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의 다양한 직무 보여주는 국시 지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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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의 다양한 직무 보여주는 국시 지향하겠다”
  • 승인 2019.02.01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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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인터뷰: 이인선 한의사국가시험발전위원회 위원장

임상에서의 대처능력∙한글화 등 중점…"문항 형태 및 질 상당부분 개선"

국시 출제경향 변화에 따른 새로운 문항개발 어려움…교과서와 다르다 이의제기 하기도

 

[민족의학신문=박숙현 기자] 지난달 31일 제74회 한의사 국가시험의 합격자가 발표되면서 721명의 새내기 한의사들이 탄생했다. 이들은 이번 국시를 통해 구체적으로 어떤 능력을 검증 받았을까? 이인선 국시위원장에게 한의사국시의 지향점과 그 과정에서의 어려움 등을 들어보았다.

 

▶위원장으로서 이번 국시에 대해 총평을 한다면.

작년에 처음 문항을 공개하고 이번 국시가 두 번째였다. 국시 문항을 개발하고 검토하는 교수들이 많이 노력하며 도움을 준 것에 감사하다. 밖에서 보기에는 그것밖에 안되냐고 할 수 있지만 일을 하는 입장에서는 어려운 일이었다. 개인적으로 문항의 짜임새, 빠르게 독해할 수 있도록 하는 문항 형태, 문항의 질 등이 상당히 개선됐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국시의 난이도나 합격률을 적정선 유지해야 하는 상황인데, 개인적으로는 아주 만족스럽진 않지만 아슬아슬하게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신뢰도와 타당도가 일정한 국시출제를 유지하기 위해 선행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데는 국시에 참여한 교수들이 의견을 모았다. 향후에도 이것이 잘 유지될 수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국시 출제에 있어 어떤 부분을 주안점으로 두었는가.

문항에 대해 오답시비도 없어야 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래서 국시출제에 참여하는 교수들이 문항을 일일이 검토하면서 오답시비가 나올만한 것을 걸러낸다. 또 하나는 최근 국시가 직무중심, 역량중심으로 변화함에 따라 임상에서의 대처능력을 최대한 문항에 반영하려고 노력한다. 또한 한글화 작업도 많이 했다. 문항출제 관련 교육에 의하면 국가시험도 일종의 공문서이기 때문에 한글화 작업이 많이 필요하다. 다만 한글로 단독 표기했을 때 의미가 훼손되거나 의미를 알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한자를 병기했다.

 

▶문제를 출제하는 입장에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기존에 출제되었던 문제들이 양질의 문제가 부족하다는 것이 어렵다. 교육의 트렌드는 변화하고 있고, 국가시험의 목표도 직무중심으로 변했다. 이에 따라 예전에 비해 최근의 국시는 암기형 문제보다는 임상현장에서의 적응능력, 임상에서 문제 대처능력을 다룬 문항을 지향하게 됐다. 그런데 이전의 문제은행에 있는 문제들은 그렇지 않다. 이러한 문제들 중에서 양질의 문제를 선택해서 문제를 내야 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국시 문항을 공개하게 되면서 한번 출제된 문항은 다시 쓸 수 없게 됐다. 이에 따라 이전 문제은행에 있는 양질의 문제는 빠르게 소비되고 있고, 새로운 문제를 더욱 많이 개발해야 하는 상황이다. 출제자의 입장에서는 미리 양질의 문제가 있다면 이를 수정해 새로운 문제로 개발하는 작업도 수월하겠지만 수준이 낮은 문제를 수준에 맞게 바꾸려다 보니 작업시간이 길어지는 실정이다.

이에 관해 국시원에서 이를 지원해줄 여력이 있나 하는 것도 문제다. 국시원은 한의사 뿐 아니라 여러 직종에 대해 동등하게 지원을 해야 하는데 예산은 한정되어 있어 우리가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지원해주기가 어렵다. 또한 국시원에서 전폭적으로 지원을 해준다고 해도 한의대 교수 숫자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작업 진행이 어려운 것도 있다. 문항을 잘 정리하려면 여러 교수들이 한 번에 와서 정리 해야 하는데, 여러 교수들이 동시에 진료를 비우며 며칠씩 작업을 진행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우리는 직무중심에 맞는 문항을 출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KCD중심의 국제표준에 맞는 질환에 대해서 현대적인 검사를 토대로 이를 한의학적으로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하는 문항을 많이 내려고 한다. 그러나 이전에는 그런 문항이 없었기 때문에 새롭게 개발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이번 국시를 치른 수험생들의 이의신청은 어떤 것들이 있었나.

이 문항이 국시의 출제기준에 어긋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이의가 제일 많았다. 국시의 최신 트렌드는 학교에서 배운대로 글자 그대로 출제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에서 배운 것을 토대로 임상에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평가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교과서의 내용이 그대로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시출제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러한 이의신청에 대해 검토위원들이 충분히 검토한 결과, 이는 임상에서의 상황에 응용한 문제기 때문에 교과서 내용이 그대로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출제기준에 어긋난다고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윤리문제에 대해서도 이러한 이의가 있었다. 정부에서 최근 의료인의 윤리의식을 함양하기 위해 윤리문제를 많이 출제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이를 따르는 편이다. 예를 들어 부인과에서 생식기를 진찰하는 상황을 제시하며 윤리적으로 대상자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것을 기반으로 하는 문제로 냈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일부 수험생은 이에 대해 학교에서 배운 적이 없다는 이유로 이의를 제기했다.

또한 옛날 한의대 교재에는 증상이 한자로 되어있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를 우리나라 정서에 맞게 한글로 번역해 출제했는데, 수험생이 한자 뜻을 잘 몰라서 답이 아니라고 이의를 제기한 경우도 있었다.

 

▶향후 국시 출제 방향은 어떠한가.

문제은행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빠른 기간 안에 당장 변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임상현장에 가장 가까운 문제, 그 중에서도 한의사의 다양한 직무를 드러내는 문항을 개발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한의사의 직무는 환자가 내원했을 때 진단하고 한약을 처방하는 것만이 아니다. 환자가 왔을 때 어떤 질환이 의심되는지 감별할 줄 아는 능력도 필요하고, 2차적으로 어떤 처치가 필요할 것인가 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그래서 이러한 형태를 다양화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한의사의 여러 가지 직무에 맞는 다양한 문제해결능력을 묻는 형태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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