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의 쇄양, 아위, 감초와 마황(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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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의 쇄양, 아위, 감초와 마황(1)
  • 승인 2019.05.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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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박종철

mjmedi@mjmedi.com


세계의 약용식물 여행스케치(37)
국립순천대학교 한의약연구소장

얼마전 한국국제교류재단은 서울특별시와 함께 ‘중앙아시아 봄맞이 축제 - 나우르즈 인 서울(Nowruz in Seoul)’을 한국국제교류재단 갤러리에서 개최했다. 이란어권과 중앙아시아 문화권의 봄맞이 행사인 ‘나우르즈’는 매년 춘분을 기리는 신년 축제로 ‘새로운 날’이라는 의미를 가지는 우리나라의 설날과 같은 명절이다. 이 축제는 2009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바 있으며, 금년은 ‘나우르즈’ 유네스코 등재 10주년이 되는 해이다. 중앙아시아 봄맞이 축제는 ‘서울에서 맞이하는 나우르즈’를 테마로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운 중앙아시아 5개국(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문화와 예술을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했다. 서울 시내에도 국내 최대 규모의 중앙아시아 거리가 있다. 지하철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역 인근의 종로구 광희동이며 서울의 실크로드로 불리고 있는 지역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중앙아시아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중앙아시아는 현대적 의미에서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의 5개 나라를 일컫는다. 이중 키르기스스탄(Kyrgyzstan)은 키르기즈스탄으로도 표기되며 주한키르기즈공화국대사관 홈페이지에 의하면 공식적인 국가 이름은 ‘Kyrgyz Republic’이다. '키르기스인(人)의 나라'라는 뜻의 키르기스스탄은 북쪽으로 카자흐스탄, 서남쪽으로 타지키스탄, 서쪽으로 우즈베키스탄, 동남쪽으로는 중국과 국경을 접하는 중앙아시아 내륙에 위치한 국가다. 중국 국경에는 톈산 산맥이 있고, 남쪽의 타지키스탄 쪽에는 파미르 고원이 펼쳐져 있다. 수도는 비슈케크(Bishkek)이며 인구는 약 600만 명이다. 키르기스스탄은 흉노, 위구르, 몽골족의 칭기즈칸, 중국의 청나라의 침입을 받았으며 러시아의 영토가 되었다가 1991년 독립을 선언하였다. 인천공항에서 비슈케크의 공항까지 가는 항공기는 직항편이 없어 카자흐스탄의 알마티나 우즈베키스탄의 타슈켄트를 경유해서 가야 한다.

멀리 있는 키르기스스탄은 우리와 공통점이 없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신체에 몽고점이 있다거나 의자보다 좌식생활을 더 즐기는 데서 우리와 문화적으로 아주 유사하다는 것이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한국교육원장의 설명이다. 이 한국교육원에는 많은 한국어 과정이 개설돼 있지만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열정에 찬 현지인들은 입학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시내에서도 뜨거운 한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키르기스스탄 공대 옆에서 사진 촬영하는 필자에게 지나가는 한 여성이 "안녕하세요" 라며 인사하고 대통령 궁 인근에서 만난 한 무리의 아가씨들도 간단한 한국어로 다가온다. 수도 비슈케크의 곳곳에는 삼성과 LG의 간판이 세워져 있고 현대차들이 거리를 질주하고 있다. 의류상점에는 우리 제품의 화장품과 옷이 가득하고 진열품 사이에 한국 배우, 가수 사진을 걸어놓고 고객을 유혹하고 있다.

비슈케크에서 멀리 떨어진 제4의 도시, 카라콜(Karakol)의 한 시장에서는 '한국 샐러드'란 간판을 걸어놓고 고려인 모녀가 한국식 절임식품을 팔고 있었다. 시골 마을인 총커민의 민박집 주인 아주머니는 필자 일행을 위해 드라마 대장금의 주제가를 러시아어로 바꿔서 노래해 준다. 대도시는 물론 한적한 시골구석도 한국을 찾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키르기스스탄에서 만났던 쇄양, 아위, 감초, 마황의 4종 약초를 소개한다. 중요한 한약인 쇄양부터 시작한다. 수도인 비슈케크의 동쪽에 위치한 코노르첵(Konorchek) 협곡은 키르기스스탄의 그랜드캐년으로 불리는 곳이다. 빨간색의 거대한 협곡을 바라보며 촬영에 열중하고 있는데 일행 중 한 분이 땅 위로 머리만 쏙 내밀은 희한한 식물 모습을 보며 “식물 이름이 뭐냐?”고 묻는다. 필자도 처음 만났지만 틀림없이 귀한 약용식물일 것 같아 수많은 기록사진으로 남겨뒀다. 귀국 후 확인해 보니 약초 쇄양(鎖陽, Cynomorium songaricum)이 아닌가? 꽃대가 지상으로 올라온 쇄양인 것이다. “보기 어려운 쇄양을 이렇게 만났다니“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기뻤다. 쇄양은 사막지대에서 자라는 소과백자(小果白刺, Nitraria sibirica)를 숙주로 하여 기생하는 약용식물이며, 꽃대가 있으면 비정품으로 취급하므로 전초에서 이 꽃대를 제거한 육질경(肉質莖) 부위만 한약으로 사용한다. 중국에서는 서북지역인 칭하이(青海)성, 간쑤(甘肅)성, 신장위구르(新疆維吾爾)자치구, 닝샤(宁夏)회족자치구, 산시(陝西)성 그리고 북부지역인 네이멍구(内蒙古)자치구의 사막지대에서 쇄양이 생산된다. 실제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烏魯木齊)의 신장국제시장에는 꽃대가 달린 쇄양을 쌓아 두고서 팔고 있었다.

쇄양은 보신양(補腎陽)의 대표적인 효능을 비롯하여 익정혈(益精血), 윤장통변(潤腸通便)의 한방 효능이 알려져 있으며, 양기 부족, 발기 부전에 유효하고, 허리와 무릎을 쓰지 못하고 심하면 근육이 위축되는 병증에 사용한다. 동의보감에는 ‘쇄양(瑣陽)의 성질은 따뜻하며 맛이 달고 차며 독이 없다. 무의식 중에 정액이 몸 밖으로 나오는 것, 꿈을 꾸면서 정액이 배설되는 것을 멎게 하며 음을 보한다. 기가 허하여 대변이 마른 사람에게 좋다. 삶아서 죽으로 만들어 먹는다. 이것은 육종용의 뿌리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외국에서 촬영한 귀한 약초사진이므로, 외부에 유출을 금합니다. 책 발행시에 사용하는 저작권이 있는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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