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재의 8체질] 토음체질은 稀少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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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재의 8체질] 토음체질은 稀少한가?
  • 승인 2019.03.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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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재

이강재

mjmedi@mjmedi.com


  8체질의학계에서 토음체질은 뜨거운 감자다.

  동무(東武) 공(公)의 생각과 『동의수세보원』의 내용을 교조적(敎條的)으로 따르는 사람들은 ‘태양인은 매우 적다(絶少)’고 믿는다. 동호(東湖) 권도원 선생을 추앙(推仰)하는 후학들 또한 ‘토음체질은 지극히 드물어서 만나기가 쉽지 않다’는 언급을 의심하지 않았다. 1)

 

[1] 2018년 ECM DAY
  권도원 선생을 적극적으로 추앙하는 그룹은 매년 두 차례의 공식적인 행사를 열고 있다. 5월의 ‘스승의 날’ 행사와 10월에는 ‘8체질의학의 날(ECM DAY)’ 행사이다. 이들 행사의 형식은 보통 권도원 선생의 인사말과 권우준(權佑浚) 씨의 강의로 이루어진다. 권우준 씨의 순서는 일정한 주제에 대한 강의나 사전에 취합한 질문에 대하여 답변을 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왔다. 2018년 10월 21일에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 그랜드살롱에서 있었던 행사에서, 권우준 씨는 ‘토음체질은 다른 체질에 비해 경험이 많지 않아서 더욱 어려움이 있다’는 질문에 답변하면서 아래와 같이 말했다.

  많지 않다 뿐이지 다 똑같아요, 똑같이 적용하시면 됩니다. 토음체질이 절대로 특별한 체질이 아니에요. 여러분들이 하시는 것 똑같이 적용하시면 됩니다. 단 여러분이 토음체질이 너무 희귀하다고 생각하는 게 문제에요. 희귀하다고 생각을 하시기 때문에 많은 토음체질이 금양체질이나 토양체질로 오진됩니다. 금양과 토양을 섞어놓은 것이 토음맥 아니에요. 그러니까 토음체질을 여러분들이 많이들 놓쳐요. 없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많이 만나지는 못하지만, 굉장히 뜸하게 오는데 없는 것은 아니에요. 저 자신도 금양으로 치료하는 경우가 많아요. 근데 효과가 전혀 없지도 않은데 잘 낫지도 않아요, 그러면 맥을 또 보고, 또 보고. 증상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고, 과거의 병력을 보고 이 사람이 토음체질의 가능성이 없을까 생각하고, 저는 토음체질 맥을 열심히 찾아봐요. 또 찾아서 토음체질 맥이 나오면 토음체질로 치료를 하죠. 저뿐만 아니라 여러분도 토음체질을 많이 미스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박사님의 경우도 마찬가지일거라 생각합니다. 토음체질을 그렇게 특별한 체질이라 생각하지 마세요. 토음체질은 똑같아요.

  권우준 씨가 설명한 요점은, 임상의들이 ‘토음체질은 희귀하니까 토음체질은 특별하다’고 오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질문자의 의도를 빗겨간 대답이다. 권우준 씨는 마치 질문의 본의를 오해한 것처럼 답변했다. 그가 창시자의 견해를 공개적으로 부정할 수 없는 처지에 있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위 답변 내용의 핵심은 이렇다. 1) 토음체질이 희귀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다. 2) 그래서 토음체질을 금양체질이나 토양체질로 본다. 3) 권도원 선생도 토음체질을 많이 미스(miss)한다. 2)

  체질이란 구별이지 차별이 아니다. 그러므로 체질론을 공부하는 임상의에게 ‘똑같이 적용할 것’을 권고하는 것은 뜬금없다. 그러면서 권우준 씨 역시 토음체질이 ‘굉장히 뜸하게’ 만나게 되는 체질이라는 개념에 여전히 갇혀 있는 것이다.    

 

[2] 토음체질은 희소하다는 개념
  1992년 5월에 기독한의사회 초청 강의를 시작으로, 1994년 이후에 권도원 선생은 강연과 기고 활동을 활발하게 하였다. 나는 체질침의 장부방(臟腑方) 체계가 확립된 시기를 1992년 말로 추정하고 있는데, 아마도 이 무렵에 권도원 선생이 자신의 의학체계가 정립되었다고 판단했고, 대중에게 8체질의학을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성이 있다고 작정했던 것 같다. 3)그러면서 ‘토음체질은 희소하다’는 개념이 창시자에 의해서 분명하게 공표되기 시작하였다. (표. 토음체질의 희소성에 관한 권도원 선생의 발언)  

[3] 체질 통계
  토음체질은, 「62 논문」에서는 소양인 1병증(S.Y 1st), 「1차 논문」에서는 토상인부질(土象人腑質 Saturna Ⅰ), 「2차 논문」에서는 토음체질(土陰體質 Saturna)이라고 하였고, 1994년 8월에 [8체질을 압시다]에서는 국제명(國際名)으로 Gastrotonia를 제시하였다.

  「62 논문」에서 제시한 다섯 가지의 임상사례 중에 Case 3.이 소양인 1병증의 사례이고, 1963년의 [체질침 치험례]에 등장하는 다섯 명의 환자 중에 제1례가 소양인 1병증이며, 1973년 「2차 논문」에 보고된 여섯 건의 증례에서 증례 6.이 토음체질이다. 「62 논문」에 제시한 환자통계에서는 소양인 1병증이 소양인 2병증보다도 많았던 것이다.4) (표. 「62 논문」의 체질 통계) 물론 이 사례들이 특별하게 선택되었을 수는 있겠지만, 이 자료로만 본다면 토음체질을 희소하다고 판단하기는 힘들다고 생각한다.
 

  권도원 선생은 경희대학교 대학원에 재직하던 1971년에 학부생을 위한 임상특강을 했다. 강의 내용 중에 대원한의원5)에 내원한 환자의 통계가 있었고, 강의를 들었던 최병일의 노트에 이것이 남겨졌다. (표. 대원한의원의 체질 통계) 경희대학교 대학원에서 체질의학 전공으로 권도원 선생의 지도를 받았던 김정선도 자신의 논문에 통계를 넣었다. (표. 요한한의원의 체질 통계) 두 통계에서 SⅠ(土象人腑質)의 수(數)는 비교적 적다. 요한한의원의 통계에서는 SⅠ, HⅠ, H Ⅱ의 사례가 적다. 대원한의원 통계에서는 5,206명 중에 40명으로 제일 적은데, 매우 드문 정도의 비율은 아니다. 그래도 권도원 선생은 분명 이 통계에 주목했을 것이다. 그러니 토음체질이 희소하다는 인식의 뿌리는 깊다고 볼 수 있다.

[4] 감별의 어려움
  「1차 논문」과 「2차 논문」의 체질맥도는 동일하지 않다. 가장 뚜렷한 변화를 보인 것은 토음체질의 체질맥도이다. 감별도구가 변했다는 것은 토음체질의 감별에서 누락되는 것이 많았고, 토음체질로 감별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즉 다른 일곱 체질에 비해서 토음체질을 찾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찾기가 어렵다’에서 ‘만나기가 힘들다’로 개념의 전환이 이루어지는 데는 어떤 결정적 계기가 있었을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토음체질과 페니실린의 연관성인 것 같다.

  권도원 선생은 1999년 12월 16일에, 동의대 한의 강연에서 페니실린에 중독된 환자를 치료했던 경험을 말하였다. 그 환자가 바로 토음체질이었는데, 통계에 의하면 페니실린 중독 비율은 10~20만명 중 한 사람이라고 한다. 찾기 어렵다고 인식되었던 토음체질에 ‘20만명 중 한 사람의 비율로 만나기가 힘들다’는 개념이 중첩되면서 그런 상태로 고정되었을 것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창시자의 외면에 의해) 토음체질에 관한 자료는 축적되지 못했다.

  모든 목양체질 입원환자에게서 포도당중독이 일어나지 않듯이, 토음체질인 사람에게 무조건 페니실린 중독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다. ‘태양인은 매우 적다’는 태양인 이제마의, 그리고 ‘토음체질은 지극히 드물다’는 금양체질 권도원의 판타지(fantasy)라고 나는 생각한다. 사상의학이 아닌 삼상의학을6), 8체질의학이 아닌 7체질의학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진정한 사상의학과 8체질의학의 시대를 열 용기와 결단, 그리고 행동이 필요하다.

 

※ 참고 문헌
1) Dowon Gwon, 「The Constitutional Acupuncture」 1962. 9. 7.
2) Dowon Kuan, 「A Study of Constitution-Acupuncture」 1965. 10.
3) Dowon Kuan, 「Studies on Constitution-Acupuncture Therapy」 1973. 9.
4) 권도원, 체질침 치험례 『대한한의학회보』 7호 1963. 11.
5) 8체질을 압시다 『빛과 소금』 113호 1994. 8.
6) [권도원 선생, 동의대 한의 강연 녹취록] 1999. 12. 16.
7) 김정선, 「목상인 제2병태의 임상통계적 연구」 1969.
8) [최병일 임상특강 노트] 1971.
9) 이강재, 『학습 8체질의학 Ⅱ』 행림서원, 2013. 10.
10) 이강재, 『체질맥진』 행림서원, 2017. 4.
11) [권우준 강의 녹취록]  2018. 10. 21.

 

이강재 / 임상8체질연구회

 

각주
1) 태양인은 8체질 구분으로 금양체질과 금음체질이고, 토음체질은 사상인으로는 소양인이다.
2) 이 정도로 언급한 것도 권우준 씨에게는 큰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3) 이명복 선생에 의해서 자신의 체계가 왜곡되어서 전파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도 있었을 것이다.
   8체질의학은 8상의학이 아니다 『빛과 소금』 141호, 1996. 12.
4) 이 통계에서 소음인이 61%로 과도하게 많이 나온 문제점은 있다.
5) 서울시 종로구 당주동 168번지로 당시에 권도원 선생이 진료하던 곳이다.
6) 사상체질의학회에서 주관하는 학술발표회에 가면 발표자들이 사상인 별로 사례 발표를 할 때, 거리낌 없이 ‘태양인은 희소하므로 제외합니다’라고 말하며 다른 사례로 바로 넘어가버리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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