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기병증과 사상인 질병분류(18) - 자법론ㆍ본병론의 자법(刺法)과 병증(病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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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기병증과 사상인 질병분류(18) - 자법론ㆍ본병론의 자법(刺法)과 병증(病證)
  • 승인 2019.03.15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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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

이정우

mjmedi@mjmedi.com


자법론ㆍ본병론의 주제와 실수(失守)

《자법론(소.72)》・《본병론(소.73)》의 두 논문을 이끌어 가는 핵심은 승강왕래(升降往來), 즉 승강출입(升降出入)이다. 육원(六元)의 승강출입은 육기(六氣)의 불승(不升)ㆍ불강(不降)ㆍ불천정(不遷正)ㆍ불퇴위(不退位)며, 오극(五極)의 출입은 오운(五運)의 불천정(不遷正)ㆍ불퇴위(不退位)다. 불천정(不遷正)이란 정위(正位)로의 불입(不入)이요, 불퇴위(不退位)란 정위(正位)에서의 불출(不出)이다. 두 논문은 공히 육원(六元)의 승강출입(升降出入)을 논하고 이어서 오극(五極)의 출입(出入)을 논하고 있다.

그렇다면 두 논문에서 오운지기(五運之氣)의 출입(出入)만을 논하고 승강(升降)을 논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오운(五運)의 승강왕래(升降往來)는 왜 빠졌는가? 오극(五極)의 승강지울(升降之鬱)은 《육원정기대론(소.71)》 26장 오울지발론(五鬱之發論)에 이미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음양(陰陽)의 승강왕래는 한꺼번에 논하고, 강유(剛柔)의 승강왕래는 따로 떼어서 논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자법론(소.72)》・《본병론(소.73)》의 키워드(Key-Word)는 실수(失守)다. 십간(十干)의 실수(失守)와 십이지(十二支)의 실수(失守)와 인신(人神)의 실수(失守)다. 운기학(運氣學)의 가장 중요한 핵심인 오극(五極)ㆍ육원(六元)의 승강출입(升降出入)의 병증을 담고 있는 두 편은 3가지의 실수(失守)로 인해 빚어지는 질병의 종류와 이를 치료하는 방법을 기술하고 있다. 첫 번째는 “왈음왈양(曰陰曰陽)”의 음양실수(陰陽失守)요, 두 번째는 “왈유왈강(曰柔曰剛)”의 강유실수(剛柔失守)요, 세 번째는 인신실수(人神失守)다. 음양실수(陰陽失守)란 12지(支)의 삼음(三陰)・삼양(三陽)의 실수(失守)요, 강유실수(剛柔失守)란 10간(干)의 오강간(五剛干)・오유간(五柔干)의 실수(失守)요, 인신실수(人神失守)란 오장(五臟)이 갈무리하고 있는 장신(臟神)의 실수(失守)다. 천허(天虛)란 강유(剛柔)-음양(陰陽)의 실수(失守)요, 인허(人虛)란 장신(臟神)-부신(腑神)의 실수(失守)다.

음양실수(陰陽失守)는 음양(陰陽)의 기교(氣交)의 실수(失守)다. 기교(氣交)의 기(氣)는 육기(六氣)요, 교(交)는 교체(交替)다. 기교(氣交)는 자리교환이요, 자리바꿈이다. 실수(失守)는 기교유변(氣交有變)의 변(變)으로 변고(變故)요, 이변(異變)이다. 실수(失守)란 실시(失時)다. 때를 놓침이다. 삼음삼양(三陰三陽)의 기교(氣交)는 “상하승강, 천정퇴위(上下升降, 遷正退位)”의 사상(四象)으로 압축된다. 기교유변(氣交有變)은 승이부전(勝而不前)의 불승(不升), 강이불하(降而不下)의 불강(不降), 사천부득기천정(司天不得其遷正)의 불천정(不遷正), 부포정(復布政)의 불퇴위(不退位)의 네 가지다.

강유실수(剛柔失守)는 “수유질이, 실수기위(數有迭移, 失守其位)”다. 수(數)는 천수(天數)요, 질(迭)은 “지나치다, 넘치다”는 뜻이요, 이(移)는 “옮기다, 딴 데로 가다, 변하다”는 뜻이다. 실수기위(失守其位), 즉 실지질위(失之迭位)란 무엇인가? 《본병론(소.73)》 8장은 “수득세정, 미득정위지사(雖得歲正, 未得正位之司)”라고 대답하고 있다. 강유실수(剛柔失守)란 강유(剛柔)가 때를 놓쳐 정위(正位)로 천정(遷正)하지 못한 것이다. “사시부절, 즉생대역(四時不節, 卽生大疫)”은 사시(四時)의 질서가 무너져 끔찍한 역병(疫病)이 대유행(大流行)하게 된다는 뜻이다.

인신실수(人神失守)는 장(臟)과 신(神)의 분리(分離)다. 오장(五臟)의 인력(引力)에 묶여 갈무리 되어있던 오신(五神)이 인력(引力)에서 벗어나 탈출(脫出)하게 되는 것이다. 《본병론(소.73)》 8장은 “인신실수, 신광불취, 사귀간인, 치유요망(人神失守, 神光不聚, 邪鬼干人, 致有夭亡)”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신광불취(神光不聚)”는 신광(神光)이 응취(凝聚)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햇빛이 돋보기를 통해 한 점으로 응취(凝聚)되지 않고 사방으로 흩어지는 것이다. 정신이 또렷하지 않은 상태, 의식(意識)이 명료(明瞭)하지 않고 흐리멍텅한 상태를 뜻한다. “사귀간인(邪鬼干人)”은 오시귀간범인정기(五尸鬼干犯人正氣)다. 오시귀(五尸鬼)가 오장(五臟)으로 침입하게 되는 것이다.

 

본병론의 병증 구성

《본병론(소.73)》의 병증은 6개 부(部)에 담겨있다. 1부에서 4부까지는 음양실수(陰陽失守)에 대한 내용이며, 5부는 강유실수(剛柔失守)에 대한 것이며, 6부는 인신실수(人神失守)에 대한 것이다. 1부는 육기불승(六氣不升)의 자법과 병증, 2부는 육기불강(六氣不降)의 자법과 병증, 3부는 육기불천정(六氣不遷正)의 자법과 병증, 4부는 육기불퇴위(六氣不退位)의 자법과 병증이다.

1부~4부는 모두 음양, 즉 삼음삼양(三陰三陽)의 승강왕래(升降往來)의 변고(變故)로 생긴 질병들이다. 5부의 주제는 “강유이간, 실수기위, 사천운지기개허오, 여민위병(剛柔二干, 失守其位, 使天運之氣皆虛乎, 與民爲病)”, 즉 강유이간(剛柔二干)의 실수(失守)로 말미암은 역려(疫癘)에 관한 것이다. 6부는 “인신실수, 신광불취, 사귀간인, 치유요망(人神失守, 神光不聚, 邪鬼干人, 致有夭亡)”, 즉 인신실수(人神失守)로 인한 오시귀(五尸鬼)의 간범(姦犯)에 관한 내용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강유(剛柔)의 승강지울(升降之鬱)은 빠져 있고, 불천정(不遷正)의 역려(疫癘), 불퇴위(不退位)의 시귀(尸鬼)만을 기록하고 있다. 불천정(不遷正)의 허사(虛邪)는 오역(五疫)과 오려(五癘)로 분리되는 반면, 불퇴위(不退位)의 실사(實邪)는 오시귀(五尸鬼)로 통합된다.

《본병론(소.73)》에는 몇 개의 병증이 제시되어 있는가? 저자는 총 6개의 문답을 통해 운기병(運氣病)의 핵심인 승강출입(升降出入)의 병증들을 소개하고 있다. 병증은 물론 크게 정기병(情氣病)과 성기병(性氣病)의 두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3-4-5-6장은 정기병(情氣病)이며, 8-9장은 성기병(性氣病)이다. 전반부의 정기병(情氣病)은 육원(六元)의 상하승강, 천정퇴위(上下升降, 遷正退位)의 병증이며, 후반부의 성기병(性氣病)은 오극(五極)의 천정퇴위(遷正退位)의 병증이다.

3장은 육원불승(六元不升)의 승기(勝氣)-울기(鬱氣)의 12개의 표리병증(表裏病證)을 제시하고 있으며, 4장은 육원불강(六元不降)의 울기(鬱氣)의 6개의 표병증(表病證), 그리고 양명불강(陽明不降)에만 1개의 리병증(裏病證)이 추가로 제시되어 있다. 5장에는 육기불천정(六氣不遷正)의 6개의 표병증(表病證)이, 6장에는 육기불퇴위(六氣不退位)의 6개의 리병증(裏病證)이 제시되어 있다. 3-4-5-6장에 제시된 육기의 정기병(情氣病)은 도합 31개다. 8장은 강유(剛柔)의 미득정위지사(未得正位之司)로 인한 오역(五疫)-오려(五癘)를 소개하고 있으며, 9장은 강유(剛柔)의 불퇴위(不退位)로 인한 오시귀(五尸鬼)를 소개하고 있다. 8-9장에 제시된 오극(五極)의 성기병(性氣病)은 도합 15개다. 《본병론(소.73)》에 제시된 육기(六氣)의 병증은 31개이고, 오극(五極)의 병증은 15개로 총 46개의 병증을 제시하고 있다.

육원의 승강과 오성(五星)의 관계

《기교변대론(소.69)》 9장은 “세후기불급태과, 이상응오성(歲候其不及太過, 而上應五星)”으로 시작된다. 오운(五運)의 태과(太過)와 불급(不及)은 하늘의 오성(五星)을 보아도 알 수 있다는 뜻이다. 11장은 “세운태과, 즉운성북월(歲運太過, 則運星北越)”, “운기상득, 즉각행이도(運氣相得, 則各行以道)”라고 기록하고 있다. 세목태과(歲木太過)한 임년(壬年)에는 목성(木星)이 정상궤도에서 벗어나 북쪽으로 치우쳐 달리게 된다는 말이다. 오성(五星)의 운행궤도만 보아도 태과(太過), 불급(不及), 평기(平氣)의 세후(歲候)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자법론(소.72)》 4장은 “오운지지유전후, 여승강왕래, 유소승억지(五運之至有前後, 與升降往來, 有所承抑之)”라고 기록하고 있다. 오운지기(五運之氣)의 승강을 가로막는 것은 다름 아닌 오성(五星)임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육원(六元)의 승강(升降)과 오성(五星)은 어떤 관계에 있는가? 《기교변대론(소.69)》 9장은 “졸연이동자, 기지교변야(卒然而動者, 氣之交變也)”라고 대답하고 있다. “졸연이동(卒然而動者)”의 졸연(卒然)은 “별안간, 갑자기, 돌연(突然)”이란 뜻이다. 동(動)은 “움직일 동”이다. “흔들리다, 동요가 생기다”는 뜻이다. 동(動)은 동요(動搖), 동탕(動蕩)이다. “흔들려 움직임, 떠들썩하고 어수선함”이다. 정해진 궤도를 따라서 차분하게 운행하다가 갑자기 불안하게 흔들리는 것이다. 정상적으로 운행되던 목성(木星)이 갑자기 동요(動搖)하게 되는 것은 궐음불승(厥陰不升) 때문이요, 갑자기 동탕(動蕩)하게 되는 것은 궐음불강(厥陰不降) 때문이다. 《자법론(소.72)》・《본병론(소.73)》은 궐음불승(厥陰不升)-궐음불강(厥陰不降)의 주범(主犯)은 금성(金星)임을 외치고 있다. 육원(六元)의 승강(升降)과 오성(五星)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이다.

두 논문에서는 오성(五星)의 명칭을 천명(天名)-지명(地名)의 두 가지 이름을 제시하고 있다. 육원(六元)의 승천(升天)을 하늘에서 가로막을 때 부르는 이름은 천명(天名)이요, 육원(六元)의 강지(降地)를 땅속에서 가로막을 때 부르는 이름은 지명(地名)이다. 궐음승천(厥陰升天)을 막는 「천주(天柱)」는 「태백성(太白星)」의 성기(性氣)의 이름이며, 궐음강지(厥陰降地)를 막는 「지효(地皛)」는 「태백성(太白星)」의 정기(情氣)의 이름이다. 「금성(金星)」은 오행(五行)의 속성(屬性) 이름이요, 「세성(歲星)」은 천지(天地)의 성정(性情)을 합쳐 부르는 이름이다. 오성(五星)의 별명(別名)을 표로 만들면 다음과 같다.

※17회 연재 제목 육원정기대론의 육기소지(六氣所至) 개요를 육원정기대론의 궐음소지(厥陰所至) 병증으로 고칩니다.

 

이정우 / 경희삼대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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