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진출 한의사 3인에게 들어보는 카자흐스탄·독일·미국 생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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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진출 한의사 3인에게 들어보는 카자흐스탄·독일·미국 생활은?
  • 승인 2019.03.25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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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음식 및 행정처리 등 예측 힘든 문제 많아…보편적 용어사용 및 유연한 상황대처必

[민족의학신문=박숙현 기자]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기준 해외진출을 가장 많이 한 진료과목은 한의과였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한국한의학연구원은 지난 2015년부터 한의사를 위한 미국과 캐나다, 호주, 유럽 진출 가이드북 등을 발간해왔다.

그렇다면 실제로 해외로 진출해 임상이나 연구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의사들이 경험한 타향살이는 어땠을까.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세 명의 한의학을 전파하기 위해서, 한의학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서, 그리고 한의학의 새로운 모습을 직접 체험하기 위해 해외를 선택했다고 했다.

카자흐스탄의 진료를 하고 있는 박종승 청연 국제진료센터장은 한의약 세계화 정책을 바탕으로 정부지원사업을 수행했기 때문이었다고 말하면서도 카자흐스탄에 한의약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카자흐스탄은 잠재력이 좋은 국가지만 의료기술이 한국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의 우리의 우수한 기술을 전파하고 카자흐스탄의 의료수준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판단이 들었다”고 밝혔다.

독일에서 뇌과학 박사과정을 밟은 이인선 한의사는 “독일이 아니라 다른 나라, 혹은 국내였어도 한의학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학문을 배울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떠났을 것 같다”며 “뇌과학을 전공한다면 앞으로 한의학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서 떠나게 됐다”고 고백했다.

미국 맨해튼에서 개원의로 활동하고 있는 박지혁 원장은 이 미국행을 결심한 것은  2010년이었다. 대학원생이던 당시 제천에서 열린 국제한방바이오엑스포의 통합종양학술대회에서 뉴욕 메모리얼 슬론-캐터링 암센터의 의사인 개리 뎅(Gary Deng)의 강연을 들은 것이 계기였다고 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암환자에게 침을 놓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미국에서 통합의료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알고 싶어 미국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해외에 진출하고 난 뒤에도 언어나 행정적 처리 등을 비롯해 미처 예측하지 못한 일들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박종승 센터장은 “여행에서 잠시 방문하는 것과는 다르게 실제 생활에서는 현실적응이 필요하다”며 “개인차가 많겠지만 음식의 호불호, 문화차이에 대한 적응도, 환자를 다루어야 하는 입장에서의 상호 언어소통에 대한 이해도, 현지활동을 위한 법적·제도적·행정적 문제에 대한 처리도의 차이가 사전 기대감과 실제 만족도를 좌우하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인선 한의사는 “해외 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는 예상치 못한 크고 작은 문제들이 매일 벌어지곤 했다”며 “좋은 연구 하고 싶다는 기대가 있었는데 물론 그것도 중요하지만 안정적으로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언급했다.

또한 자신들이 택한 생활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극복해야할 어려움도 있었다. 국외에서의 생활로 국내 단체와의 교류가 부족하거나 새로운 도전을 택해야 할 때도 있었고, 한의학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를 설득해야하는 어려움도 있다고 했다.

박종승 센터장은 “현지인들에게 치료를 해주고 이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을 때의 색다른 가슴 벅참, 더 나아가 현지 의료인이나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와 세미나를 통해 기술을 전파해주는 과정에서 얻는 보람과 자부심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의학의 불모지에서는 우리의 치료기술과 원리를 기초단계부터 현지인들에게 설명하고 설득을 시켜야만 한다”고 말했다.

이인선 한의사는 “일단 시야가 넓어지고, 한국에선 미처 생각도 안 해봤고 상상도 안 해봤던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는 걸 직접 볼 수 있어서 좋았다”며 “유명한 연구자들이 줄지어 발표하고 토론하는 것을 직접 보고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그러나 한의계와의 교류가 부족해질 수 있다. 한국에 있는 동종 업계 사람들과 계속 대화하면서 흐름을 잘 따라가는 것이 필요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박지혁 원장은 “미국에서 개원을 한 뒤 기뻤던 때는 통합의학적 진료를 받고 호전된 환자들이 내 치료에 감사를 표할 때, 그리고 주변의 다른 의료인과 미팅을 진행하면서 협업관계를 만들어 나갈 때였던 것 같다”며 “자생한방병원 뉴저지분원장으로 일하며 좋은 경험을 많이 했지만 더 큰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2015년 맨해튼에 개원을 결심했는데 새로운 의료모델을 시도하느라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해외진출을 꿈꾸는 한의사들에게 환상보다는 현실에 대처해야한다고 전했다. 또한 치열하게 고민한 뒤 직접 해보면서 적극적으로 대처해나가라고 조언했다.

박종승 센터장은 “해외진출은 국가별로 특수변수가 많아서 단적으로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중요한 것은 열정을 가지고 직접 현장에서 부딪쳐보는 것”이라며 “관심이 있는 지역이 있다면 그곳에서 실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을 방문해 참관도 하고 직접 일정기간 동안 체류하고 체험하면서 최종판단을 해나가는 방법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이인선 한의사는 “너무 큰 기대와 환상보다는 어떤 상황이 발생해도 잘 적응해나갈 수 있는 건강한 몸과 마음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외국에서는 한국에서 통하던 방법이 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미리 인지하고 대처해나간다면 무리 없이 적응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지혁 원장은 “내가 어떤 것이 좋을지 취향이 중요하다”며 “미국에서의 생활이 내게 맞을지, 그렇다면 지역은 어디가 좋을지 등을 고민해봐야 한다. 또한 미국에서 다른 의료인들과 소통하며 진료할 때 보편적인 용어로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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