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857> - 『濟天收錄』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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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857> - 『濟天收錄』②
  • 승인 2019.02.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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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mjmedi@mjmedi.com


부인질환의 奇病치료 경험의안

약 200년 전 민간의 한 의원이 작성한 임상경험 의안집에 담겨져 있는 실제 치료 사례를 통해 당시의 의료상황과 치료법을 살펴보기로 하자. 본문 첫머리의 收錄 부인문에는 기이한 임상의안이 실려 있다.

◇『제천수록』

어떤 부인의 뱃속에 血塊가 많이 들어 어떤 것은 오리 알만하고 또 어떤 것은 참외만 하였다. 고삼 3되를 진하게 달여 찌끼를 버리고 그 물로 밥을 지어 술을 빚었다. 술이 익기를 기다렸다가 소주를 내린 다음, 따뜻하게 덥혀 먹을 수 있는 만큼 마시게 하였다. 이 약을 다른 사람에게도 나눠주었더니 한 사람은 19일 만에 핏덩이가 쏟아져 나왔고 한 사람은 먹은 지 20일째 혈괴가 나오고 나서 모두 편안해 졌다. 특별히 제조한 苦蔘酒로 어혈복통을 치료한 두 가지 사례이다.

또 어떤 부인이 임신한지 6달째 胎動 증상이 있어 위로 心下가 上衝한데 葡萄根을 달여 마시게 하였더니 즉시 나았다. 잘 알다시피 포도근은 태양인 체질자의 要藥으로 분류되어 있는데, 구토나 소갈, 임질, 赤白濁에 활용된 사례가 있으나 임신 태동증에 적용할 수 있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일반적으로 임신 유지가 어려운 태양인 여자의 태동불안증에 활용하는데, 고려해 볼만한 임상증례로 여겨진다.

또 한 여자가 대하증으로 2년이나 고생했는데, 어떤 약을 써도 효과가 없었다. 이에 ‘마리草’와 진피, 호두를 함께 달여 먹였더니 나았다고 한다. 앞의 한글로 기재된 약명은 도꼬마리 즉 蒼耳草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창이초는 葈耳라고도 하는데,『동의보감』탕액편에는 시이란 이름과 함께 한글로 ‘돋고마리’라고 표기해 놓았다. 이와 아울러 “곧 蒼耳니 일명 喝起草라고도 하며 곳곳에 있다.”고 하였다.

그 열매는 羊負來라고 하는데, 옛날 중국에 이것이 없었는데, 양털 속에 붙어 들어왔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여진 것이라는 재미난 유래가 덧붙여져 있다. 같은 의미로 『의학입문』에서는 ‘羊帶歸’라고 불렀으며, 흔히 밭둑이나 산길을 걷다가 사람의 옷에도 잘 달라붙는 것을 볼 수 있다. 수백 년 전 서역에서 양떼에 붙어 전해졌을 이 약초가 조선의 산야에 널리 퍼져 부녀자들의 고충을 달래준 셈이다.

여러 치료사례를 살펴보니 이 경험의안의 작성자는 방서에 기재된 기성방제도 능숙하게 구사하였지만 주로 향약을 이용한 단방요법에 능하였고 식치법도 곧잘 응용하였다. 이밖에도 때때로 침이나 뜸도 병용하여 치료하였는데, 부녀자들에게도 강력한 구법을 시행하였다.

예컨대, 예순이 넘은 부인에게 대하증이 생겼는데, 여러 가지 약을 써 봐도 효험이 없었다. 중완혈에 100장을 뜨고, 또 400장을 더 뜨고 장문혈에 60장, 기해혈에 100장을 뜨고 나서 쾌차하였으며 다시 재발하지 않았다고 하였으니 대단히 강력한 치료술을 구사한 셈이다.

15세 된 여자가 입안에 썩은 돼지 간처럼 생긴 군살(贅肉)이 돋아나 말을 하지 못하고 음식을 먹지도 못했는데, 어떤 사람이 날카로운 칼로 잘라내 버리고 물로 양치하게 한 뒤로 말도 하고 먹을 수 있게 되었지만 불과 한나절이 못되어 입 안 가득 다시 자라났다. 이름이 ‘松子風’이라하는 병인데, 처음에 양격산을 5~6첩만 썼는데도 곧바로 나았다. 당시 때로는 과감한 수술치료를 활용해 절제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지만 그리 훌륭한 치법으로 여기진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어떤 부인이 평소 왼쪽 옆구리 아래에 積氣가 머물러 있던 중에, 월경을 맞이하였는데, 하혈이 다 그친듯하여 차고 있던 생리대(行經褓)를 풀어 물에 세척하여 땡볕에 널어놓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월경이 다시 흘러나와 급히 볕에 널어놓았던 포대기를 걷어다가 아랫도리에 찼더니, 더운 기운(暑氣)이 속으로 훈증하여 적기가 위로 치받아 소변볼 때마다 음문이 콕콕 찌르듯이 아팠다. 건중오령산에 지모, 황백 각1돈을 더하여 잇달아 3첩을 먹였더니 즉효를 보았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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