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851> - 『救恤國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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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851> - 『救恤國史』
  • 승인 2019.01.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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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mjmedi@mjmedi.com


내 福을 부르는 마음의 그림자

이 색다른 책, 『救恤國史』는 홍수와 가뭄, 전쟁 등 재난을 당한 사람들에 대한 救護와 賑恤의 역사를 기록한 책으로 주로 이에 관련한 우리나라 역대 왕조의 구휼정책과 제도, 그리고 사례를 들어 기술하였다. 일제 강점에서 벗어나 광복 다음 해인 1946년에 申鼎言이라는 분이 啓蒙俱樂部에서 발행하였는데, 조선시대 문헌기록을 제외하곤 우리나라 최초의 구휼 전문서라 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휼국사』

다급하게 마련된 듯, 서문 없이 시작한 책머리에는 다만 저자가 직접 지은 刊行趣旨가 붙어있는데, 다음과 같은 말을 통해 책의 저술배경을 가늠할 수 있다. “내 無識으로 어찌 구휼국사란 네 글자를 敢然히 내노케 되엇스랴. 그러나 目下 전쟁동포의 구휼에 늣긴바 잇서 우리 國史중에서 그 자최를 더듬어 보게된 것이다. 우리 국사중에는 구휼에 대한 惠政의 두터움과 시설의 주도함이며 동포애의 美風이 年代로서 세계의 先이 되고 규모로서 세계의 範이 되는 것을 자랑한다.”

위에 나타난 것으로 보아 저자는 삼국 이래 고려, 조선의 구휼정책이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으며, 세계 각국에 비해서도 모범이 된다고 한 말로 보아 우리 민족 구휼의 역사와 제도(‘惠政’이라고 표현)에 대하여 당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다.

이어 다음과 같이 자신의 책에 대한 집필의도를 피력하고 있다. “그러나 내가 붓을 잡은 이 구휼국사는 質에 잇서서는 비록 빈약하나 形에 잇서서는 우리 국사의 일부분인 당당한 特殊國史며 또는 전무한 新國史다. 玆에 우선 기둥만 세우고 장차 大方家의 갈으침을 바더 외를 얽고 色紙를 붓처 비로소 질과 형이 완전한 文化史의 한 자리에 이바지하기를 期한다.”(이상 당시 표기 준용.)

이와 같은 말을 통해 이미 저자 스스로 이 책이 문화사에 있어서 특수한 영역을 개척한 새로운 방식의 한국사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로써 이 책이 근현대 최초의 구휼서라는 평가가 전혀 근거 없이 붙여진 허명이 아니라는 점을 깨달을 수 있다.

우선 본문의 전체 구성을 살펴보면, 크게 상편의 총론과 하편의 救恤史料로 나눠져 있다. 총론편은 제1장 구휼의 經典, 제2장 재앙의 발동, 제3장 恒久의 재앙, 제4장 對備의 文化로 구성되어 있다. 또 구휼사료편은 구휼시설, 왕의 위문, 구휼의 敎旨, 救恤使臣, 四窮의 특전, 응급의 구휼, 朝貢의 감면, 군인의 특전, 기우제, 금주와 禁樂 등 매우 다양한 내용으로 꾸며져 있어 오랫동안 많은 사료를 섭렵하고 꾸준한 자료조사와 고심 끝에 엮어진 것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구휼경전조 첫 대목에는 ‘마음의 그림자’란 제목이 붙여져 있는데, “불상한 것을 보고 / 움직임이 업슴은 / 어진 것이 아니다.”(見憐不動, 不仁也.)라는 유가의 말로 시작하여, 佛典과 그리스도의 말을 차례로 인용하면서 구휼의 자세와 사랑의 의미에 대해 천명하고 있다. 두 번째 대목인 ‘이것이 내 福’란 글, 역시 공자의 어진 것(仁)과 부처님의 大慈大悲, 그리고 예수그리스도의 博愛의 뜻을 담아 구휼의 의미를 풀어내고 있다. 곧 구휼이 단순히 불쌍한 사람을 돌보는 나의 慈善 행위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내면에 잠재된 선량한 靈性을 일깨워 온 천하를 이롭게 하고 복되게 하며, 스스로 복을 구하는 길임을 적극 설파하고 있어 다분히 종교적인 경건함까지 느끼게 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듯 서론에서 구휼에 대한 사상철학적인 접근으로부터 풀어나가는 것은 단지 구휼에 담겨진 의미를 되새겨 보자는 것에 그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과거 역사에서 우리 민족이 신앙했던 불교와 유교, 그리고 기독교의 차원에서도 끊이지 않고 면면히 이어온 우리 민족의 유구한 구휼전통과 정신에 대한 사상적인 토대를 밝히려는 저자의 의도가 숨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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