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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형 시평]누구를 위한 의료일원화인가?
2019년 05월 11일 () 13:54:35 이태형 mjmedi@mjmedi.com
   
이 태 형
경희이태형한의원

지난 5월 7일 화요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의 주최 하에 ‘의료일원화를 위한 대토론회’가 개최되었다. 이 토론회는 대한한의사협회 최혁용 회장과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 뿐 아니라, 보건복지부 이기일 보건의료정책관도 참석함으로써 ‘의료일원화’라는 정책 방향에 있어 한의계와 의료계, 그리고 국가가 각각 어떤 생각을 가지고 접근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였다.

토론회 주최자인 신경외과 의사이기도 한 윤일규 의원은 개회사에서 의료제도는 의료인이 만든 것이 아님을 강조하였다. 의료인 보다는 국민이 만든 것이며, 따라서 국민에 의해 의료제도가 변화될 수 있음을 주지해야 한다고 말하였다. 또한 이와 동시에 현재 한국에서의 이원화된 의료제도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대승적 관점에서 의료일원화의 방향으로 의료 정책이 이루어져야 하며, 특정 질환에 대한 치료 방향에 있어 국가가 국민을 위해 어느 정도 가이드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 또한 축사에서 국민을 언급하였다. 그는 의료일원화는 의-한 면허갈등으로 인한 국민부담 등을 근원적으로 해결하고, 궁극적으로 올바른 의료제도를 통해 국민건강을 수호하며, 안전하고 검증된 양질의 의료서비스 혜택을 국민들에게 제공하기 위하여 필요한 것이라고 말하였다. 그리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 현재의 한의대 폐지 및 단일 의학 교육을 통한 단일 의사 면허자 배출을 전제로 해야 함을 전제하였으며, 기존 한의사 면허자 및 현 한의과대학 재학생들은 의료일원화 논의에서 배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어진 대한한의사협회 최혁용 회장의 축사에서도 국민은 또 다시 언급되었다. 그는 칼로 자르듯 한 배타적 의료이원화를 한 국가는 한국뿐이며, 이 같은 의-한 간의 관계 설정은 상호간 갈등만 증가시킬 뿐 아니라 국민 불편을 증가시킴을 주장하였다. 또한 그는 일본과 중국의 예를 들기도 하였다. 일본에서는 단일 의사가 침과 한약을 쓰고 있음을, 그리고 중국에서는 중의와 서의가 분리되어 있지만 상호 간의 면허 범위가 동일하기 때문에 중서의 간의 교류가 활성화되어 있음을 들어 이와 대비되는 한국의 이원제 의료정책이 가지는 문제점을 부각시키고자 하였다.

하지만 이들 모두가 토론회 서두에 ‘국민을 위한 정책’을 강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본 토론회에서 이루어진 토론 가운데 실지로 ‘국민’이 중심이 된 논의는 찾기 어려웠다. 모두가 국민을 위해 의료정책을 개편해야한다고 이야기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어떠한 의료 정책이 국민을 위한 최선의 의료정책인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상대적으로 결여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본 토론회는 이미 ‘의료일원화’라는 정책 방향이 현재의 ‘배타적 의료이원화’로부터 기인한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해답인 것으로 단정 짓고 논의를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토론회에서 논의된 구체적 의료일원화의 방법은 ‘한의학의 폐지’ 혹은 ‘의학교육 일원화’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았다. 주제발표 중 하나를 맡았던 임기영 의료리더십포럼 회장은 ‘의료면허일원화의 조건’이라는 발표에서 기존 한의사가 의사가 될 수는 없다고 하였으며, 앞으로 한의대를 축소 및 ‘철폐’함으로써 의학교육을 일원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의료연구센터 윤강재 센터장은 똑같은 환자에 대하여 의사와 한의사가 상반된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이로 인해 상호간 갈등이 유발되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또한 이 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양방의학과 한의학 간의 교육일원화가 우선순위에 있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주목해야 할 내용이라고 생각되었던 것은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조병희 교수의 ‘의료일원화의 가능성과 과제’라는 제목의 발표였다. 조병희 교수는 미국, 일본, 중국, 대만의 경우 모두 그 방식만 다를 뿐 모두 전통의학과 생의학(양방의학) 간 관계에 있어 이미 이원화가 이루어져 있다고 말하였다. 다만 미국과 일본에서는 침구사가 보완대체의학의 영역에만 특화되어 상호간 갈등의 소지가 차단되어 있으며, 중국과 대만의 경우에는 이원적 체제를 토대로 고유 업무영역을 유지하면서도 ‘겹치는 부분’에 대해 상호교류 및 인정이 이루어지고 있어 상대적으로 상호간 갈등의 소지가 적음을 강조하였다. 오직 한국에서만 의사의 한의학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인해 이원적 의료체계가 부정적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이로 인하여 상호간 교류가 제한되고 갈등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음을 밝혔다.

또한 그는 2008년 발표된 WHO 62회 총회 결정문(전통의학에 대한 정책권고)에서 제시된 WHO의 생의학과 전통의학 간의 의료통합 개념을 소개하기도 하였다. 이 권고에서는 의료통합은 크게 4가지 단계에 따라 이루어진다고 보았는데, 가장 처음으로 ‘억압 단계’를 설정하였다. 이 단계는 전통의학의 존재는 전혀 인정되지 않으며 시술 또한 불허되는 단계를 의미한다. 다음으로는 ‘용인 단계’인데, 이는 전통의학이 공식의료체계 내에 포함되어 있지만 시술은 일부 허용되는 단계를 말한다. 다음은 ‘포함 단계’인데, 이 단계는 전통의학의 존재가 인정되며 공식의료체계 내에 부분 편입되는 단계로 보았다. 가장 최종적으로는 ‘통합단계’를 설정하였다. 이 단계는 전통의학이 비로소 국가에 의해 공식적으로 인정되며 전면적으로 제도화가 되는 단계를 의미한다.

조병희 교수는 이 기준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이미 통합 단계에 진입했다고 말하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다시 양방의학과 한의학을 통합하고자 함은 오히려 이 같은 흐름에 역행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하였다. 그에 따르면 WHO에서 말하는 ‘통합의학’은 다양한 의료 체계를 단순히 일원화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전통의학을 제도적으로 인정하고, 이를 토대로 의료체계 내 공존의 방법을 찾는 것이 바람직한 통합의학 구현의 전제조건이 된다. 그는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상호 인정과 존중, 그리고 신뢰가 이루어져야 하며 상대방 지식에 대한 이해와 지식 공유를 토대로 상호간의 실질적인 교류가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하였다.

이에 더하여 조병희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WHO의 방향성과는 다르게 양방의학 중심의 일방적인 의료일원화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음을 지적하였다. 또한 통합에 대한 담론 자체도 매우 빈약하고 부실함에 안타까움을 제기하였다. 특히 “통합된 이후 한의학은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담론 자체가 부재한 상태에서 양방의학과 한의학 간의 통합을 어떻게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하였다.

나는 여기서 다시금 한의사들의 입장을 대변해야 하는 대한한의사협회의 정책 방향에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 최혁용 협회장은 국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하여 의료일원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의료일원화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지, 그리고 의료일원화 이후 한의학의 존재 방식은 어떻게 되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제시가 분명하지 않다. 예를 들어 그가 언급했던 일본과 중국, 두 국가에서의 전통의학 존재방식은 그 자체로서도 매우 상이한 방향성을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최혁용 협회장은 일본 혹은 중국에서 전통의학이 어떠한 방향성을 가지고 현대에 존재하고 있는지에 대해 고찰하고 논의하기보다는, 두 국가에서 모두 전통의학과 양방의학 간에 경계가 분명하지 않다는 측면에만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8년 1월, 협회장으로 당선된 이후 이루어진 인터뷰를 살펴보면 그는 일본식 일원화는 한의사가 없어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본인은 “모든 공약의 결론은 중국식 이원적 일원화”에 두고 있음을 말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이 정책방향조차 뚜렷하지 않다.

또한 무엇보다 한의학과 양방의학이 정말 일원화가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 주제는 20세기 이후 지속적으로 되풀이되었던 것이기도 한데, 이 같은 논의의 되풀이는 그 동안 두 의학 체계 간 상당 부분 가까워지기 위한 노력을 이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분명한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 국가에서 전통의학과 한의학이 가지는 관계가 다양한 형태를 지니는 까닭도 두 의학체계를 완벽하게 합치는 것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필자는 현재 한국에서의 한의학은 전통적 한의학과 현대적 한의학의 모습을 모두 포괄한다고 생각한다. 전통적으로 계승되어 온 한의학과 현대의 연구방법론을 활용한 한의학 연구는 상호 배타적인 관계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상호 협조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마땅하다. 의료일원화에만 몰두하여 한의학 자체가 가지는 의료적 가치를 폐기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필자는 정말로 국민건강을 위한 정책 결정을 추구한다면 한의학과 양방의학 각각이 가진 의료적 가치를 어떻게 하였을 때 가장 효과적으로 환자에게 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통의학이 현대에 어떻게 존재해야 할지에 대한 충분한 고민과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성급하게 의료일원화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하는 현 대한한의사협회의 정책 방향은 한의학이라는 학문 자체를 두고 보았을 때 매우 위험한 선택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보건복지부 이기일 보건의료정책관은 토론 가운데 정부에서는 지난 2018년 9월, 의한정협의체를 통해 2030년까지 의료일원화를 이루고자 하는 계획을 세웠음을 말하였다. 당시에는 기존 한의사 면허자에 대한 해결 방안에 이견이 있어 정책 진행이 무산되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조만간 다시금 의료일원화를 조속히 진행하기 위하여 앞서 문제가 됐던 현 종사자, 즉 한의사 및 현 한의대 재학생을 의료일원화 대상에 포함할지에 대한 논의는 일단 제외하고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하였다. 구체적으로는 보건복지부 산하에 발전위원회를 구성할 것이며, 양방의료와 한방의료 간의 교육과정을 통합할 것임을 말하였다. 또한 대한의사협회와 대한한의사협회 간의 합의를 통해 앞으로 있을 논의의 의사결정을 이루어나갈 것임을 밝혔다. 이기일 정책관은 토론 가운데 지난 2018년 협의체 구성 당시 양방의료와 한방의료의 교육과정을 통합하는 것에 의한정협의체 모두가 찬성했다고 밝혔는데, 필자는 이 부분이 특히 의아하게 생각되었다. 토론회에서 이루어진 전체적인 토론 내용을 종합해보면, ‘교육과정의 통합’은 실질적으로 한의대의 폐지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기존에 알려진 면허가 통일되더라도 한의대는 유지되는 방식을 추구하고 있다는 최혁용 협회장의 주장과 상충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지점에서 왜 우리가 ‘의료일원화’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지 다시금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 모두가 ‘국민’을 위해 가장 바람직한 의료정책 방향을 추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국민건강을 위해 가장 바람직한 의료정책이 한의학과 양방의학의 학문적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의료일원화인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아야 한다. 배타적 의료이원화로부터 비롯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가 택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 과연 무조건적인 의료일원화 뿐일까?

필자는 의료일원화가 유일한 해법이라고 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현재 국제적으로 논의되고 확산되고 있는 ‘통합의학’ 개념에 있어 가장 핵심이 되는 가치는, 앞서 소개했던 조병희 교수의 발표에서 살펴볼 수 있었듯 상호 인정과 교류이다. 환자를 위하여 어떠한 치료를 적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지 상호 교류와 협력을 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이다. 때문에 필자는 현 상황에서 성급히 일원화를 추진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환자가 중심이 되는 의료 환경에서 한의학이 최선의 의료적 공헌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인지 논의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많은 한의사 분들의 관심과 의견 제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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