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정유옹의 도서비평] 2019년 화합과 평화의 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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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정유옹의 도서비평] 2019년 화합과 평화의 길로!
  • 정유옹
  • 승인 2018.12.28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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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평┃이슬람의 과학과 문명

올 초 제주도에서는 예멘인들이 내전을 피해 입국하여 난민으로 인정해달라고 하여 사회적으로 쟁점이 된 적이 있다. 당시 우리 사회에서는 예멘의 정치 상황을 떠나 예멘의 난민들이 이슬람교를 믿는다고 반대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일부 타인이나 다른 종교에 대한 배려가 없는 행동으로 목숨을 걸고 입국한 예멘의 난민들에게는 큰 상처가 되었을 것이다.

하워드 R. 터너 著, 정규영 譯, 르네상스 刊

얼마 전 이슬람 국가인 터키를 여행하였다. 예배 시간이 되자 아잔(adhan, 기도 시간을 알리는 소리)이 마치 창을 하듯 울려 퍼졌다. 우리나라 교회처럼 곳곳에 있는 사원에서 동시에 아잔이 울리면 소란스러울 텐데 한쪽에서 하면 다른 한쪽은 쉬면서 배려하는 것을 보았다. 이슬람 사원에서 하는 예배를 참관할 기회가 돼서 들어가 보았다. 앞에서 설교하는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 동등하게 나란히 서서 기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시간이 되어 찾아간 과학기술역사 박물관에는 이슬람의 천문, 지리, 화학, 의학, 건축 등이 전시되어 있어 이슬람의 전통적인 과학 기술을 살펴볼 수 있었다. 그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병원, 수술 도구들이었다. 이슬람의 역사와 의학에 대하여 더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하워드 R. 터너가 쓴 『이슬람의 과학과 문명』에는 이슬람 종교와 역사를 바탕으로 우주론, 수학, 천문학, 점성술, 지리학, 의학, 자연과학 등의 과학적 지식이 어떻게 생산되고 당시 사회에서 유행하였는지를 소개하고 있다. 워낙 방대한 분야를 소개하려다 보니 요약된 감이 없진 않지만, 이슬람의 과학 문명에 대한 입문서로 적당하였다. 그리고 사진 자료들이 많아 이해가 쉬웠다.

632년 예언자 무함마드가 죽은 후 100년 안에 이슬람 영토는 중동지역, 북아프리카, 에스파냐, 인도까지 확장되어 고대 로마의 영토와 비슷한 크기가 되었다. 정복자 이슬람교도는 세금만 내면 기독교인들과 유대인들에게 개종을 강요하지 않았기에 영토를 더 확장할 수 있었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이슬람의 경전인 『꾸란』에서 다섯 가지 행위를 필수적으로 하도록 하고 있다. 신앙고백, 일상적 예배, 자선, 라마단 기간의 금식, 평생 한 번의 메카 순례가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매일 5번의 예배를 드리는데 매일 시간이 다르다. 이는 일출과 일몰에 따라 시간이 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천문학과 역학(曆學)이 발달할 수 있었다고 한다. 또한 예배 시에는 메카의 방향을 나타내는 키블라(qibla)를 향해서 기도하므로 지리학, 측량학 등도 발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슬람 국가는 1600년대까지 약 천 년 동안 고대 로마의 영토를 지배하면서 그리스·로마의 문명을 받아들이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과학 문명을 만들었다고 한다. 무함마드의 언행록인 『하디스』는 지식의 추구를 권장하고 있으며, 『꾸란』은 우리 주변 세계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지식의 가치를 강조한다고 한다. 따라서 철학뿐 아니라 수학, 기하학, 자연과학 등의 학문이 장려되었다. 이슬람의 과학과 문명은 로마 시대 이후에 서구 문명의 토대가 되었고 지금에 이르고 있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이러한 학문적인 영향으로 이슬람 전통의학도 동아시아와 다른 특징을 가지게 되었다. 중세 이슬람 의사들은 해부학과 생리학에 관심을 기울였고, 외과술이 발전하여 수술을 담당하는 이발사까지 생겼다고 한다. 대표적인 의학자는 이븐 시나로 11세기 발간한 그의 백과사전식 저서 『의학정전(Al-Qanun)』에서 그동안의 모든 그리스 의학 지식을 망라하였고, 해부학·위생학·열·종창·골절·미용까지도 다루고 있다고 한다. 이를 바탕으로 천 년 전에 이슬람 영토에서는 지금 종합 병원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병원이 생겼고 여기에는 입원실, 분만실, 안과 치료실, 수술실, 회복실, 정신과 병동 등을 갖추었다고 하니 이슬람 의학의 규모를 짐작할 만하다.

‘IS, 전쟁, 난민, 유일신, 터번, 이슬람 사원, 할랄 음식, 수니파, 시아파 등등’ 이슬람에 대해서 아는 지식은 단편적이었다. 이번 여행을 통해 경험한 이슬람 국가에서는 관용적이고 관대하고 규율이 있고 독창적인 문화가 있었다. 물론 서구세력의 맞서기 위해 교조주의에 빠져 외부와 격리된 채 자신들만의 문화로 살아가는 집단도 있지만, 대부분 무슬림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19년에는 너와 나, 여와 남, 남과 북, 기독교와 이슬람교 등 분열과 갈등을 이해와 존중을 통해 화합으로 해소하여, 지구상에서 전쟁과 다툼이 사라지는 한 해가 되길 빌어본다.

 

정유옹 / 한국 전통의학史연구소, 사암침법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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