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과 2019년 첩약건보사태, 무엇이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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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과 2019년 첩약건보사태, 무엇이 다른가
  • 승인 2019.05.24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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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공통점 ‘회원 의견 수렴 없는 중앙회 정책추진’…차이점 ‘최근 자보 추나 제한 영향 우려’

회원 “한의계 내부 공감 형성 필요”…한의협 “회원들 원치 않는다면 하지 않겠다”

[민족의학신문=박숙현 기자] 최근 한의협의 첩약건보 급여화에 대한 회원들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이러한 사태가 지난 2012년의 상황과 유사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약사 등 비의료인과의 첩약급여화와 회원들의 동의 없는 정책추진에 반대하는 점은 같았지만 최근 자보 추나의 제한이 첩약에도 적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는 점은 달랐다.

2012년과 2019년의 첩약건보는 약사와 한약사 등의 비의료인이 참여한다는 것에 대한 우려와 함께 회원들의 내부합의가 부족한 상태에서 집행부가 독단적으로 추진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올해 2월 1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주한 ‘첩약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기반 구축 연구’ 최종보고서가 발표되면서 한의계의 첩약건보 논란이 재점화됐다. 이어 이창준 복지부 한의약정책관은 지난 3월 말 전문지기자협의회와의 간담회에서 “대한약사회, 대한한약사회, 대한한의사협회 등이 참여하는 첩약협의체를 통해 급여화를 구체화시켜나가겠다”고 말한바 있다. 이에 회원들은 지난 3일 은평구한의사회간담회와 12일 첩약건강보험 공개토론회 등에서 “비의료인이 참여하는 급여화에 동의한 적이 없다”며 “회원들의 의사를 묻지 않은 중앙회의 독단”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일각에서는 최혁용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012년 첩약건보 논란이 처음 시작된 것은 당시 양승조 민주통합당의원(현 충남도지사)이 지난 2012년 8월 30일 65세 이상 노인에 대한 한약(첩약) 보험급여 실시 등의 내용을 다룬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면서 부터였다. 2017년 국회보건복지위원장이었던 양승조 의원은 당시 홍주의 대한한의사협회 직무대행(현 서울시한의사회장)과 함께 첩약의료보험 관련 업무를 재추진하였다. 2018년 홍주의 회장의 인터뷰에 따르면 “국회에서도 힘을 실어주겠다고 했다. 과거 사원총회서 한의계가 첩약건보에 반대하는 의사표현을 한 것과 관련, 재확인을 해야 된다는 숙제가 있었다”며 “이를 위해 전회원 투표를 실시한 결과 찬성표가 높았고, 짧은 시간 내에 양승조 의원과 협조해 법안이 발의된 상태”라고 밝힌 바 있다.

제40대 대한한의사협회 집행부는 2012년 첩약건보 논란이 불거지자 같은해 9월 2일 임시총회에서 첩약건보 급여화 등 중차대한 사업을 추진할 때는 반드시 대의원총회의 결의를 얻은 후 집행하도록 의결했다. 또한 집행부와 별도의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의료기기와 한약제제, 천연물신약 등의 문제에 대처하기로 했다. 그러나 임총 4일 뒤 김정곤 집행부가 보건복지부와 임의로 급여화를 추진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어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2012년 10월 25일 “노인과 여성 대상 치료용 첩약에 대한 보험급여 시범사업을 2013년 10월부터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당시 회원들은 “질병에 대한 진단과 처방권이 없는 약사들의 진료행위로 국민건강권이 침해될 수 있지만 한의협은 대의원총회 의결 과정도 거치지 않은 채 찬성의사를 밝혔다”며 반발했다. 한의사평회원협의회는 2012년 10월 28일과 11월 1일 한의협회관에서 첩약 보험급여 시범사업 반대와 김정곤 전 협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이러한 사태가 이어지자 2012년과 2019년 집행부는 “약사들이 한약의 권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협의대상에 포함된 것”이라면서 “회원들이 원하지 않는다면 최종안을 거부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최혁용 현 협회장은 지난 12일 첩약 건강보험 공개토론회에서 “한약투쟁의 결과로 인해 약사들에게는 한약제제에 대한 법적 권리가 있다”며 “협의체는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 중 일부다. 약사와 한의사가 각자의 입장을 내세워서 이를 종합하는 연구를 하는 중이다. 연구단계에서 데이터를 모으는 것을 하지 않을 이유가 있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구가 끝나고 협상을 할 때가 되었을 때 회원들이 이를 원하지 않는다면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김정곤 집행부는 2012년 11월 “이번 시범사업을 실시함에 있어 이해당사자의 협의가 전제 조건이며 이해당사자의 범주에 한약사 및 한약조제약사도 포함되어 있다”면서 “한조시약사는 100가지 한약 처방에 대한 조제권은 있으나 환자에 대한 진단권은 없으며, 따라서 진단권이 허용될 수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회는 이 사업 추진 시 한의사만이 참여할 수 있도록 강력히 주장할 것이며, 정부 측이 우리의 주장을 수용하지 못한다면 사업 자체를 거부하면 된다”고 밝혔다.

최근 사태에 대해 회원들은 첩약이 급여화 될 경우 첩약 의약분업으로 이어질 확률이 크며, 약사가 포함된다면 약가마진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 12일 진행된 첩약 건강보험 공개토론회의 플로어 질의응답시간에 A 회원은 “보험약에는 마진이 없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으로 알고 있다”며 “첩약의보가 되는 순간 한의사는 진찰료뿐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지난달 본지의 취재에 다르면 B 회원은 “보험이 되는 이상 약가 마진을 법적으로 받을 수 없고 약사, 한약사와 협의해야 하며 약사가 포함될 경우 의약분업으로 갈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2012년에도 유사한 지적이 나왔었다. 2012년 9월 당시 우정순 제중한의원장은 본지에 65세 이상 노인 첩약의보 법안 발의를 두고 “국가공공의료보험인 건강보험은 약가마진을 인정하지 않고 재료대를 철저히 산정함으로써 수가를 적용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2012년과 달리 추나 자동차보험의 개정안으로 인해 첩약에도 제한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가중됐다.

지난 8일 국토교통부는 자동차 보험에서의 추나요법 관련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전에 논란이 됐던 시간 기재 행위는 사라졌지만 일부 회원들은 “추나를 20회 이상 실시할 때 사례별 심사가 인정될 지 의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이종안 은평경희한의원장은 “추나급여화는 침이라고 하는 수단이 국가건강보험에 들어간 이후 거의 30년 만에 한의계가 건강보험에 들어가는 중대한 시기”라며 “한의학의 진료 규칙이나 패턴이 이것으로 정해진다”며 우려했다.

이렇듯 한의계를 휩쓴 두 차례의 첩약건보 사태의 이면에는 회원들과의 소통부족이 있었다. 이에 따라 협회가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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