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수유 관련 질문을 받을 때 당황하지 않기 위해 이것만은 알아두자
상태바
모유수유 관련 질문을 받을 때 당황하지 않기 위해 이것만은 알아두자
  • 승인 2018.12.14 07: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나희

김나희

mjmedi@mjmedi.com


국제인증수유상담가(International Board Certified Lactation Consultant, 이하 IBCLC)는 모유수유, 산전산후관리, 신생아 케어에 특화된 전문가 직능이다. 소아과나 부인과 전문이 아니라도, 모유수유 관련해서는 모든 한의사가 종종 질문을 받게 되므로 임상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질문들을 환자 눈높이에 맞추어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환자가 성공적인 모유수유를 할 수 있고, 한의사에 대한 신뢰가 높아질 수 있다. 최다 빈도로 나오는 질문들을 모아 보았다.

 

1. 완전모유수유(완모)란?

완전모유수유(exclusive breastfeeding)는 생후 6개월간 오직 모유만 먹이는 것을 말한다. 분유는 물론이고 물, 주스, 곡식가루, 사골국 등 그 어떤 음식도 추가로 먹이지 않고 오직 모유만 먹이는 것이다. 생후 6개월간은 오직 모유만 먹이라고 세계보건기구가 강력히 권하고 있다. (혼합수유를 하다가 어느 시기에 모유만 먹이기 시작하는 데 성공하면 완전모유수유라고 인식하는 식으로 시중에는 용어가 혼동되어 쓰이고 있으므로 환자와 대화하는 한의사는 헷갈리지 않아야 하겠다.) 어떤 환자는 ‘저는 처음에 젖이 돌지 않아서 분유랑 혼합수유하면서 고생했는데, 지금은 완모에 성공했어요.’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 혼합수유한 시기가 이미 존재하기 때문에 사실 완전모유수유의 정의와 딱 들어맞지는 않는다. 하지만 굳이 환자가 잘못 알고 있다고 정정해줄 필요는 없다. 이런 경우에는 환자가 아기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이므로 환자에게 칭찬과 지지의 뜻을 보여주면 충분하다.

6개월부터는 고형식, 즉 이유식을 시작해야 한다. 생후 6개월 시점에서는 모유가 주식이고 고형식이 간식인데, 점차 고형식 비율을 늘려서 돌이 되면 고형식이 주식이고 모유가 간식이 된다. 이렇게 간식으로 모유를 먹는 상태를 두 돌 이상까지 유지하라고 세계보건기구가 권장하고 있다. 모유수유가 영아사망률을 낮추고 평생 의료비를 절감하는 최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2. 모유가 잘 나오지 않는다면?

모유는 꺼내도 꺼내도 보물이 끊임없이 계속 나오는 항아리인 화수분과 비슷한 원리로 생산된다. 젖을 완전히 비웠을 때 가장 빨리 채워진다. 그리고 중간쯤 비웠을 때 중간 속도로 생산되며, 젖이 많이 불어 있을 때는 아주 느린 속도로 모유가 합성된다. 젖을 늘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젖을 자주 완전히 비워주는 것이다. 아기가 젖을 빨고 나서는 유축까지 해서 탈탈 비워주며 이 과정을 자주 반복한다.

모유 생산량 확립은 출산 직후 일주일 정도가 가장 중요하다. 이 시기에는 모유 양이 원래 적다. 양이 적어서 빈 젖만 빠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면역물질이 농축된 귀한 초유가 나오는 중이다. 그리고 엄마 몸 속에서 저장해 나온 영양이 있기 때문에 아기는 3일 정도는 이 양이 적은 초유로만 버틸 수 있다. 이 때 분유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분유를 섞어 주면 아기가 모유를 덜 빨게 되어 완모 성공률이 낮아지고 아기가 고무젖꼭지와 엄마젖을 착각하고 엄마젖을 거부하는 유두 혼동이 일어날 수 있다. 혼합 수유를 하더라도 모유수유유도기를 이용해서 젖빨기를 최대한 유도하고, 아니면 컵 수유나 스푼 수유로 분유를 주는 것이 좋다. 그리고 생애 초기에 분유를 접할수록 알레르기 발생 확률이 높아지니, 분유 접하는 시기를 최대한 미루는 것이 좋다. 태어나자마자, 늦어도 출생 후 1시간 안에 첫 모유수유를 시작해야 한다. 이 내용은 출산 후에 배우면 이미 늦기 때문에, 한의사들은 임신 여성과 상담할 때는 환자가 먼저 묻지 않더라도 미리 교육해주는 것이 좋겠다.

출산 후 3주 정도는 모유수유 때문에 정신이 없고 밤낮없이 계속 수유하다 보면 ‘내가 젖 먹이는 기계인가’싶어 우울할 수 있다. 환자의 이런 마음을 잘 알아주고 위로해주며, 이 시기가 영원히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6주쯤 되면 좀 편해지고, 3개월쯤 되면 이제 반대로 ‘분유 사고 물 데우고 분유 타고 식히고 젖병 소독하려면 분유 먹이는 엄마들 힘들겠다’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편해진다는 것을 알려주면서 용기를 주도록 한다. 정확한 시기를 가리켜 설명해주면 환자는 희망을 가질 수 있고 상담의에게 신뢰를 갖게 된다.

 

3. 모유의 영양이 떨어져서 분유로 갈아타야 하냐는 질문에 대처하기

모유보다 좋은 분유는 정의상 존재할 수 없다. 분유의 목표는 모유와 최대한 비슷하게 만드는 것이지만 여전히 모유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아기를 보호하는 모유 속 성분들은 아직도 계속 밝혀지는 중이다. 모유 속 올리고당은 다른 어떤 포유류의 젖 속의 올리고당에 비해 종류와 양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인류에게만 특이적으로 공생하는 비피더스균의 아종을 우점종으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 아기와 엄마가 피부접촉을 하고 있으면 아기에게 붙어 있는 병균을 엄마의 몸이 인식하고, 그 병균에 대한 맞춤형 면역물질을 만들어서 모유로 분비해서 아기에게 전달한다. 극저체중으로 태어난 미숙아는 삼키는 능력이 없어서 모유를 먹을 수가 없는데, 그런 미숙아에게는 모유를 면봉에 발라서 입 안 점막에 묻혀 준다. 그렇게 소량이라도 흡수를 시키려고 애쓸 만큼 모유가 아기에게 좋다. (정말 특수 체질인 경우, 예를 들어 5만 명에 한 명 있는 갈락토오스 알레르기의 경우 모유 안의 갈락토오스를 받아들일 수 없어, 갈락토오스 없는 특수 분유를 먹여야 한다.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

 

4. 아픈 엄마도 모유수유 괜찮을까?

모유수유는 아토피피부염이나 알레르기, 당뇨 등 유전적 소인이 있는 질환의 발병 가능성을 줄여준다. 즉, 엄마가 알레르기 체질이거나 당뇨가 있는 경우엔 오히려 더 열심히 수유를 해야 아기에게 예방 효과를 줄 수 있다.

엄마가 아픈 경우, 우리가 흔히 보는 감기, 유선염, 폐렴, 장염 등에는 모두 모유수유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엄마에게 이런 감염증이 있으면 모유로 면역물질이 분비되어서 아기에게 모유수유를 하면 ‘더’ 좋다.

유방암으로 한쪽 유방을 절제한 여성도 반대쪽 유방으로 아기에게 모유수유를 할 수 있다. 암이라는 중환에도 불구하고 모유가 아기에게 좋은 선물이기 때문이다.

또한 대부분의 약은 모유수유와 병행할 수 있다. 대부분의 경우, 약을 복용할 때의 모유라도 분유보다 우월하기 때문에 약을 복용한다는 이유로 모유를 끊고 분유를 먹이면 더 손해가 될 수 있다. 모유를 중단해야 하는 약들도 간간히 있긴 하니 꼭 모유수유전문가인 의료진과 상담하도록 한다.

 

김나희 /대한모유수유한의학회 교육이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