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나의 역할 단정 짓지 말아야…하나 고집 말고 꾸준히 시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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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나의 역할 단정 짓지 말아야…하나 고집 말고 꾸준히 시도하라”
  • 승인 2019.03.1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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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한의계의 여성 활동가① 송윤경 가천대부속 길한방병원장

부원장 근무하며 체계적 수련 필요성 느껴…병원 수련의들 전체적 관점 가졌으면
추나는 힘보다 원리 이해 중요…자신에 맞는 환자군 개발 필요

 

[민족의학신문=인천, 박숙현] 본지는 한의계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한의사들에게 선배로서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한의계의 여성 활동가’ 시리즈를 기획하며 그 첫 번째로 송윤경 가천대부속 길한방병원장을 찾아갔다. 그는 한약분쟁으로 인해 생긴 공백기동안 부원장으로 근무하다 병원수련의 길에 들어서고, 추나 전문가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한의대를 졸업할 때 수련의와 부원장 취업 등 어느 길로 가야할지에 대한 고민은 없었나.

나는 원래부터 병원수련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약분쟁을 겪으면서 본의 아니게 졸업이 한 학기 늦어졌다. 그래서 공백기동안 잠시 부원장으로 일했다. 부원장으로 근무하는 동안 느낀 것은 조금 더 체계적인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다시 병원수련을 결심하게 됐다. 원래 원광대를 졸업했기 때문에 원광대한방병원에서 수련하려고 하다가 가천대한방병원에서 수련했다.

 

▶신졸한의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취업에 있어 여한의사에 비해 남한의사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요즘 수련의의 경우에는 이제 남녀차별은 없다고 생각한다. 병원이나 연구직, 공직에서 취업시의 성차별은 없다고 느껴진다. 여한의사들에게는 일반적으로 결혼, 육아, 출산이라는 변수가 있기는 하다. 그래서 구인을 하시는 분들 중에 그런 면을 생각하게 되는 경우는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실제로 여한의사 제자들을 보면 똘똘하기도 하고, 꼼꼼하고 더 안정적인 면도 있다. 그것은 어떤 성향과 장점으로 어떤 분야에서 발휘될 수 있는가의 문제이지 여한의사와 남한의사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부원장의 경우에는 원장이 구인은 원장의 재량이기 때문에 남녀를 명시하고 구인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한방재활의학과 전문의를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당시만 해도 한방재활의학과는 다른 과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고, 다양한 기기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내가 앞으로 할 일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재활의학은 특성상 환자로부터의 피드백이 명확하고 치료에 대한 증명이 쉬운데, 그런 점이 내 성향과 맞는 것 같다.

 

▶추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근골격계질환이나 중풍을 치료하면서 물리치료실과의 교류가 많기도 하고 직접 환자들에게 운동치료를 해드리기도 했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한의사가 할 수 있는 수기치료에 관심이 생겼다. 수기치료도 원리가 있고, 그것이 몸을 통해서 증명이 된다는 것이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환자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운동과 수기적인 방법을 이렇게 저렇게 해 보며 효과적인 방법들을 찾고, 나중에 책을 보면 그런 것이 어딘가에는 또 적혀 있고 하는 것들이 재미있었다.

 

▶여한의사가 추나를 하기에 체격이나 체력적인 어려움이 있지 않나. 

체력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내가 수련의를 할 때 운동에 대해서도 체계적으로 배우고 열심히 했다. 타고난 체력이 좋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추나는 손을 사용하고 몸을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근육의 활동이나 자세나 등에 따라 몸을 어떻게 사용하는가가 중요하다. 힘만으로는 할 수 없고 기술이 필요하다.

추나 급여화는 근골격계질환에 한정되어있는데 근골격계질환에도 자주 보는 환자군이 있을 것이다. 그 환자에 대해 내가 모든 근골격계에 대해 다 추나를 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환자군을 개발해서 어떤 유형, 예를 들면 허리나 골반 아니더라도 목이나 어깨 등 환자 유형에 따라서 시행할 수 있는 기법들을 자신에 맞게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사실 추나 하면 체력적인 소모만을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정신적인 소모도 있다. 너무 집중해서 과도하게 정신력을 소모하다보면 나도 힘들거니와 환자도 편안하지 않을 수 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너무 몰입하기보다 환자와의 적정한 거리를 두는 노하우가 필요하다. 내장기추나, 근막추나 등은 원리를 알고 터득하게 되면 힘보다는 섬세함이 중요하다.

 

▶병원장으로서 이번이 두 번째 취임이다. 그동안의 소회가 궁금하다.

가천대한방병원이 본원과 분원으로 나뉘어져있던 시절 분원에서 잠시 병원장을 했었다. 그 때도 공부를 많이 하고 전체적인 관점을 많이 바라보려고 했다. 그보다는 진료가 조금 더 나의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진료현장으로 돌아왔었다가 작년부터 다시 병원장직을 하게 됐다. 여태까지 나는 한의계에서 후배라는 생각이 강했는데 시간이 지나다보니 내 후배가 생겼고, 우리의 이미지를 알리는 등 한의계의 일이 누가 해줘서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후배들에게도 그런 경험들이 잘 전달돼서 진료를 잘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나가는데 일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병원에서 수련의들의 근무환경에 대한 변화의 필요성이 꾸준히 지적되고 있다. 가천대한방병원의 경우는 어떠한가.

큰 병원은 수련의가 많기 때문에 일도 많지만 그만큼 업무가 분산될 여지도 있다. 그러나 우리 병원은 규모가 작기 때문에 수련의도 적어서 상대적으로 업무가 집중될 가능성은 있다. 과별 전문수련의라는 특성상 과별 업무만으로는 수련의들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병원의 수련의들에게는 전문수련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전반적인 연구, 논문작성 등 수련의들에게 필요한 전반적인 능력을 갖추게 하고 싶다. 전체적인 시각 하에서 자신의 과를 볼 수 있도록, 그리고 가능하면 양방과의 교류를 통해서 의료계 내에서 한의가 어떤 위치인지 등의 관점을 가지게 하고 싶다.

 

▶여한의사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스스로 나의 위치와 역할을 단정하거나 타인이 나를 규정짓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졸업 후 초기에는 많이 찾고, 노력하고, 꾸준하게 공부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어떤 분야이든 십년정도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지 않나. 처음부터 욕심내서 하나를 고집하다보면 나중에는 그것이 오히려 제한될 수 있다. 내게 잘 맞는 분야를 찾고 꾸준히 이를 증명해나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처음부터 되지 않더라도 기다리면서 준비하고 이것저것 시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지금 현재시점에서 생각했을 때 이것은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된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러나 그 때가 아니면 늦을 수도 있다. 젊었을 때 많이 시도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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