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약 급여화 위한 처방 공개…회원들의 생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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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약 급여화 위한 처방 공개…회원들의 생각은?
  • 승인 2019.04.11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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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호 기자

김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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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들, “임의 조제의 오남용 우려” “자보와 동일하게 처방명만 공개해야”

한의협, “소비자 욕구 강해 정부로선 불가피한 선택…오히려 신뢰 가질 수도”

[민족의학신문=김춘호 기자] 한의협이 첩약의 급여화를 위해 처방전을 공개한다는 협의를 진행 중인 가운데 회원들 사이에서는 임의 조제의 오남용 우려와 함께 자동차보험과 동일하게 처방명 정도만 공개해야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또한 국가 보험에 적용되려면 처방전 공개는 불가피하다는 입장도 제기됐다.   
한의협 관계자는 최근 “첩약 급여화를 위해 그램(g) 수를 제외하고 처방 된 약재를 공개하는 것으로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한의계 내부에서는 첩약의 건강보험 적용은 찬성하지만 처방전을 공개한다는 협의 과정은 다시 생각해볼 문제라고 지적했다. 

A 한의사는 “일부에서는 양약을 예를 드는데 처방전을 공개하는 양약은 전문의약품이다. 이는 양의사의 처방 없이는 환자들이 구할 수 없지만 한약은 전문의약품으로 지정 돼 있는 것이 몇 가지 없다. 대부분의 약재는 누구나 쓸 수 있다”며 “그램(g) 수를 제외한다지만 처방에 들어간 약재 이름만 알아도 임의 조제해서 복용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다.

B 한의사는 “우리나라의 현실상 처방 내용을 공개하게 되면 건강원 등에서 스스로 지어먹는 일이 생길 것”이라며 “처방명 정도를 공개한다거나, 내용을 알려주더라도 상위 몇 가지 약물 정도로 제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금만 해도 처방을 궁금해 하는 환자들에게 세부 내용이 아닌 대강의 처방 계통만을 공개했을 때도, (나중에 연락을 해 보면)스스로 지어 먹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럴 때 모든 부작용과 효과 미비 등 모든 책임은 한의사가 질 수 밖에 없게 된다”고 밝혔다.

C 한의사는 “약재는 약령시장이나 마트 등 어디서나 쉽게 구매할 수 있는데 이는 곧 약물 오남용의 문제가 된다”며 “처방 공개 없이도 급여화는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자동차보험에서는 처방명만 공개하고 있는데 이와 동일하게 해야한다”고 말했다.

D 한의사는 “환자들에게 그램(g) 수는 크게 상관이 없을 것이다. 어느 약재가 들어간 것을 알게 되면 해당 약재를 구해 인터넷 등을 통해 정보를 취합해 양을 조절할 것”이라며 “시장에 가면 약재는 다 구할 수 있다. 첩약 급여화를 반대하는 건 아니다. 그런데 처방을 먼저 공개하겠다고 협의하는 건 우리 것을 다 내놓고 시작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첩약 급여화가 포괄수가제 형식으로 정해졌을 경우 진료권 확보와 처방의 다양성을 존중받지 못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C 한의사는 “한약 처방은 한의사들의 의료 기술이다. 예를 들어 환자의 체질에 따라 어떤 약재를 넣어야 하는지 판단해야 하는데 이를 인정해줘야 한다”며 “국민건강을 위해 한의사들이 약재의 선별에 있어 충분한 진료권 확보와 처방의 다양성을 존중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E 한의사는 “포괄수가제 형태의 수가제라면 처방 내용을 필수로 공개할 필요는 없다”며 “만약, 기준 처방 단위나 처방 구성 약재 하나하나에 수가를 매긴다면, 환자의 부담도 그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처방 내용을 공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것을 문서로 해야 하는지 구두로 설명할 것인지는 더 따져봐야 하겠는데, 가장 큰 문제는 처방 내용을 가지고 환자가 임의로 한약재를 구해 복용하는 것에 대한 염려다. 하지만, 처방 내용 공개 요구를 빙자해서 결국 첩약 분업이나 기준 처방(한의사의 판단에 따른 추가 약재를 더하거나 뺄 수 없는) 강제 쪽으로 가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보험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처방 공개가 전제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F 한의사는 “일반인은 어느 정도 규격화 돼 있는 것을 원하고 어떤 성분이 들어갔는지 알고 싶어 한다. 국가 보험에 적용되려면 처방전 공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원방이 비방이라서 사람들이 한의원에 가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도 인터넷에서 어느 정도 정보는 알 수 있음에도 한의사를 찾아온다. 국민들이 내 몸을 관리 받게끔 만드는 게 한의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한의협의 한 임원은 지난달 초 한의사들이 주최하는 한약재와 관련된 포럼 자리에서 “처방전 공개부분은 소비자의 요구가 강해서 정부로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정부 입장은 그 허들을 넘어야 급여화에 순조롭게 갈 수 있다고 한다”며 “고민이 되는 부분도 있지만 현재 처방전을 공개하는 의료기관도 꽤 있다. 공개가 결코 우리에게 이롭지 못하다고 판단하지 않는다. 정보를 주는 게 오히려 더 낫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실제 어떤 의료기관은 큐알 코드로 공개한다. 그런 기관들이 오히려 신뢰를 갖는 부분이 강하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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