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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필건 회장 추모]백척간두에 놓였던 한의학교육을 구하다
2019년 03월 14일 () 06:00:29 강연석 mjmedi@mjmedi.com
   
 

본지는 홀로 많은 것을 떠안고서 가슴 아프게 떠나간 고 김필건 회장의 영면을 바라면서, 그를 추모하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각 분야에서 다양한 관점으로 고 김필건 회장의 활동을 되돌아 봅니다.

-편집자 주

 

2004년 대한한의사협회, 대한한의학회, 대한한방병원협회, 한국한의과대학학장협의회, 대한개원한의사협의회의 출연으로 설립된 재단법인 한국한의학교육평가원은 가장 많은 자금을 제공하는 대한한의사협회장이 이사장을 맡아왔다. 최초로 직선제 협회장 선거가 치러진 2013년 3월 압도적인 표 차이로 김필건 회장이 당선되었기 때문에 한국한의학교육평가원의 이사장은 공석이 되었다. 새로 선출된 김필건 회장은 한평원의 당연직 이사이기는 하나 이사장은 이사회를 개최하여 선출해야 했기 때문이다.

정관에 의하면 궐위된 날로부터 2개월 이내에 이사회를 개최했어야 하나 어느 누구도 감히 이사회를 열자고 제안하지 못한 채 반년의 시간이 흘러갔다. 김필건 회장은 거칠다, 대화가 안된다, 막무가내로 밀어 붙인다는 평가 속에 한평원 임원들 중 어느 누구도 그와 대화의 끈을 갖고 있지 못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짐작한다.

학교들의 연혁과 위치 때문에 대다수 한의계 원로들은 경희대 출신이거나 경희대에 근무하고 있거나, 또는 수도권에 근무하면서 중앙회 회무에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분들이 다수인 구조를 갖고 있다. 더구나 평가인증기관으로서 독립성, 윤리성이 생명이어야 하는 한평원도 2004년부터 2011년, 그리고 2011년부터 2013년 두 분의 원장님을 거쳐 오면서 원장과 같은 전공자들로 대부분의 인력을 구성하고 있었다.

이는 동국대 출신으로 오랫동안 강원도 지역사회에서만 조용히 지내온 김필건 회장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인물이 한평원 내에 전무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었고, 김필건 회장에 대한 흉흉한 소문과 맞물려 시간만 속절없이 흘러갔다. 당시는 임원을 맡고 있던 한의사나 한의대 교수들도 사무국을 총괄하는 담당자가 없었고, 전문성이 부족했던 직원(회계만 담당하기로 했던) 1명만 근무하던 영세한 사무국 체계였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다.

아마 당시 임원들은 협회장이 교체되었을 때 한평원 이사장을 새로 선출해야 되는지조차 잘 몰랐을 것이다. 왜냐하면 한평원의 평가인증 사업이 지지부진하면서 12개 한의과대학 및 전문대학원들은 평가인증을 미루는 분위기였고,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던 대한한방병원협회와 대한개원한의사협의회는 더 이상의 지원은 예산 낭비라는 인식 아래 약정했던 기본재산 미납분과 연간 운영비를 더 이상 보내고 있지 않아 이사회 구성조차 깨지고 있던 상황이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협회 대의원 총회에서는 매년 지급하던 운영자금(직원 인건비)을 회비수납률에 연동시키기로 결의하여 직원 인건비조차 마련하기 어려워 재단법인 존립 자체가 흔들렸기 때문이다.

다행히 2012년 원광대, 2013년 경희대에서 2011년 연말 완성된 평가인증기준을 수용하여 평가인증사업이 진행되면서 한숨을 돌릴 수 있었지만, 2012년 2월 의료법 제5조의 개정(교육부에서 인정하는 평가인증기관의 평가인증을 얻은 대학의 졸업자만이 한의사 국가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으로 한평원의 존립은 다시 한 번 백척간두에 놓이게 되었다. 다행히 이 법은 5년이라는 긴 경과조치를 부여하여 2017년 2월에 발효되었는데, 같은 의료법에 의해 면허를 얻는 간호학교육평가원(11년 인정), 의학교육평가원(14년 인정), 치의학교육평가원(15년 인정)이 차근차근 교육부의 인정기관 심사를 준비하고 있었던 반면, 한평원은 이사회 구성, 사업실적, 회계 및 인력(최소 2명 상근) 등 기본요건조차 준비되어 있지 못했다. 때문에 2010년 교육부에 인정기관 심사신청서를 제출하고도 자진철회를 했던 웃지 못 할 상황도 연출됐었다.

만약 2016년 상반기까지 한평원이 교육부의 인정기관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면, 2016년 하반기부터 시작되는 2017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전국의 한의과대학들은 큰 타격을 받았을 것이다. 교육부에서 인정할 수 있는 일정 수준의 평가인증기관 하나조차 운영하지 못하는 전문가집단, 그로인해 부실한 대학교육이 지속되는 전문가집단, 국가의 보건의료재원을 활용할만한 수준의 교육을 받았는지 검증조차 하지 못하는 집단으로 매도되었을 것이다.

한평원의 상황은 날로 악화되어 가는데 반년 넘게 나서는 이가 없어서 걱정하던 중 2013년 연말, 당시 학장협의회장을 맡고 있던 김남일 학장님을 찾아가 김필건 회장을 두려워하지 말고 만나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고 고언을 하였다. 다행히도 협회 상근이사를 맡고 있던 김지호 이사가 중간에 부드럽게 다리를 놔주어 김필건 회장과 김남일 학장협의회장 사이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김필건 회장은 2014년 1월 손인철 원장님을 설득하여 한평원장으로 취임하여 어려운 임무를 맡아주실 것을 부탁하였고, 2014년 2월 김필건 회장은 이사장으로, 손인철 교수님은 원장으로, 그리고 필자는 기획이사로 취임하여 노력한 결과 2016년 5월 한평원은 교육부의 인정기관이 되었다.

사진은 2014년 6월 당시 협회장 겸 한평원 이사장이었던 고 김필건 회장이 중심이 되어, 김남일 학장협의회장, 손인철 한평원장, 김갑성 대한한의학회장, 박종형 국시원 한의사시험위원장이 손을 맞잡은 장면이다. 이날 이후 한평원을 구성하던 모든 단체들이 한평원에 정상적으로 복귀하여 약정했던 운영분담금을 모두 완납하였고, 김필건 집행부에서는 한평원의 운영분담금을 두배로 인상함과 동시에 회비수납율과 무관하게 지원(2명의 상근인력 인건비)해주었다. 손인철 한평원장은 그에 호응하여 철저하게 학교, 전공 안배에 의한 한평원 인력구성을 하였으며, 이것은 좌초하던 한평원이 빠른 속도로 자리를 잡아나가는데 큰 힘이 되었다.

아마 근대 한의학교육이 시작된 1950년대 이래로 모든 학교, 전공별 교수 및 관련 단체들이 한마음 한 뜻으로 노력하였고,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던 가장 아름다운 사례로 기억될 것이다. 갈등을 조장하고, 거칠게 달렸다는 김필건 회장의 이미지와 달리 이날 이후 한의학교육협의체와 한평원 이사회는 평화롭게 갈등을 조정하며 다양한 토론을 시작하였다. 협의회에서 한번도 언성을 높인적 없이 모두를 존중했던 고 김필건 회장의 부드러운 리더쉽에 기반하였음을 이 지면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한다.

김필건 회장이 협회장에서 물러나고 새로운 인물들이 한평원을 구성하기 시작하였다. 인력구성에서 특정 학교, 특정 전공 출신들이 많아지고, 협회에서 학교 교육에 간섭하여 한평원의 독립성이 흔들리는 것 같은 우려가 든다. 한의학교육을 위기에서 건져냈던 김필건의 리더십이 생각나는 날이다.

 

강연석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

전 한국한의학교육평가원 기획이사(2014년 2월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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