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850> - 『穡經』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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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850> - 『穡經』 ③
  • 승인 2018.12.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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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mjmedi@mjmedi.com


모든 꽃은 약성을 지니고 있다

朴世堂(1629~1703)의 『색경』 안에는 농업과 음식에 관한 많은 내용이 들어 있지만 꽃가꾸기와 약초 재배법에 관해 전문적으로 논술한 種諸花藥法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가장 먼저 씨와 뿌리, 잎을 골고루 약용이나 식용하는 蓮에 대해 기술하였는데, 8~9월에 연밥을 따다가 가위로 연 씨의 양끝을 잘라버리고 연못 안에 던져놓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자라난다고 하였다.

◇『색경』

연뿌리[藕]로 심는 방법은 초봄에 연뿌리의 마디진 곳을 파내어 연못 진흙 안에 놓아두면 그 해에 꽃이 핀다고 하였으며, 이 때 연뿌리는 세 마디 이상 쓰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하였다. 한편 2월에 마디가 몇 개 있는 연뿌리를 가져다가 진흙과 함께 항아리 안에 옮겨 심으면 바로 그 해에 꽃이 핀다고 하였으니 관상용으로 수반에 키울 요량이면 이 방법을 따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청열재로 많이 쓰이는 菊花는 기름진 땅을 선택하여 겨울에 깨끗한 거름을 흠뻑 적셔 주되, 춘분이 지나면 꺼내어 말리고 흙이 깨끗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날마다 여러 차례 뒤적거려 주고 또 벌레나 개미, 혹은 잡초들을 없애지 않으면 해가 된다고 했으니 유난히 국화꽃에 벌레가 많이 끼는 것을 막고자 했던 것이리라. 화분용 국화를 관리하는 방법으로 국화가 1자 남짓 자라게 되면 다듬어 주어야 하는데, 길게 하려면 곁가지를 없애고, 짧게 하려면 가운데 가지를 쳐내야 한다. 국화가 조금 자라게 되면 대나무를 사이에 끼워 매어주어 바람에 흔들거리지 않게 해야 한다고 했으니 오늘날 국화분 재배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또 뿌리에 개미가 많을 낄 때에는 자라껍질을 곁에 놓아두고 개미가 많이 모이기를 기다렸다가 버리면 단번에 없앨 수 있다고 하였다.

한약재로 많이 쓰이는 地黃은 빛깔이 검은 비옥한 밭에 심어야 한다고 했다. 밭갈이는 곱고 부드럽게 5차례 한다. 3월 상순이 심기에 가장 좋은 때이고, 4월말이나 5월초에 싹이 나고 9월초에는 다 자라는데 용도에 맞게 쓸 수 있다. 남겨 두었다가 심을 뿌리는 바로 땅 속에 두고 파지 말며 다음해 3월에 파내 쓴다고 하였다.

決明子는 2월에 씨앗을 가져다가 두둑에 심고 잎이 나면 바로 먹을 수 있는데, 가을 사이에 씨가 생긴다고 했으니 약에 쓰는 결명자는 가을에 채취하는 것이다. 이에 비해 茴香은 봄에 날씨가 따뜻해지면 볕이 드는 곳에 구멍을 파고 거름과 흙을 잘 섞은 다음, 먼저 물을 주고 나서 눅눅하지 않고 신선한 회향 씨를 땅과 가늠하여 적절하게 파종하고 흙을 뿌려 살짝 덮어준다고 하였다.

참마[薯蓣]는 ‘좋은 씨앗을 고르고 구덩이는 길이 1길에 폭 3자, 깊이 5자로 판다. 밑에 벽돌을 깔고 거름 섞은 흙을 이겨 넣은 다음 줄을 맞추어 씨앗을 넣는다. 씨앗을 심고 나서 흙을 덮을 때에는 구덩이에 흙을 가득 덮어 준다. 1년이 지나고 나면, 뿌리가 대단히 굵어지고 하나의 구덩이에서 한 해의 양식을 생산할 수 있다.’고 했으니 역시 기근에 대비한 구황식물로서 실용적인 가치가 상당하였던 것을 알 수 있다. 산약은 소를 이용하여 잡초를 밟아 쓰러트리고 그 옆을 북돋아 주면 쑥쑥 잘 자라며, 썩은 쇠똥을 흙과 잘 섞어 주면 좋은데 인분은 쓰지 않는다고 하였다.

기타 釀酒法도 적혀 있는데, 流霞酒 제법과 찹쌀술(粘酒) 빚는 법이 소개되어 있는 것이 그 예이다. 또 醋와 누룩 만드는 법과 즙저(汁菹)를 빚는 법, 그리고 다식(茶食) 만드는 법까지 함께 수록되어 있으니 『동의보감』에서 말한 食藥療病 사상이 잘 구현되어 있다고 할 것이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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