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858> - 『鍼灸要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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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858> - 『鍼灸要覽』
  • 승인 2019.03.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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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mjmedi@mjmedi.com


실전에 대응한 임상 經穴圖解

흔히 볼 수 없는 형태의 침구경혈도첩을 소개해 보기로 한다. 별도의 표지를 붙여 粧冊하지 않은 채로 겉면에는 다만 ‘鍼灸要覽’이란 서제만 적혀있는데, 제목만 보아서는 본문 내용을 짐작하기 어렵다. 게다가 겉은 종이끈을 써서 묶은 장방형의 평범한 모습이지만 본문은 좌우를 회전시켜 횡으로 길게 배열하고 내용은 위에서 아래로 종서로 기재되어 있다. 이것은 곧이어 등장하는 전후 2면의 침구도를 함께 묶기 위해 선택된 고안의 결과가 변형된 형태로 드러난 것이리라.

◇『침구요람』

지질이나 한글표기로 보아 제작연대는 대략 100년 전후로 보인다. 작성자가 누군지 기재되어 있지는 않지만 萬頃이란 지명이 보이고 한글표기에 전라도 방언이 섞여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이 지역에서 활동하던 의원이 임상에 활용하기 위해 自作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본문의 앞쪽에는 八眞餠이란 처방과 치통약 등이 적혀 있는데, 이름과 달리 식치방이 아니고 童便으로 법제한 초오와 천오를 주재로 하여 반하, 남성, 상륙, 대황, 망초, 치자, 낭독, 석웅황 같은 극독성 약재와 금석재가 다수 포함된 강력한 치료처방이 기재되어 있다. 뒤이은 廣治丹 역시 비슷한 계통의 처방이며, 이를 비롯하여 고약이나 외치용 약방이 다수 수록되어 있어 작성자가 주로 외과적 처치에 주력했던 침구의가 아니었을까 조심스럽게 추정해 볼 수 있을 뿐이다.

또 처방에는 약명 대신 민간의 우리말 향명이 여러 곳에 걸쳐 적혀 있다. 예컨대, ‘솟적새나무리’, 지우초, 황강코, 느름나무, 바람나무, 개가죽나무, 앵슉각, 보리뷔기, 굼벙이 등이다. 질병이나 증상을 표현한 곳도 더러 눈에 띠는데, 이점(이질), 데쉬기 당기는 증, 다리를 치지 못하거나 오고리지 못하는 디, 으레病, 발허리신, 허벅다리 몽올신 디, 가돗과 같은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여러모로 흥미롭다.

권미의 뒤쪽에는 보는 방향을 거꾸로 하여 각 경혈의 침자심도를 3단으로 나누어 표로 구성해 놓았다. 대략 72개의 요혈처에 대해 1푼만 찔러야 하는 上星穴로부터 2치를 찌를 수 있는 膝間, 5치까지 深刺할 수 있는 중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분류하여 기술하였다.

이어 鍼灸要穴解에는 주요 경혈별로 주치 병증을 간략하게 기재해 두었는데, 예컨대 백회혈은 곽란, 전근, 풍증, 부인간증에 쓰며, 풍지혈은 학슬풍, 풍증, 요통, 足不仁, 가래톳 등에 쓰인다. 여기에는 백회, 풍지로부터 天良, 外耳門, 氣忠, 手大敦, 胸完, 正順, 陰虛峯 같은 기혈까지 대략 64개 정경혈과 경외기혈에 대해 주치증을 열거하였다.

이 책에서 가장 주안점이 되는 경락경혈도는 전후 2면으로 나뉘어져 그려져 있는데, 넓은 지면이 소요되는 관계로 위에서 아래로 길게 그린 다음, 3단으로 접어서 개어 넣는 방식으로 꾸며져 있다. 먼저 전면도에는 우측 手掌 아래 ‘폐태양, 심포궐음, 심소음’으로 기재되어 있고 아래 쪽 발치에는 ‘간궐음, 비태양, 신소음’으로 적혀 있는데, 가운데 비경은 족태음경이므로 오기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부가 내외, 좌우가 모두 기재된 것에 비하여 손과 팔은 음경락만 표시되어 있고 복부혈도 일부만 드러나 있어 미처 다 기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후면도에는 손끝에 ‘대장양명, 삼초소양, 소장태양’으로 구분되어 있고 발치에는 ‘위양명, 담소양, 방광태양’으로 구분하여 경락의 분기를 표시해 놓았다. 그런데 背面도 역시 후두부와 우측 팔, 요천추, 족지부에 경혈이 표기되어 있지 않아 자칫 미완성 작품으로 보여 진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니 각각 전후 경혈도에 표시된 혈위는 앞서 설명한 주치병증이 기재된 침구요혈에 해당하는 것임을 알아챌 수 가 있었다. 오라 이 그림은 인체의 모든 경락과 경혈을 표시하여 학습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주로 사용하는 치료요혈처만 간추려 표기한 임상실전용 자작 경혈도첩인 것이었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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