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의 쇄양, 아위, 감초와 마황(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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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의 쇄양, 아위, 감초와 마황(2)
  • 승인 2019.05.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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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박종철

mjmedi@mjmedi.com


세계의 약용식물 여행스케치(38)
국립순천대학교 한의약연구소장

키르기스스탄의 오시 시장(Osh Bazar)은 비슈케크에서 규모가 가장 큰 시장이다. 키르기스스탄의 제2의 도시이자 오시주의 주도인 오시(Osh)에 있는 시장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한국에서 4400km나 떨어진 이 시장에도 한류 열풍이 불고 있다. 그래서 이곳에는 한국 드라마의 DVD가 자주 보인다. 이곳은 비행기 옆좌석에 앉았던 키르기스스탄인이 소개해 줬다. 그는 오시 시장에서 김치도 판다고 귀뜸하며 필자가 편하게 찾아갈 수 있도록 러시아어로 '김치 보여주세요'를 메모해 주머니에 넣어주기도 했다. 그는 "한국 고추장은 맵지만 맛있는데 키르기스스탄의 고추장은 그냥 맵다"며 우리 고추장 예찬론을 펼치기도 했다.

시장의 약초 판매점에서 만난 아위(阿魏)는 그 모양도 신기하고 또 러시아어로 표기되어 있어 처음에는 몰랐던 한약이다. 이 한약은 작년 여름에 중국 신장위구르(新疆維吾爾)자치구 우루무치(烏魯木齊)시의 신장국제시장에서 봤던 아위와 같다는 것을 알고 아위로 확인했다. 이 약재 표시판의 러시아어 번역은 순천대 한의약연구소 연구원이었던 새래는 어윤치치기 씨가 해줬다. 우리나라 의약품 공정서에서 한약 아위는 약초 아위(Ferula assafoetida)의 줄기를 자른 부위에서 삼출된 수지(樹脂, 식물체로부터의 분비물 또는 상처로부터의 유출물)를 말한다. 그렇지만 이곳 오시 시장이나 중국 우루무치 시장에서 파는 한약 아위는 공정서에 표기된 약용부위인 수지가 아니라 뿌리를 잘라서 유통하고 있었다. 키르기스스탄과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는 이전의 투르키스탄(Turkistan) 지역이므로 약용부위는 모두 뿌리로 판매하는 모양이다.

아위는 소적(消積), 산비(散痞), 절학(截瘧), 살충(殺蟲) 효능이 있다. 아위의 수지는 몸이 찰 때 찬 음식을 먹으면 명치 끝이 아프고 심한 설사를 일으키는 증상, 식체(食滯)에 사용하며 말라리아, 이질 치료에도 활용한다.

키르기스스탄의 최대 호수인 이식쿨(Issyk-Kul) 호수는 휴양지로 유명한 지역이며 ‘따뜻한 호수’의 의미를 가진다. 호수 너머로 만년설 산봉우리의 멋진 풍경을 선사하는 이식쿨은 동서 182km, 남북 60km에 이르는 큰 호수다. 비슈케크에서 카라콜(Karakol)로 가다가 휴식을 위해 호숫가에 잠시 정차했다. 호수 주위를 산책하다가 야생으로 자라고 있는 보라색 꽃의 감초를 우연히 발견했다.

감초(甘草)는 약초인 감초(만주감초, Glycyrrhiza uralensis), 광과감초(光果甘草, Glycyrrhiza glabra) 또는 창과감초(脹果甘草, Glycyrrhiza inflata)의 뿌리 및 뿌리줄기를 말한다. 이식콜 호숫가의 야생 감초는 위의 3종 감초 중에서 만주감초로도 불리는 Glycyrrhiza uralensis다. 감초는 보비익기(補脾益氣), 청열해독(淸熱解毒), 거담지해(祛痰止咳), 사화해독(瀉火解毒), 조화제약(調和諸藥)의 한방효능이 있다. 경북 영천시는 이식쿨주에 조성한 약용작물 시범농장에서 감초 재배에 성공한 뒤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며 2024년까지 농장 생산 면적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국내에서 유통되는 대부분의 한약재와 가공제품의 원재료는 중국,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에서 수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식쿨주의 주도인 카라콜에서 이식쿨 호수를 따라 비슈케크로 돌아오는 중에 마황(麻黃) 자생지를 만났다. 빨간 열매들이 열린 나무가 10km 가량 이어져 군락을 이루고 있길래 혹시 마황이 아닌가 하여 차를 세웠다. 진짜 마황이었다. 마황은 우리나라 식약처 공정서에 초마황(草麻黃, Ephedra sinica), 중마황(中麻黃, Ephedra intermedia) 또는 목적마황(木賊麻黃, Ephedra equisetina)의 초질경을 말한다. 그렇지만 이곳 마황의 종류는 알 수가 없었다. 호수를 배경으로 빨간 열매들이 뭉쳐 있는 야생 마황의 모습은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마황은 발한산한(發汗散寒), 선폐평천(宣肺平喘), 이수소종(利水消腫)의 효능으로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차면서 기침하는 증상, 기침할 때 숨은 가쁘나 가래 끓는 소리가 없는 증상 그리고 소변량이 줄거나 잘 나오지 않는 증상에 유효하다. 마황 줄기에는 주성분인 ephedrine이 들어 있다. 이 성분은 기관지 이완의 약리작용이 있어 진해효능을 나타낸다. 마황의 뿌리 및 뿌리줄기인 마황근(麻黃根)도 우리나라 공정서에 수재되어 있어 한약으로 쓰인다. 마황근은 몸이 허약하여 식은 땀이 나는 증상, 잠을 잘 때 땀이 나다가 잠에서 깨어나면 땀이 멎는 증상을 낫게 하는 효능이 있다. 뿌리와 뿌리줄기에는 혈압강하와 지한 작용이 있는 ephedradine 성분이 있다. 귀한 약초인 쇄양과 한약 아위 그리고 감초와 마황의 자생지를 만났던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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