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PDF보기  기사제보  광고안내  싸이트맵
최종편집 : 2018.12.11 화 10:05
> 뉴스 > 사설/칼럼 > 칼럼
     
[김영호 칼럼] 다~ 의미 없다
2018년 12월 07일 () 06:00:21 김영호 mjmedi@mjmedi.com
   

김 영 호

부산광역시한의사회
홍보이사

유명 운동선수들은 대게 ‘루틴’을 가지고 있다. 게임을 앞두고 항상 반복하는 <습관>을 ‘루틴’ 이라고 하는데 이 과정을 완벽히 해내야 그날 경기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루틴’ 자체가 성공의 비결이라기보다는 최고 수준의 선수들조차 불안을 잠재우는 <의식>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루틴’은 아주 경기가 잘 풀렸던 어느 날부터 시작 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지독하게 경기가 안 풀리거나 운이 나빴던 어느 날부터 ‘징크스’도 시작된다. ‘루틴’이나 ‘징크스’는 동전의 양면처럼 본질은 똑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저 부여하는 의미가 달랐을 뿐.

우리의 번뇌는 인과관계가 전혀 없는 ‘의미부여’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생각이 많은 사람들은 우연한 사건에 필연적 의미를 부여하는 습관이 있다.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분석’이다. 원인을 생각하고 인과관계의 연결고리를 찾아 불행을 피하려는 노력이다. 비교적 똑똑한 사람들에게 이와 같은 사고 과정은 습관인 경우가 많다.

보통 사람들은 우연히 만난 불쾌한 사건에 대해 ‘오늘 운이 좀 없네’ 하고 지나친다. 조금 더 기분이 나쁜 날엔 저녁에 소주나 한 잔하고 잊어버린다. 반면, 생각이 많은 사람, 글 좀 읽은 사람들은 원치 않는 사건을 만나면 분석한다. ‘오늘 나에게 이 일이 왜 생긴걸까?’ 라는 의문을 풀기 위해 사건이 벌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샅샅이 반추한다. 인과관계를 찾기 위해 전력을 기울인다. 그리고 ‘나름의’ 지극히 주관적인 결론을 내린다.

이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생각이 많은 사람들이 내리는 ‘나름대로’의 결론과정에서 잘못된 의미부여가 발생한다. 우연이 필연으로 둔갑해버린다.

이런 분석적 성향의 사람들 내면에는 <완벽주의>가 숨어있다. 실수를 피하려는 집념이 아주 작은 실수까지 대비하게 만든다. 그래야 마음이 편하니까. 잘못된 분석일지라도 준비 과정을 하나 더 추가해서 조심하면, 불행이 미리 예방될 것 같으니까.

마음의 불안은 가라앉을지 모르지만 우리 감정의 불행(불행까지는 아니라도 행복하지 않은 감정까지 포함)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대한민국을 포함한 전 세계 사람들은 이 과정에서 구복신앙을 만들고 종교에 귀의하기 시작했다. 기대고 싶은 마음, 무엇이든지 일단 믿고 싶은 마음이 오히려 마음의 아킬레스건이 되었다. 그곳을 파고들면 마음이 쉽게 열린다는 것을 이용하는 인간들이 생겨났고 그것은 큰 산업이 되어버렸다.

아침에 우연히 칫솔을 떨어트렸다. 그냥 우연히 떨어트린 것일 뿐이다. 칫솔도 멀쩡하고 아무 문제도 없다. 하지만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문제가 시작된다. ‘불행한 징조인가? 오늘 중요한 약속이 있었나? 뒤로 미룰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집 밖으로 나서면서 칫솔을 떨어트린 사건은 우연하게 만나는 사건에 의미를 부여하는 동기가 된다. 간발의 차로 지하철을 놓치거나, 빨간 신호등이 몇 번 반복되면 이 연결 고리는 강력한 <불운의 암시>를 내면에 드리운다.

‘오늘 불행한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 조심해야 돼’ 라는 마음은 불필요한 긴장을 만든다. 100만큼의 능력이 있는 사람이 불필요한 긴장으로 60~70정도 밖에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일은 다반사다. 상대의 사소한 행동이나 말에도 불필요한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 이상형의 이성보다 친구처럼 편하게 지내는 이성과 연인이 될 확률이 더 높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는 누구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매일 불필요하게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가고 있다. 우리의 마음을 즐겁게 유지하지 못하는 여러 원인 중에 <불필요한 의미부여>가 상당한 비중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생각이 많은 사람, 진중한 사람, 높은 성과를 이루는 사람들이 이런 경향이 많다. 미리미리 준비하는 습관이 실수를 줄이고 주변 사람들에게 높은 평판을 받게 해주지만, 정작 당사자는 불필요한 걱정들로 인해 즐거움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 글을 쓰는 본인 스스로 반성하며 이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을 밝혀두는 바이다.

타인의 무심한 행동에 대해 부여하는 의미들, 나에게 일어난 우연한 사건들에 부여하는 필연이라는 오해들이 사실은 전혀 인과관계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연히 벌어진 일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우리는 불행해진다. 우리 인생의 <재미 에너지>가 소모된다. 재미 에너지의 원료 <세로토닌>의 낭비다.

어제가 오늘을 오염시키는 일을 두고 보지 말자. 어제의 밤이 오늘의 낮을 망쳐서는 안 된다. 어제와는 다른 오늘을 살자. 의미두지 말고, 걱정하지 말고, 오늘 조금 더 재미있을 만한 일이 무엇인지나 고민하자. 행복이 별거인가. 그저 오늘 하루 재미있게 살면 행복이지. 나부터 반성하려고 쓴 글임을 다시금 밝히며 재미있게 삽시다. 부디.

 

김영호 / 부산시한의사회 홍보이사

김영호의 다른기사 보기  
ⓒ 민족의학신문(http://www.mjme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2018년도 (제33회) 대한한의...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사업단 -20...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학 연구 논...
한약진흥재단 2018년도 한의학 ...
제 34회 대한중풍순환․...
한국한의학연구원 2018 ‘전통식...
2018 국제 전통의학∙...
영화읽기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안내불편신고조직도찾아오시는 길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명칭 · 제호 : 민족의학신문 | 서울특별시 동작구 성대로 1길 2 | Tel 02-826-6456 | Fax 02-826-6457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06529 | 등록연월일:1989-06-16 | 발행일자 : 1989-07-15
발행인 · 편집인 : 임철홍 | 청소년보호 책임자 : 임철홍
Copyright 2009 민족의학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jmedi@mjme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