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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안세영의 도서비평] 책의 바다에서 살아남는 법
도서비평┃책에 빠져 죽지 않기: 로쟈의 책읽기 2012-2018
2018년 12월 07일 () 06:00:47 안세영 mjmedi@mjmedi.com

가을은 독서의 계절! 너무나 판에 박힌 듯 빤해서 식상하고 진부한 줄 알면서도 가을이면 영락없이 매번 등장하는 말입니다. 염천지절(炎天之節)에 ‘방콕’하며 읽을 요량으로 잔뜩 사놓았던 책들의 속살을 아직껏 다 들여다보지 못했는데, 책읽기 좋다는 이 청명한 계절이 이렇게 짧게 끝나버리다니요. 소설(小雪)도 지났으니 이미 초겨울이지 않습니까? ㅠ.ㅠ

   
이현우 著
교유서가 刊

「로쟈의 책읽기 2012-2018」이라는 부제가 달린 『책에 빠져 죽지 않기』는 낮 기온이 40℃를 넘나들던 삼복 무렵에 구입한 책입니다. 푹푹 찌는 한여름에 펼쳐든 책장을 찬바람 씽씽 불기 시작하는 이제야 덮게 된 데에는 제 게으름 탓이 크지만, 한편으로는 이 책이 서평집이라는 까닭도 있노라 변명하고 싶습니다. 여러 매체에 이런 저런 책들을 소개할 목적으로 투고한 서평 모음집이 아가사 크리스티 추리소설마냥 단숨에 읽히지는 않잖아요?

지은이는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한림대 연구교수로 재직 중인 이현우 교수님인데, 본명보다는 ‘로쟈’라는 필명의 인터넷 서평가로 훨씬 더 친숙합니다. 인터넷서점 알라딘에 2000년부터 개설된 저자의 블로그 <로쟈의 저공비행>은 인문학에 관심 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 이상 들어가 본 유명한 공간이거든요. 지금은 『책을 읽을 자유』·『로쟈의 세계문학 다시 읽기』·『로쟈와 함께 읽는 지젝』·『문학 속의 철학』 등과 같은 다수의 저작물이 쏟아져 나와 그의 정체가 백일하에 드러난 지도 근 10년이 지났지만, 2009년 첫 서평집 『로쟈의 인문학 서재』가 출간되기 전까지는 연중무휴 책 보고 글 쓰는 유령으로만 여겨졌거든요. 도스토예프스키 소설 『죄와 벌』의 주인공 라스꼴리니코프의 애칭 ‘로쟈’를 닉네임으로 쓴다는 점에서 러시아문학 전공자가 아닐까 추측했을 뿐….

책은 이전의 서평집인 『그래도 책읽기는 계속된다(2010-2012)』 이후 2012년부터 2018년 상반기까지 6년여 동안 신문·잡지 등의 여러 매체에 투고한 서평들을 책·인문·역사·정치·사회·문화·과학의 7개 분야별로 정리하여 묶은 것입니다. 읽노라면 저자의 방대한 독서량에 놀라 혀를 내두르기 일쑤이고, 듣도 보도 못한 책들이 마구잡이로 등장해서 상대적으로 무식해진 기분이 들기 십상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괜히 주눅 들 이유는 없습니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힌 대로, 이 책은 현실적으로 우리가 읽을 책이 더 이상 한 개인이 감당하기 불가능할 정도로 많아 이른바 ‘책의 바다’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책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서평의 기능은 어떤 책을 읽고 싶게 하거나, 읽은 척하게 하거나, 안 읽어도 되게 해주는 것이다.”, “서평의 핵심은 서비스정신이라고 불러도 좋을만한 철저한 독자지향성이다.”, “서평자에게 가장 우선적인 것은 책을 제대로 소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려면 책이 어떤 주제의 내용을 어떤 시각에서 다루고 있고, 주요한 메시지는 무엇이며, 이것이 우리에게 갖는 의의는 무엇인지를 짚어주어야 한다.”고 했거든요. 따라서 우리들은 그저 책에 대한 그의 친절한 품평을 기초로 일독하거나 읽은 체하거나 읽지 않으면 되지 않겠어요?

그나저나 제 서평은 독자제위께 어떻게 기능할지….

 

안세영 /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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