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케랄라의 향신료 시장
상태바
인도 케랄라의 향신료 시장
  • 승인 2019.04.05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종철

박종철

mjmedi@mjmedi.com


세계의 약용식물 여행스케치(35)
국립순천대학교 한의약연구소장

코치(Kochi)는 인도 남부 케랄라 주의 항구 도시로 코친(Cochin)이라는 이름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 도시는 14세기부터 인도 향신료 무역의 중심 역할을 했다. 코치는 지금도 인도 향신료 투어의 중심이 되고 있다. 코치 북부에 위치한 케랄라산림연구소 식물원과 케랄라농대 약용⋅향료식물원에서 약초 조사를 마치고 코치 시내의 향신료 시장으로 급히 달렸다. spice market이란 간판이 즐비한 시장은 서서히 문을 닫고 있는 중이다. 미리 얘기를 해둔 상점으로 들어서니 인도 전통 여성옷인 사리를 걸친 여성들이 반갑게 맞이한다.

강황이 수북이 담긴 판매대가 보이고 옆에는 호로파, 정향, 팔각회향, 후추를 담은 접시가 큰 쟁반 속에 두고서 방문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벽면은 울긋불긋한 향신료 포장으로 가득 차 있다. 향신료 고향에서 다양한 향신료를 눈으로 보고 직접 만져보니 전공자의 기분은 보물을 찾은 느낌이다.

이중 호로파(胡蘆巴)는 영어명이 페뉴그리크(fenugreek)인 콩과 식물의 향신료다. 우리나라 <식품공전>의 ‘식품에 사용할 수 있는 원료’ 부분에 호로파의 명칭으로 열매, 씨가 수재되어 있다. 씨를 굽게되면 향기가 나며 가루는 카레요리, 피클에 첨가하여 활용한다. 호로파는 한국 <건강기능식품>에도 수재되어 있으며 그의 기능성은 혈당상승 억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일일섭취량은 호로파 종자 식이섬유로서 12-50g이다. 호로파는 신장의 기능이 허약해져서 나타나는 요통, 복부팽만, 비위허약에 유효하며 최유의 약리작용을 가지고 있다.

상점에 진열되어 있던 정향은 클로브(clove)로 불리며 그 꽃봉오리를 약초 또는 향신료로 사용한다. 향이 아주 강해서 적은 양을 사용해야 한다. 전통적으로 정향을 오렌지에 찔러 넣어 방에 매달아 벌레를 쫓는 방역용으로 이용한다. 커리, 소스, 케이크, 빵, 다진 고기에 향을 내는데도 활용한다. 정향의 정유성분인 유게놀(eugenol)은 살균, 방부작용과 소염, 이담작용이 있다. 한방에서 정향은 위 주위를 따뜻하게 하여 오심, 구토를 가라앉히는 효능이 있으며 신(腎)과 양기(陽氣)를 보하는 약이다. 예전에 유럽의 치과의원에서 국소마취, 진통의 목적으로 사용한 적이 있다.

팔각회향은 스타아니스(star anise)의 영어이름을 가지며 붓순나무과 식물이다. 중국이 세계 총생산량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매운맛과 쓴맛을 가지는 독특한 향미가 특징이다. 오리, 닭, 돼지고기를 이용한 요리 중에서 찜이나 조림처럼 오래 조리하는 요리에 팔각회향을 첨가하면 주재료의 나쁜 냄새를 제거하면서 독특한 향으로 요리의 맛을 살리는 역할을 한다. 스위스 제약회사 ‘로슈홀딩’은 팔각회향으로 전세계 제약시장을 장악했다. 팔각회향 열매에서 면역력을 높이는 성분인 시킴산(shikimic acid)을 추출해 신종플루 치료제로 유명한 '타미플루'라는 신약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시 팔각회향은 많은 과학자들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한방에서 양기(陽氣)를 통하게 하고 한사(寒邪)를 없애며 기를 다스려 통증을 멎게 하는 한약으로 방향성 건위, 복통, 구풍의 약리작용이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 보기 어려운 소두구도 이 향신료 거리에서 자주 보인다. 소두구는 한약 이름이지만 식품 분야에서는 향신료인 카더몬(cardamon)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생강과 식물로 학명은 Elettaria cardamomum이다. 한방에서 위(脾)를 튼튼하게 하고 인체 내에 침입한 풍사(風邪)를 제거하는 효능이 알려져 있다. 강장, 최음, 구강청량, 담즙분비촉진의 약리작용이 있다. 인도나 스리랑카에서 자주 보이는 실론계피는 큰 접시에 홀로 담겨져 있다. 이는 베트남에서 생산되는 계피와 다른 종으로 가늘고 향이 좋아 유럽인들이 즐겨 찾는다. 우리나라 식약처 공정서는 계피가 아닌 육계로 부르고 있다.

상점에서 특이한 열매도 발견한다. 바로 금강보리수의 열매인 루드락샤(rudraksha)로서 상점 앞의 마대 한 포대에 가득 차 있다. 인도에서 신성하게 여기는 열매로 주로 목걸이, 팔찌, 염주로 만들어 사용한다. 향신료는 아니지만 단단한 이 열매를 몸에 차고 있으면 악귀를 쫓고 좋은 일만 생긴다고 알려져 있다. 인도 전통의약인 아유르베다에서 루드락샤의 나무껍질과 잎은 정신장애, 두통, 피부질환에 활용하고, 열매는 기관지염, 신경통, 두통, 거식증 치료에 이용하는 약용식물이기도 하다. 루드락샤를 처음 본 필자는 귀국 후에 이 열매의 정체를 알아냈다.

상점 바깥에는 여러 개의 마대에 향신료가 가득 들어있고 이는 관광객들의 좋은 사진 소재가 되어 주었다. 밖으로 나서는데 인도를 장기간 여행 중인 한국 여대생 두명을 만났다. 반갑고 또 부러운 마음에 함께 기념촬영을 하며 저 나이에 나는 무엇을 했을까 곱씹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