 한국영화에 새로운 변화를 주기에 충분했다고 본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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