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의 약초·향신료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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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의 약초·향신료 시장
  • 승인 2019.06.14 0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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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박종철

mjmedi@mjmedi.com


세계의 약용식물 여행스케치(39)
국립순천대학교 한의약연구소장

키르기스스탄은 중앙아시아 5개 나라 중 비교적 면적이 적은 편이다. 인구도 2017년 통계자료에 의하면 약 620만 명 정도다. 수도 비슈케크에서 가장 규모가 큰 시장은 오시 시장(Osh Bazar)이다. 오시 시장 내의 반찬 코너에서 고려인 아주머니들을 만났다. 여기서 만난 고려인 신 씨 아주머니는 한국식 절임식품과 나물 종류를 팔고 있다. “여름철이라 아직 김치는 없지만 가을이 되면 김치를 판다”면서 “이곳 사람들도 한국 음식을 좋아한다”고 귀뜸해 준다. 다가가서 필자의 김치책자를 보여주니, 자세히 읽어보며 “이런 김치도 있구나”라며 관심을 나타낸다. 비슈케크 시내의 한 식품점에서는 한국 라면을 고르고 있는 대학생 메림(Meerim) 양을 만났다. 한국을 좋아한다는 그녀는 “한국 김치도 즐겨 먹는다”고 얘기해 준다. 이처럼 키르기스스탄의 한류 분위기를 확인하는 데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오시 시장의 한켠에는 약용식물을 수북히 담아놓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보통 약초시장에는 뿌리 약재가 많은데 이곳에는 주로 꽃이나 잎, 지상부를 말려서 팔고 있다. “수입산이 아니고 직접 채취해서 말려 가져 온 것”이라고 주인 아주머니는 자랑한다. 약재 표시가 모두 러시아어로 되어 있어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알 수 없었지만 귀국 후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순천대 대학원생인 나르기자(Nargiza Parpikhodjaeva) 씨의 도움으로 해결되었다.

약초 중에 한약 이름이 사향초, 백리향으로 불리는 타임이 먼저 눈에 띈다. 향이 백리까지 간다는 백리향은 생선, 육류 고기 요리의 필수 재료이며 샐러드, 수프에 넣어 먹는다. 소화불량, 치통에 유효하고 기침, 가래 제거에 좋은 약초이자 향신료다. 국화과(科) 식물로 한약 이름이 국거(菊苣) 또는 국거근(菊苣根)으로 부르는 약초인 치커리가 진열되어 있다. 잎을 샐러드로 식용하며 뿌리는 차로 제조하여 이용한다. 뿌리에는 카페인이 함유되어 있지 않지만 커피 대용품으로서 사용되고 있다. 치커리는 우리나라 <건강기능식품>에 수재되어 있다. 그 기능성은 혈중 콜레스테롤 개선, 식후 혈당 상승 억제, 배변활동 원활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유럽이 원산지이며 쓴국화로 불리는 탠지가 보인다. 소화 작용이 있고 간 장애 치료, 조충 구제약으로도 사용하는 약초이자 향신료다. 레몬밤도 수북히 담겨져 있다. 레몬 냄새가 나는 잎은 정신안정, 강장, 구풍 작용이 알려져 있다. 민트 종류가 진열대 위에 있다. 민트 종류 중 스피아민트는 소스, 샐러드, 채소에 풍미를 더하기 위해 요리용 허브로 널리 사용하거나 차로 활용한다. 소화작용이 있고 기침, 두통, 월경통 치료에 도움이 되는 약초다. 세인트존스워트(Saint John's Wort)의 영어명을 쓰고 상처치유, 항우울작용이 있는 히페리시초가 보인다. 세이지, 마리골드 류, 익모초 종류, 산사나무 류, 우단담배풀 류, 서양쐐기풀, 귀리, 들장미 종류도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에게 흔한 토끼풀, 자운영을 약초로 파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약초 상점 근처에는 향신료 판매점이 줄지어 있고 향신료의 울긋불긋한 모습은 관광객들에게 흥미로운 구경거리로 제공된다. 이 장면 하나 만으로도 키르기스스탄의 멋진 사진 소재가 되어 주었다. 여기서 유럽이나 동남아에서 자주 보았던 한약이자 식품인 팔각회향과 육두구가 단연 돋보인다. 팔각회향은 향신료 이름인 스타아니스(star anise)로도 부른다. 회향 이름이 들어가는 약초는 회향(페널), 소회향(딜) 그리고 팔각회향이다. 이 중에서 팔각회향은 과명(科名)이 붓순나무과이고 회향(페널)과 소회향(딜)은 산형과로서 다른 식물이다. 한약 육두구는 영어로 넛메그로 부른다. 육두구 씨인 넛메그와 씨 껍질인 메이스는 향신료로도 사용하며 이들의 향미는 비슷하다.

카더몬, 캐러웨이, 니겔라, 커민, 코리앤더, 사프란, 강황 등의 향신료도 보인다. 이 중에서 카더몬은 한약 이름이 소두구로서 사프란 다음으로 고가의 향신료이며 강한 매운 맛이 있다. 강장, 최음, 담즙분비 촉진작용이 있다. 장회향(藏茴香)으로 불리는 캐러웨이는 후추 맛이 나는 향신료로서 복부가 차고 아픈 증상, 소화불량에 효과가 있다. 니겔라는 블랙커민으로도 불리는 향신료다. 학명은 Nigella sativa로서 씨는 후추같이 생겼으며 면역활성을 높이고 강장, 소화작용이 있다. 커민은 중국어 쯔란(孜然)으로 잘 알려진 향신료다. 학명은 Cuminum cyminum이며 소화불량, 월경불순 치료에 도움이 된다. 코리앤더는 지상부를 고수[香菜] 또는 호유(胡荽), 열매를 호유자(胡荽子)로 부르는 한약이기도 한다. 특유한 ‘빈대’ 냄새가 나는데 어떤 사람들은 좋아하고 어떤 사람들은 싫어한다. 사프란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향신료다. 통경작용, 갱년기 장애와 기억장애 개선에 도움이 된다. 중앙아시아의 전통 국수인 라그만(lagman)과 고기 덩어리를 숯불에 구운 꼬치 요리인 시시케밥(shish kebab)에 쓰이는 양념 가루도 향신료 상점서 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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