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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가들이 힘들게 쓴 고서, 사장시킬 순 없었다”
피부질환 강의하는 방성혜 원장
2018년 12월 13일 () 07:17:46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피부전문고서 속 내용 한의사들에게 강의…현대질환에 맞는 재해석 필요

 

[민족의학신문=박숙현 기자] 피부질환에 특화된 고의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한의사들에게 강의하는 방성혜 원장(인사랑한의원). 자신을 ‘고서의 내용을 현대 한의사에게 전해주는 중간자’라고 표현하는 그를 만나 과거와 현대의 피부질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피부과 강의를 진행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강의는 어떤 내용인가.

   
 

한의학 의서들 중에는 동의보감 같은 종합의서가 있는 반면 특정 분과에 특화된 전문의서도 있다. 그 중 피부과에 특화된 전문의서도 있다. 그런데 종합의서는 여러 분야를 한꺼번에 다루다보니 한 분야에 대해 집중적인 논의가 부족할 때가 있었다. 그래서 피부과에 특화된 전문의서를 찾아보니 종합의서보다 내용이 풍부하고 쓸 만한 처방이 많았다. 이러한 처방들을 연구해서 환자들에게 적용해보니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그 내용을 정리해 강의에 활용하고 있다.

 

피부질환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포인트가 될 만한 것이 있다면.

피부병은 진단이 가장 어려운데 여기에는 몇 가지 과정이 있다. 우선 환자의 병력을 봐야 한다. 피부병에 걸리고 바로 내원한 것인지 아니면 병을 오래 앓았는지 알아야 한다. 그 다음에는 환부의 위치와 상태를 본다. 환부가 어떤 모양으로 위치하고 있는지, 건조한지 습한지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마지막으로 볼 것이 환자의 맥이다. 맥에서 힘이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환자의 정기의 강약을 판단하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종합적으로 판단해 진단을 내리면 된다. 그러나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기 때문에 약에 대한 반응을 봐야 한다. 만약 호전이 있다면 약의 방향을 맞는 것이고, 악화되거나 원하는 반응이 나오지 않으면 재점검이 필요하다. 약의 반응이 좋다면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디테일을 조정해줄 필요도 있다.

 

▶피부질환을 치료하는데 있어 한의학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모든 피부질환에는 그 질환이 생긴 원인이 있다. 그런데 양방은 그 원인을 보지 않고, 스테로이드나 항생제를 써서 증상만 잠시 억누르는데 그친다. 잠시 억누르는데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약을 중단할 경우 내성이 생기거나 오히려 증상이 더 악화되기도 한다. 그러나 한약은 이 환자에게 왜 이러한 질환이 생겼는지, 이를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한다. 그리고 나중에 한약을 먹지 않더라도 그 상태가 유지되게 해준다. 그 사람의 몸을 건강하게 해서 피부를 좋게 한다.

 

▶과거와 현대의 피부질환 양상에는 어떠한 차이가 있는가.

조선시대에는 종기로 대표되는 화농성질환이 많았다. 그러나 요새는 종기가 거의 없다. 상하수도 시설이 완비되면서 전체적인 위생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이러한 상하수도 시설이 좋지 못해 감염질환에 취약했다. 현대인이 항생제를 많이 접하게 된 것도 하나의 이유다. 이렇다보니 요즈음의 피부질병은 고름보다 진물의 형태로 많이 바뀌었다. 옛날의서에는 고름이야기가 많았기 때문에 이를 현대에 적용하려면 재해석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예전에는 한의사가 유일한 의사였기 때문에 피부병이 생기면 초기에 한약을 먹었다. 그러나 요즘은 피부질환으로 바로 한의원에 오는 경우가 별로 없다. 대부분 양방 피부과를 여러 군데 돌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오는 곳이 한의원이다. 그러다보니 환자들도 피부질환 초기가 아니라 말기가 되었을 때 오게 되었다. 의서에는 여러 스펙트럼의 처방이 있는데, 예전엔 초기처방을 많이 활용했던 반면 요즘은 만성처방을 많이 활용한다.

 

▶원전의 가치에 대해서는 모두 공감하고 있지만 학생들을 비롯해 원전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한의사들이 많다. 원전을 잘 활용할 수 있게끔 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용어가 중요하다. 종종 병이 무엇인지부터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한문 용어의 정의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있다. 그러나 언제나 질병의 용어와 정의가 선행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 다음에 이 질병이 왜 생기는지, 질병의 초기부터 말기까지의 생로병사와 각 단계에 맞는 치료방법이 매치되어야 한다. 그러면 그 질병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이 그려진다. 그런데 고의서로는 그 질병의 정의부터 이해하기가 힘들어 그림이 그려지기 쉽지 않다. 이는 결국 선배들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다. 학생들이 처음부터 잘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예전에 의가들이 책을 쓰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 의가들이 책을 썼다는 것은 말 그대로 피땀을 흘려가며 정말 하고 싶은 말을 힘들게 책으로 남긴 것이다. 그렇다면 그렇게 좋은 내용을 사장시켜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나는 고서의 내용을 현대의 한의사들이 잘 활용해 진료 할 수 있게끔 중간자입장에서 이를 전달하고 싶다. 피부과 외에 다른 분과에도 좋은 고의서가 많다. 이에 한의사들이 미처 알지 못하는 좋은 고서의 내용을 21세기에서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발굴해 전달하고 싶다. 그 형태가 강의인지 책인지는 상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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