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료기술평가 시행 13년…한의기술 등재 건수는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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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료기술평가 시행 13년…한의기술 등재 건수는 ‘0’
  • 승인 2019.03.28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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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치료기술 효과 과학적 근거 창출 미숙 등 원인

제한적 의료기술제도 및 신의료기술평가 유예 제도 활용 방안 등 모색

[민족의학신문=박숙현 기자] 국내에서 신의료기술평가가 시행된 지 13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한의의료기술은 등재된 건이 없었다. 이와 관련해 제한적 의료기술과 신의료기술평가 유예제도를 활용하고, 협회차원의 홍보 등을 통한 한의사들의 인지도와 참여를 늘려야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다.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사업단은 지난달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2단계 사업에서는 한의 치료기술을 신의료기술 통과나 한방의료행위 증가 등의 방식으로 제도화하는 것에 역점을 가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척추도인안교학회는 지난달 27일 정기총회에서 공간척추도인안교행위의 신의료기술 등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부터 준비해온 공간척추도인안교행위의 행위정의가 한의학회의 심사를 통과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또한 올해 초까지 인상기의 식약처 의료기기인증도 받을 계획이다.

이렇듯 한의계에서도 신의료기술을 등재하고자 하는 노력이 지속되고 있지만 신의료기술평가제도가 시행된 지난 2007년부터 현재까지 신의료기술로 등재된 기술은 없었다.

박동아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연구위원의 ‘한의 신의료기술 평가 활성화 방안 모색’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신의료기술 신청건수 총 2121건 중 한의과 분야는 전체의 2%에 불과한 42건이었다. 이 중 신의료기술로 인정된 건은 한 건도 없었으며, 기존기술이 14건 (45.2%), 조기기술 6건(19.4%), 연구단계기술 2건(6.4%), 신청취하 8건(25.8%), 반려 1건(3.2%) 순이었다.

그렇다면 한의계가 신의료기술 등재가 부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의계가 의료기술에 대한 충분한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는 데 미숙하고, 이를 위한 연구수행에 어려움이 많다는 의견이 있었다.

박동아 연구위원은 지난 2017년 보건의료연구원의 ‘한의 신의료기술 평가 활성화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치료효과를 입증할만한 과학적 근거 및 제도의 이해와 경험이 부족하다”며 “과학적 근거를 생산하기 위한 인적 인프라도 매우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의과에서 지난 2016년까지 신의료기술을 신청한 사례 중 안전성과 유효성 평가대상으로 심의되어 연구단계기술로 판정받은 것은 ‘감정자유기술’과 ‘한방진단시스템을 이용한 변증유형 분석’이었다. 이 두 기술은 안전성 면에서는 인정을 받았지만 치료효과 평가를 위한 질 높은 연구가 부족하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더욱이 한의과의 R&D 예산 역시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고성규 교수는 지난 14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개최된 제8차 한의약보건정책포럼에서 “정부의 R&D사업 예산의 경우 한의관련사업은 지난 2017년 절정을 찍고 매년 줄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체 보건의료 R&D에서 한의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4.6%였다. 그는 “R&D가 없고 산업이 없는 학문은 발전할 수 없다”며 “올해는 연구개발비가 전년대비 84억 원 감소한 155억 원이 책정됐고, 신규사업과 범부처사업도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한의사들이 신의료기술에 대한 인지도 자체가 낮은 것도 원인이었다. 박 연구원의 보고서에 실린 이상남, 이봉효, 이영준, 한창현 등의 ‘신의료기술에 대한 한의사의 인식 실태 파악을 위한 전화조사 연구’에 따르면 한의사 200명 중 신의료기술에 대해 ‘알고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54%(108명)였고, ‘모른다’고 답한 사람은 45%(90명)이었다. 즉, 응답자의 절반 가까운 사람들이 신의료기술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셈이었다.

신의료기술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답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그 원인을 묻자 이들은 ▲한의사협회의 홍보부족(29.6%) ▲국가의료정책에 대한 한의사의 관심부족(25.4%) ▲한의사 회원들 간의 정보교류 부족(20.4%) 등을 이유로 택했다.

신의료기술 평가위원회에서 한의사의 비중이 낮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지난 2017년 기준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는 20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중 한의계 전문가는 2명(10%)다. 이외에 의사협회 9명, 치과협회 2명, 소비자단체 2명, 변호사 및 보건의료정책 2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신의료기술평가사례 중 양의계와 한의계의 이해상충으로 인한 논란도 있었던 것으로 지적됐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까.

김남권 한의임상진료지침사업단장은 제한적 의료기술제도와 신의료기술평가 유예 제도를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제한적 의료기술은 II-b등급 연구단계 의료기술 중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선정된 의료기관에서 비급여 진료를 허용하고 그 결과를 의과학적 근거로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한의과의 경우 연구단계기술로 선정된 감정자유기법이 해당된다.

신의료기술평가 유예 제도의 경우, 신의료기술평가 유예 요건이 충족된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의료기술의 조기 시장진입을 허용하고 신의료기술평가를 1년간 유예하는 제도다. 김 단장은 현행 1년은 현실적으로 기간이 부족하므로 유예기간을 3년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의사들의 신의료기술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협회 차원의 홍보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의사들이 신의료기술의 신청 및 평가 절차 등에 대한 개념과 이해가 부족해 협회에서 홍보를 하고 신의료기술 경험자들의 사례를 소개하는 세미나 등을 개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이외에도 한의학의 과학화를 위해 R&D지원을 늘리고, 한의 전문 소위원회를 늘리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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