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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학사(韓國醫學史)의 식민지 근대화론 무엇이 문제인가
2018년 12월 21일 () 06:00:22 류정아 mjmedi@mjmedi.com
   
류정아(柳姃我)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1990년대 한국 사학계에는 당시 한국 근현대사 연구의 중심 패러다임인 ‘내재적 발전론’과 ‘식민지 수탈론’에 반론을 제기하는 ‘식민지 근대화론’이 등장하였다.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였던 안병직은 원래 마르크스주의자였으나 90년대 공산주의 진영의 몰락을 지켜보면서 우파로 전향하여 소위 ‘중진국 자본주의론’을 주장하였다. 이후 일본 도요타재단, 사사카와재단 같은 극우 일본 재단의 지원을 받아 대안교과서를 제작하고 본격적으로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하였다. 그동안 한국사 연구자들이 지나치게 일제의 수탈과 이에 맞선 조선민중의 저항이라는 틀에 얽매어 있었으며, 더불어 일본과의 충돌은 결과적으로 성공적이었고, 현대 한국의 경제적・정치적 성장의 원동력이 일제 식민지 시대에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경제사학회를 중심으로 확산되었는데, 안병직의 제자인 이영훈도 경제사학 21권 (1)호에 조선후기 자본주의 맹아론의 문제점을 3가지로 정리한 논문을 발표하는 등 안병직의 주장과 궤를 같이하였다.

이들의 주장은 애초에 ‘내재적 발전론’을 비판하려는 의도에서 시작한 것으로, 이들이 저술한 대안교과서는 집필진 대부분이 경제학자로서 정치・경제・사회・문화 다방면을 아우르는 보편적인 역사서술 방법을 채택하지 않고 표현과 서술방식, 통계인용 등이 한쪽에 치우쳐 있으며 해석도 지나치다. 또한 한글전용, 신식군대의 창설, 현대적 병원・학교・은행의 도입, 도량형의 통일 등 근대화 제도를 도입한 개항기 및 대한제국 시기의 업적은 애써 무시하거나 도외시한다. 반면 일본 극우세력들이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은 근거가 있다”, “위안부는 강제적 동원이 아닌 자발적 성매매이다”와 같은 그들의 주장을 인용하여 일본의 제국・군국주의적 침략을 미화하고 옹호하는데 사용하는데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침묵으로 동조한다. 궁극적으로는 “일본이 무엇을 했든 간에 그것이 일본이 아니었으면 산업화를 할 수 없었다”라는 비논리적인 주장을 포함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주장은 한국의학사에도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한국의학사에서 한의사와 의사 면허제도의 시원(始原)을 일제 강점기 ‘의생규칙’ 및 ‘의사규칙’ 반포와 시행에서 찾으려는 기존의 연구가 그것이다. 이 주장은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의학과 의학 근대화 과정의 주요 시원(始原)이 식민지시기에 있다는 기존의 연구들은 주권을 상실한 상태에서 전통의학을 배제하고 서양의학 위주로 의료체계를 세운 일제 강점기 식민지배 정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으로, 정상적인 것으로, 정당한 것으로 여기게 하는 관점을 생산하고 유포시킨다.

필자는 식민지 근대화론의 문제점을 오랜 시간 고민한 끝에 이들 연구가 비교연구 대상 설정에 오류가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일제 강점기 한의학과 의학의 현실을 구한말 개항기와 비교하게 되면 일제 강점기의 상황이 전염병 방역, 사망률 감소, 의료제도 확충 등 여러 면에서 발전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광복 후 대한민국의 상황과 비교하게 되면 광복 이후의 의료제도, 의료기술, 사회 의료 인프라의 시원(始原)이 일제 강점기에 있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비슷한 시기 대만, 중국, 일본의 상황과 비교하게 되면 소위 ‘식민지의학’의 존재와 그 양상적 특징을 드러내고 공고화하게 된다. 일제 강점기 한의학과 의학의 현실은 대한민국이 주권을 잃지 않고 자주적 결정권을 행사하며 일본, 미국, 독일 등 근대화에 앞선 이웃나라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주권침탈의 염려 없이 안정적인 시행착오를 겪어가면서 시대 변화에 따라 스스로 변화하고 발전해갈 수 있었을 때의 상황과 비교해서 연구되어야 한다. 이런 상황을 가정하여 비교 연구하여야 일제 강점기가 정말로 대한민국의 경제적・제도적 성장 그리고 한의학과 의학의 발전에 도움이 된 것인지를 올바르게 분석・판단할 수 있다. 또한 소위 ‘식민지의학’에는 지배자의 시각으로 피지배자를 대상화하는 관점이 녹아 있다. 그래서 결국 일제 강점기의 현상을 지배자였던 일본 제국주의자들의 입장에서 인식하고 그 인식을 공고화하게 되므로, 이 시기 의학을 특별히 지칭하고자 한다면 다른 용어를 선정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결론적으로, 일제 강점기의 의생제도는 한의사 면허제도의 시원이 아니다. 1900년 대한제국에서 반포한 ‘의사규칙’이 한의사와 의사 면허제도의 시원이다. 한의사가 의생으로 격하되었던 것은 주권침탈 상태에서 빚어진 비정상적이고 특수적이며 강제적인 조치였다. 일제의 강점에 의해 한의학과 한의사 면허제도가 시대 변화에 따라 스스로 변화하고 발전해갈 수 있는 자주적 결정권이 박탈당하였으며, 현재의 한의학은 그런 상황에서도 명맥을 유지하다 광복 이후 여러 가지 자구책을 모색해 온 역사의 결과인 것이다.

 

참고문헌

식민지근대화론.(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 http://encykorea.aks.ac.kr/)

한국경제발전에 관한 연구의 방법과 과제: 무엇을 연구할 것인가.(안병직, 『경제사학』, 경제사학회, 1993)

한국사에 있어서 근대로의 이행과 특질.(이영훈, 『경제사학』21, 경제사학회, 1996)

한국의학사(韓國醫學史)의 식민지 근대화론에 대한 고찰.(류정아, 󰡔제29회 한국의사학회 정기학술대회 논문집: 한국의학사 연구의 회고와 전망󰡕, 한국의사학회, 2018)

     관련기사
 의사규칙(醫士規則), 근대 한의학의 시원(始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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