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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김홍균의 도서비평] 스펙터클 벅스 라이프 에볼루션 드립 툰!
도서비평┃만화로 배우는 곤충의 진화
2019년 03월 15일 () 06:55:20 김홍균 mjmedi@mjmedi.com

생명에 대한 이해를 넓히기 위해 자연사를 공부하다 보면 진화는 어느 순간 넘어야 할 산으로 다가온다. 물론 인류의 기원에 대해 궁금해지는 것이 가장 먼저겠지만, 인류의 기원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동물의 진화이고, 다시 동물의 시원과 맞닥뜨려지는 것은 식물이 되며, 그러다 보면 식물의 생존과 공존 및 번식에 필수불가결한 곤충의 진화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것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어서 실제로는 곤충의 진화에 대한 서적이 의외로 상당히 드문데다 전공자가 아니고서는 참고할 서적들이 거의 없다. 그 가운데 최근 등장한 이 책 <곤충의 진화>는 만화로 되어 있기 때문에 풍부한 그림으로 이해가 쉽고 명쾌한 설명으로 요점의 정리가 간단하다. 비록 곤충에 대한 문외한이라 하더라도 정상적으로 초등학교 이상을 졸업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충분히 쉽게 읽을 수 있을 정도다.

   
김도윤 著, 한빛비즈 刊

이 책의 목록을 살펴보면, 우선 고생대에서 신생대에 이르기까지 곤충의 진화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곤충의 정의를 내려 계통분류학적 곤충관을 세워주고 있다. 다음으로 곤충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날개나 외골격 같은 진화의 특징들을 보여준다. 그 다음에 진화가 진보와 우월을 뜻한다는 제국주의적 사고관의 적자생존론을 비판하고, 진화의 방향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환경에 최적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는 사실을 역설하고 있다. 다음으로 이 책이 가장 무게를 두고 있는 ‘성선택’이 진화의 역사에서 하나의 원동력으로 많은 영향을 끼쳤음을 강조했다. 그리하여 진화와 성에 관해 가장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이후 살아있는 화석과 같은 존재인 바퀴벌레, 개미, 모기들을 살피며 식물과 공진화하는 과정을 살피고, 곤충과 균의 상생관계를 보여준다. 끝으로 지구상의 생물 가운데 가장 많은 개체수를 가지고 가장 많은 영향력을 행세하는 곤충과 지구환경을 다루고 있다.

흥미진진한 얘기들이 드라마틱하게 그려지고, 만물의 영장이라는 우월한 시선으로 고정된 사고의 틀을 깨는 작가의 글은 단순히 만화라는 흥미를 넘어 해박한 지식들이 오롯이 담겨있으며, 곤충을 통해 인류의 나아갈 바와 삶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철학을 지니고 있다. 물론 복잡한 이론이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것들은 중간 중간에 정리된 공간을 두고 있지만, 좀 더 다양하고 자세한 내용이 필요한 것들이 생략되어 있음은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하지만 초등학생에서부터 전문가에 이르기까지 일단 손에 잡으면 금방 끝까지 읽어야 할 정도로 매력적인 이야기들은 우리 모두가 읽고 감동할만한 책으로 충분하다.

차제에 이를 본받아 우리 의학도 만화로 표현할 수 있다면 얼마나 흥미로울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한의학이 오해를 받는 바탕에는 어려운 표현방식이 문제라는 지적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얘기다. 어려운 한자로 된 문장이라는 점도 있지만 그것은 지속적인 번역의 방법론적인 문제다. 논리가 어렵다면 그것은 이해가 잘 되어있지 못하다는 얘기다. 언어의 시대적 사회적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다는 것은 우리의 공부가 부족한 것이지, 당시의 일반적인 생각이 오늘날에 와서 이해 불가능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저 생각 없이 반복적으로 외우는 것에 그친다면 조상의 지혜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지식을 나열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정보화된 사회에 정보가 부족한 과거의 방식을 구태여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

 

김홍균 金洪均 / 서울 광진구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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