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누구나 비밀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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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누구나 비밀은 있다
  • 승인 2018.12.28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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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영화읽기┃완벽한 타인

1년 전, 2018년을 맞이하며 계획했던 일들이 있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그 계획은 또다시 내년으로 미루어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시도를 하기는 했지만 이 핑계, 저 핑계 속에 속절없이 시간만 흘러가 버렸다. 연말이면 누구나 한 번 쯤 겪는 과정이겠지만 1년 후에는 결코 올해의 후회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각오를 하며 다시 한 번 계획에 도전해 보기로 마음을 다져본다. 다사다난했던 2018년도가 서서히 가고 2019년이 다가오고 있다. 이런 연말연시에는 가족이나 친구, 직장 동료들과 많은 모임을 갖게 되는데 이 때 사전에 꼭 봐야 할 영화 한 편이 있다. 바로 부부 동반 집들이에서 일어난 일들을 그린 <완벽한 타인>이다.

감독 : 이재규출연 : 유해진, 염정아, 조진웅, 김지수, 이서진, 송하윤, 윤경호

석호(조진웅)와 예진(김지수)의 집들이 모임에 고향친구인 태수(유해진)와 수현(염정아), 준모(이서진)와 세경(송하윤) 부부와 영배(윤경호)가 초대를 받아 모이게 된다. 고향 음식들을 즐기고 있을 때 예진이 게임을 제안한다. 바로 각자의 핸드폰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통화 내용부터 문자와 이메일까지 모두 공유하자고 한다. 흔쾌히 게임을 시작하게 된 이들의 비밀이 핸드폰을 통해 들통 나면서 처음 게임을 제안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상상치 못한 결말로 흘러가게 된다.

이탈리아 영화인 <퍼펙트 스트레인저(Perfect Strangers)>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완벽한 타인>은 집들이 저녁 식사 모임에서 일어난 일을 다루다 보니 영화의 주된 무대가 식탁이다. 사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공간의 변화가 적어 연극 같은 영화가 되지 않을까라는 선입견이 있었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는 전혀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빠른 호흡의 편집으로 관객들이 지루해 할 틈을 주지 않고 있으며, 배우들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맞물려 적절한 웃음과 긴장감으로 영화적 재미를 드높이고 있다. ‘진실게임’은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것이다. 그러나 예전에는 단순히 답변자의 양심에 모든 것을 맡겼다면 요즘에는 영화에서처럼 휴대폰을 활용하여 확실하게 팩트 체크를 하기 때문에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물론 영화처럼 과잉된 이야기들이 나오지는 않겠지만 은근히 사람들의 비밀을 알고 싶어 하는 심리를 발동시키면서 그 어떤 스릴러 영화보다 더 한 긴장감을 즐기게 해줄 것이다.

지난 10월말 개봉하여 528만명의 관객으로 2018년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3위를 차지하며 CG나 거창한 액션 하나 없이 적은 제작비로 큰 효과를 본 가성비 높은 영화로 등극했다. 비록 비밀이 대체로 불륜이나 성(性)적인 부부들의 문제로 한정되어 관객에 따라 공감대가 떨어질 수도 있지만 휴대폰을 통한 게임이라는 설정 자체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자신의 치부를 들키는 것 같은 긴장감을 주는 흥미로운 소재이기 때문에 영화를 감상하는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또한 수화기 속 목소리로 함께한 카메오가 누구인지 맞추는 재미도 있는 <완벽한 타인>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말할 수 없는 비밀과 그 모든 비밀을 간직한 휴대폰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 간의 소통과 이해에 대해 관객들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렇기에 연말연시 모임에서 웃자고 이 게임을 따라하다가 완전히 파투나는 일이 발생할 수 있으니 주의하기 바란다. 2018년을 멋지게 정리하고, 건강하고 힘차게 2019년을 맞이하길 기원한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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