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865> - 『醫知切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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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865> - 『醫知切要』
  • 승인 2019.04.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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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mjmedi@mjmedi.com


斥和攘夷를 외치던 시대의 함성

바야흐로 제국주의 서구열강으로부터 불어오는 어두운 그림자가 조선을 향해 서서히 밀려오던 무렵, 어느 이름 모를 의인이 필사한 의서를 살펴보고자 한다. 표지에는 단아한 서체로『의지절요』란 서명이 붙어있고 이와 함께 ‘歲在丙寅臘月上澣’이라는 등사기가 적혀 있다. 지질이나 보존상태로 보아 조선시대 말엽으로 보이며, 병인년이라 적은 간지를 감안하면 아마 1866년경 작성한 것이 아닐까 싶다.

◇『의지절요』

사실 이 해에는 정초부터 흥선대원군에 의해 천주교 禁壓令이 내려져 프랑스신부 9명과 남종삼을 위시한 천주교도 8000여명이 학살되었다. 이에 같은 해 10월 중국 천진에 주둔하고 있던 프랑스함대가 강화도에 해병대와 전함을 보내 강화성을 공격하였고 무단 점령하여 무기와 서적, 양식을 약탈하였다. 이에 조선은 이경하, 신헌, 한성근, 양헌수 등으로 하여금 문수산성과 정족산성 같은 요새를 방비케 하였고 곳곳에서 전투가 벌어졌다. 조선군은 매복 작전을 벌인 끝에 프랑스군에 큰 타격을 주었고 마침내 11월11일 강화성에서 몰아냈다.

그러나 1달 동안이나 강화도에서 머무르던 프랑스군은 패주하면서 강화성 전각과 관아에 불을 지르고 금은괴와 대량의 서책, 무기, 귀중품을 약탈하여 중국으로 떠났다. 이를 계기로 대원군은 전국 곳곳에 斥和碑를 세우는 한편, 쇄국양이 정책을 굳건히 하고 가일층 천주교 박해가 심해졌으니, 이를 두고 역사에서는 ‘丙寅洋擾’라고 부른다.

때마침 이 책은 동아시아 국제정세가 구미열강의 야욕 아래 西勢東漸의 기류가 급변하던 바로 이런 시기에 써진 의약서로 시대적 상황을 감안하여 이모저모를 살펴보면 매우 흥미로울 것으로 여겨진다.

불분권 1책의 필사본인 이 책에는 서발이 없으며, 저작자나 등사자는 밝혀져 있지 않다. 다만 권두에 목록을 대신하여 “辨內外傷證, 辨陰陽兩證, 鍼灸篇序, 醫家五行論, 傷寒賦, 醫知切要, 察病要訣, 人身所屬部 以上合部.”라고 적혀 있어, 대략 이 책의 구성 체계를 짐작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정작 본문에서는 이와 차서가 다소 다르며, 수록내용도 정확하게 일치하진 않는다. 아마도 등초를 시작할 시점에 개략적인 구상 체계를 적은 것으로 여겨지며, 실제 초사 시점에서는 생각이 바뀌게 된 나머지 상당 부분 내용이 달라진 것이 아닌가 싶다.

본문의 첫머리에는 人身所屬部가 수록되어 있는데, 대개 허임『침구경험방』의 一身所屬臟腑經과 대동소이하다. 이어 十二經脈氣血多少分, 五臟六腑相關, 五臟六腑相合論 등의 내용이 들어 있고 “五行者, 金木水火土也 ……”로 시작하는 문장이 실려 있는데, 제목이 붙어 있지 않다. 대개 음양변증과 오로칠상, 허실치법에 관한 내용이 들어 있어 아마 이것이 醫家五行論이란 논제를 붙인 의론이 아닌가 싶다.

또 찰병요결이란 장문의 의론이 붙어 있는데, 일일이 현토되어 있어 날마다 口誦했던 내용임을 알 수 있다. 조선 중기『동의보감』이 나온 이후 사본류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내용이지만, 아직 그 원류와 작자를 고증하지 못하고 있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을 뿐이다.

그 다음이 본서의 표제와 일치하는 ‘의지절요’란 의론인데, “醫雖少方이나, 乃寄死生하니, 最要變通이오, 不宜固執하라. 明藥脈幷治之理하고 悉望問聞切之情하라. 藥推寒熱溫涼平和之氣와 辛甘淡苦酸鹹之味와 升降浮沈之性, ……”으로부터 시작하여 진단맥법, 오장육부, 육음칠정, 내외상, 방실과로 등 병인병기와 변증 그리고 허실과 남녀노소 分治, 보사치법과 보음보양, 주야음양, 기혈다소, 보기보혈 등 치료원칙에 관한 요령이 간략하면서도 빠짐없이 조목조목 구비되어 있다.

그 뒤로는 辨陰陽兩證, 辨氣血痰火, 五臟及陰陽節侯, 雜病占死候, 辨內外傷證, 傷寒賦가 이어진다. 또 권미에는 현토한『鍼灸經驗方』서문이 실려 있는데, 이것이 권두에 적힌 鍼灸篇序임을 알 수 있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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