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856> - 『濟天收錄』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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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856> - 『濟天收錄』①
  • 승인 2019.02.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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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mjmedi@mjmedi.com


임상의안과 결합된 경험처방

조선 후기 민간의 의원이 작성한 임상경험 의안집으로 필사본 1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서발이 없어 작자는 밝혀져 있지 않다. 뒤표지에는 ‘戊辰八月日’이라는 간지가 적혀 있으며, 대략 150~200년 가량 되어 보인다. 일정한 체제나 문목 구분 없이 병증항목별로 자신이 치료한 다양한 임상사례와 처방을 기재해 놓았다. 다만 다른 방서와 달리 치험례에 등장하는 유효처방의 제목을 줄을 바꿔 큰 글씨로 특기함으로써 빨리 찾아보기 쉽도록 배열한 것이 특점이라 할 수 있다.

◇『제천수록』

표지와 본문 곳곳에 濟天 혹은 別抄, 活人, 抄方神方, 要覽이니 하는 갖가지 제목이 적혀 있지만 애초에 작자가 마음먹고 집필하려는 계획이 아니었던지 일정한 제목이 정해져 있지 않다. 여기서는 작자의 의도를 분명하게 드러나도록 표지서명과 본문의 첫머리에 등장하는 收錄이란 명칭을 더해 ‘제천수록’이라 명명하여 기술하기로 한다.

본문 첫머리에는 八脈交會穴法의 원도표와 함께 혈위와 적용법이 기재되어 있고 이어 運氣衍論이 채록되어 있으나 이 책의 전반적인 성격을 보여주는 중요 부분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주목할 것은 이어 등장하는 收錄이란 부분인데, 첫 대목은 부인문으로 구성해 있고 임신과 산전산후 제질환에 대한 치료경험들이 상당수 모아져 있다. 그 뒤론 남자문이 있을 뿐 병문은 더 이상 구분되어 있지 않으며, 상단 여백에 작은 글씨로 병증명을 첨기하여 찾아볼 수 있도록 하였다.

또 권두에 침구혈법이 있듯이 작자는 약방과 함께 침구치료나 각종 특수치료법도 즐겨 사용하고 있다. 예컨대, 한 사람이 두풍증으로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아픈데, 작은 삼릉침으로 痛處와 부근 4~5군데를 淺刺하고 산국화의 줄기와 잎에 소금을 약간 넣고 짓찧어 뜨겁게 쪄 삼베에 싸서 침자리에 다림질(熨)해 주는데, 아플 때마다 3~4차례 반복해 주면 영구히 낫게 해주며 효과가 백발백중이라고 적어 놓았다.

또한 山果茶는 肉食積을 다스리는데 가장 좋다고 되어 있는데, 산사육 5돈, 초과3돈, 곽향 진피 각2돈, 지실 1돈을 달여 먹는다고 했으니, 그저 약이나 침뜸으로만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茶飮과 같은 음다류를 식치법으로 유효적절하게 구사하여 활용한 것을 볼 수 있다.

또 한 예로 17살 된 한 남자가 大風瘡으로 온몸에 독기가 퍼져 부어오르고 기침이 나고 숨이 가빠 누울 수도 없이, 점차 죽을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내가 나서서 加味三子飮 10첩을 연달아 먹게 하였더니 모든 증상에 차도가 있었다. 이 처방으로 효과를 본 다음에 餘毒이 남아 중완에 모여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大七氣湯 5첩을 주었다.

이와 함께 胡山茶가 있는데, 砂唐屑 1냥반에 껍질을 벗겨 切片한 生梨, 속껍질을 벗겨 살만 취한 胡桃, 사인 각3돈, 芐粉 1돈, 杏仁(去皮, 炒) 20매, 丁香 去目 9푼을 곱게 갈아 오미자즙에 버무려 앵두 크기로 환을 빚어, 매1환씩 때를 가리지 않고 삼킨다. 해독에는 자소엽을 많건 적건 가리지 말고 1줌 집어넣어 달여 먹으면 더욱 좋다.

한편 전회에 종이를 손으로 비벼 꼬아 못처럼 만든 것을 紙釘이라 한다는 얘기를 하였는데, 이 紙釘을 치료도구로 활용하는 방법도 이 책에 등장한다. 이른바 ‘紙釘方’이 바로 그것인데, 크고 작은 종기에 적용한다. 여기에는 민물새우나 두꺼비, 비단개구리, 드렁허리(鱔魚) 같은 동물성 약재와 함께 황단, 석웅황, 유향, 몰약, 혈갈, 담반, 용뇌, 저담, 사향 등 각종 약재를 조합하여 文武火로 달여 맑은 물만 거른 다음, 壯紙 1~2장을 적셔 볕에 말려 조각조각 잘라 못처럼 만들어 창구 안에 밀어 넣고 바깥에는 남은 종이조각으로 막아둔다.

이 처방은 하루에 1번씩 약을 바른 종이못을 갈아 붙이는데, 천연섬유로 만든 한지(닥종이)를 사용하여 창종을 치료하는 외치방으로 창구를 수렴시키고 새살을 돋게 하는 점에서 특기할 만한 것이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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