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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김린애의 도서비평] 대체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그랬을까
도서비평┃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
2019년 06월 21일 () 06:00:17 김린애 mjmedi@mjmedi.com

사람은 미래를 그려보는 동물이다. 미래를 예상하고 통제하는 것, 혹은 통제한다고 착각이라도 하는 것만으로도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미래에 많은 행복 지분을 투자하는 동물치고는 미래를 그리는 재주가 형편없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내가 대체 무슨영화를보겠다고그랬지?”라는 질문을 이렇게 자주 던질 리가 있나. 나 자신, 가족, 직장 구성원, 그리고 환자 등등 온종일 누군가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왜 예상대로는 행복해지지 않는 걸까?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는 왜 행복을 위한 노력이 빗나가는지, 왜 그래도 행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책이다.

   
대니얼 길버트 著, 서은국‧최인철‧김미정 譯, 김영사 刊

우리가 행복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고 싶다면 그 성과, 즉 행복의 양을 먼저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여기부터 쉽지 않다. 이 책의 저자 자신은 아름다운 하와이의 자연 속에서 위스키 한 잔과 시가를 물고 있는 것으로 행복이 완성된다. 술 담배를 하지 않는 아내는 그 행복의 완성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저자는 아내가 모르는 큰 행복을 느끼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어쩌면 저자는 아내가 시가가 없어도 충분히 느끼는 정도의 행복을 시가가 꼭 있어야만 느낄 수 있게 되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사람은 흡연이 되었든 어떤 경험을 하고 나서는 그 경험이 있기 전처럼 세상을 볼 수 없다.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평가하는 행복이 주관적인 건 당연하다.

정책을 결정하기 위해 행복을 측정하고자 한다면 눈동자의 움직임이나 손바닥에 흐르는 땀같이 신체적 요소를 측정한다던가 대규모 설문을 통해 어떤 쪽 경험이 행복했는지 조사를 한다면 그나마 덜 주관적인 평가(대규모의 주관이 모여서 만든 평가랄까?)가 나올 수 있다. 그러나 개개인이 어떤 차를 살지 어느 연인을 만날지 결정하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닌 것 같다. 그러니 개개인의 행복은 절대적인 기준을 세울 수 없다.

여기에 더하여 주관적인 자신의 행복도 예상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들이 있다. 어떤 선택을 했을 때 더 행복할 것인지 예상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상상”이 필요하다. 이 상상이 어떤 면에서는 과하고, 어떤 면에서는 부족하기 때문에, 상상을 통한 “예상”과 실제 상황은 차이가 난다.

배가 부른 상태에서 장을 보러 간다면 음식 재료를 박하게 사 와서 금방 음식이 부족하게 된다. 배가 고픈 채 장을 보러 간다면 양이 넉넉한 포장의 음식을 고르고 평소보다 더 많은 쇼핑을 할 수도 있다. 좀 더 큰 실수는 은퇴계획을 세우는데 현재의 건강 상태나 취미를 바탕으로 선택을 하는 것이다. 미래에 어느 정도 배가 고프고 부를 것인지, 내가 어떤 곳에서 살아야 행복해할지 상상하는 재료로 현재의 감각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미래의 변화를 상상하기 어렵다는 “현재주의”의 맹점이 우리의 눈을 가리게 된다.

혹은 과도한 상상이 예상을 흐리게 만들 수도 있다. (작가는 스파게티를 예시로 들었지만) 친구가“냉면을 먹고 왔어”라고 말을 하면 나는 바로 “오 맛있었겠네.”라고 대답을 할 수 있다. 이 때 친구가 준 “냉면”이라는 두 글자에 대한 반응으로 나는 얼마나 많은 정보를 멋대로 채워 넣었을까? 육수며 양념이며 온도며 면발의 질감을 꽉꽉 채워 넣은 무언가가 스쳐 지나갔고 그에 대한 반응으로 입안에 침이 고였다. 그 와중에 식당이 바닥에 앉아서 먹는 곳인지 의자에 앉아 먹는 곳인지 같은 건 상상을 하지 않는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거나 불쾌할 정도로 더럽고 더운 거리를 걸어가야 한다거나 하는 것도 염두에 없다. 이렇듯 사람의 상상력은 즉각적으로 많은 것을 멋대로 채워 넣고 또 많은 것을 빠트린다.

그런데 괜찮다. 사람이 아무리 미래를 엉터리로 예측하고, 내 행복과 남의 행복에 되지도 않는 저울질을 하다가 좌절한들 사람은 행복해질 수 있다.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답에 대한 근거는 쉽게 받아들이고 원하지 않는 답에 대한 근거는 비판적으로 검토한다(내가 좋은 사람이라고 느끼는 데는 기부금 영수증 한 장으로 충분하지만 내가 나쁜 사람이라고 비난하는 사람에게는 종이 수십 장보다도 많은 증거를 요구할 것이다.). 감당하기 힘들게 불행한 일은 의미부여라는 면역체계를 활성화해 마음을 지켜낸다. 일이 크고 피할 수 없을수록 이 면역체계는 힘차게 돌아간다.

합리화 같이 지극히 주관적인 방책 말고 좀 더 합리적인 방법도 있다. 내가 고려하는 선택지를 현재 체험 중인 사람에게 직접 얼마나 행복한지 묻는 것이다. 어떤 식당의 메뉴판을 보면서 내가 느낄 만족도를 예상하는 것과 지금 그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 다른 사람들의 만족도 평가를 비교해보는 실험을 한 결과, 후자가 오히려 더 정확한 정보를 줄 수 있었다. 그런데도 대개는 자신의 예상을 따르는 실수를 하게 된다. 스스로 통제한다는 행복도 간과할 수는 없으니까.

저자가 섭섭해 하지 않을까 싶게 확 줄이자면 선택의 순간에는 “나는 특별하지 않다” 다른 사람들이 겪으면서 느끼는 것을 믿어야겠다. 그리고 평가의 순간에는 “나는 특별하다” 나의 경험으로 오로지 나만이 느끼는 것이니 남과 비교하지 말자. 끝으로 내 마음은 합리화든 뭐든 나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줄 것이니 결론은 행복할 거라고 믿으면 된다.

 

김린애 / 상쾌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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