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서주희의 도서비평] 신경과학이 말하는 심리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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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서주희의 도서비평] 신경과학이 말하는 심리치료
  • 서주희
  • 승인 2019.03.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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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평┃정신치료의 신경과학

베스트셀러 순위를 보면 현재 사람들의 관심과 요구도가 무엇인지 잘 알 수 있죠. 최근 몇년간 심리학 서적과 힐링의 메세지를 담은 책들이 꾸준히 순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각박한 세상살이에 책을 통해 위안을 삼고자 하는 분들이 많은 거 같습니다. 그중에서도 흥미로웠던건 본인의 상담 과정을 기록한 책이 베스트셀러였던 것인데요. 그만큼이나 심리치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Louis Cozolino 著, 강철민‧이영호 譯, 학지사 刊

소위 말하는 상담, 즉 심리치료라 불리우는 정신치료는 효과가 있는 것일까요? 인간의 다양성 만큼이나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는게 심리치료의 종류들입니다. 정신분석, NLP, CBT, ACT, MBSR, 가족치료, 라이히, 하코미, 등등 그 종류만 하더라도 250가지가 넘는다 하니 심리학 전공자들도 다 알기 힘들 정도이죠.

그렇다면 그중에서 정말 뛰어난 심리치료가 있는 것일까요? 심리치료는 정말 효과가 있는 것일까요? 효과가 있다면, 그것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요?

위스콘신 대학교 심리학 교수인 브루스 웜폴드Bruce Wampold는 수백편의 논문과 메타분석을 비교한 연구결과 심리치료의 효과는 각 치료의 특별한 기법보다는 환자와 치료사 간의 연대감, 환자가 심리치료 효과가 치료사에 대해 가지는 믿음 등 소위 ‘비특이적’ 요인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의 메타분석에 따르면 심리치료는 정신건강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그 종류와 기법과는 상관없이, 중요한 것은 환자와 치료사 간의 동맹. 치료적 관계라는 것이죠. 이런걸 도찐개찐이라고도 말하는 도긴개긴. 논문에서는 ‘All must have prizes’ 라 하며 도요새의 판결로 그 결과에 대한 비유를 들고 있습니다(Bruce W., et al, 1997). 심지어 치료적 관계가 약물치료의 효과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도 발표되었죠(Janice L, et al. 1996).

즉, 내담자-치료자 사이의 감정적 연결의 질이 치료자의 이론적 배경보다 더 중요하다는 바탕에서, 심리치료란,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치료적 관계’ 속에서 새로운 개인적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21세기 신경과학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정신과영역에서도 많은 기제들이 신경학적으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신경과학은 건강한 뇌와 뉴런이 어떤 모습인지를 정의하고, 그 기능들이 무엇인지를 밝혀내는데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죠. 이 책에서는 신경망의 성장과 통합, 정서 조절의 원리, 정신치료와 육아, 진화의 유산으로써의 뇌의 작동 원리, 정신치료에 있어서의 기억체계, 경험을 조직화 하는 신경망에서부터 이야기까지 다양한 수준의 통합에 대한 탐색, 그리고 애착의 신경생물학을 통한 사회적인 뇌, 외상으로 인한 경험의 붕괴로 나타나는 신경망의 해리, 그리고 그것의 성장과 통합, 진화론적으로 본 정신치료의 필요성, 치유 관계의 힘 등에 대해서 장대한 내용을 철저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섬세하고 흥미롭게 잘 풀어내고 있습니다.

450여 페이지에 걸쳐 논의된 이 책의 결론은 우리의 뇌는 많은 단점과 취약성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다른 사람의 뇌와 연결을 시키고, 조율하며, 조절하는 능력이 치유를 제공하고, 이것이 정신치료의 핵심에 있는 인간관계의 힘이라는 것입니다. 무조건적 긍정적 존중, 공감적 이해, 솔직성을 기본으로 내담자 중심치료를 제창했던 칼 로저스도 치료적 관계 자체가 가장 강력한 치료적 요소라고 하였죠.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신 고 임세원 교수는 ‘절망의 순간, 누군가를 찾는다는 것은 고립된 점에서 다른 곳과의 연결을 시도하는 행위다. 그렇게 해서 누군가와 만나는 그 순간, 관계의 선이 다시 그어진다. ... 그렇게 지워졌던 선들을 하나씩 다시 이어가는 과정 속에서 희망은 새롭게 만들어진다.’라고 말씀하셨지요.

치료자와 내담자의 관계성을 통해, 지워졌던 선을 하나씩 다시 이어가면서, 정신치료는 우리 자신 및 세상에 대한 경험과 관점을 확장시켜주는 도전을 통한 신경통합을 증진시킵니다.

세포막의 이중구조 덕분으로 세포는 외부와 늘 끊임없이 소통하면서도 내부적인 항상성을 유지하듯, 우리 인간 역시 사회적임과 동시에 고립된 생명체입니다. 정신과 환자들의 고통은, 외부와의 단절 혹은 자신과의 단절감으로 인해 느껴지는 두려움 때문이지요. 치료자처럼 안전감을 느낄 수 있는 의미있는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것은 신경가소성(neuron plasticity)을 활성화시키고, 자기 자신 뿐만 아니라 세상과의 연결을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기게 하지요.

이 순간 존재하는 것은 관계 속에서 빛납니다. 지금 이 순간 내 앞에 존재하는 누군가는, 나와의 관계성 안에서 그 존재의 의미를 갖습니다.

 

서주희 / 국립중앙의료원 한방신경정신과, M&L심리치료 티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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