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서주희의 도서비평] 당신의 존재가 나의 치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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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서주희의 도서비평] 당신의 존재가 나의 치유다
  • 서주희
  • 승인 2018.11.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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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평┃당신이 옳다: 정혜신의 적정심리학·내 마음이 지옥일 때

익히 알고 있는 분이었다. 하지만 알고 있다는 건, 정신과 의사이고, 책을 몇 편 쓰셨고, CEO나 기업 정신건강을 위한 컨설팅을 하고 계시다는 것 정도? 이분의 존재감을 제대로 알게 된 건 20분짜리 대중 강연이었다. 그 짧은 시간동안 그렇게 사람의 가슴을 관통하듯, 절실한 진심으로, 전심을 다해 ‘그래, 니가 옳아. 니가 그렇게 느끼는 것이 당연해’ 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그 모습을 보면서, 이분으로 인해 정말 숱한 사람들이 다시 살아갈 힘을 얻었겠구나. 하는 경외심이 절로 들었다.

저자는 집 밥 같은 적정심리학이라고 말하며, 초등학생도 CPR을 배우듯 우리 모두가 심리적 CPR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한다. 그것의 근저는 인간 존재 자체에 대한 철저한 존중. 즉, 모든 인간은 치유적 존재이고, 그 사실을 스스로 깨닫는 순간 강력한 치유제가 된다는 것이다. 조건 없이 그대로 존재 자체를 수용해 주는 순간, 거기서 우리는 쓰러졌더라도 일어날 힘을 얻고, 살아갈 용기를 다시 얻게 되는 것이다.

M&L 심리치료에서 왜 Loving presence 인가 에 대한 이유도 바로 이것에 있다. 치료자로서 상대방의 빛나는 부분을 보려는 적극적인 자세인데, presence라는 것은 존재 그 자체이다. 이렇게 상대방의 존재 자체를 수용해주는 마음으로 치료자가 상대방에게 attune하는 그 과정을 통해 그것이 안전, 안심의 장을 형성하고, 안전의 장에서 관계성이 형성이 되어야 그 이후 환자의 모든 치유와 성장은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자기 존재로 수용되는 경험은 인간의 심리적 생존을 위한 산소 공급 같은 거라 말한다. 우리는 육체를 위해서는 아낌없이 좋은 것들을 제공하면서, 심리적 건강을 위해서는 그리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듯하다.

지금이라도 내 존재에 대한 집중, 남이 해주기 전에 내가 내 존재 자체에 대한 수용을 해줘야 한다. 내가 수용되는 경험이 있어야 남도 수용해 줄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여기서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충조평판(충고, 조건, 평가, 비판).

‘그래, 니가 그런건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야. 니가 그렇게 느끼는게 당연해. 니가 옳아. 그렇게 느끼는 니 마음이 옳은거야.’ 라고 나 자신에게 먼저 말해주면 어떨까.

이분이 이렇게까지 공감을 잘 하시게 된 건 타고난 능력인지가 궁금해졌다. 책에도 쓰여 있지만, 배우자를 서로 영감자와 후원자라 부르며, 스승이자 도반의 관계로 인정하고 함께 해왔다고 하였다. 그래서 남편인 이명수씨의 책도 같이 소개해보고자 한다.

치유적 관점에서 보게 된 시를 저자의 관점과 함께 소개한 책이다. 저자에게 시는 언제나 옳은 존재였다. 세월호 참사 후 별이 된 아이들의 생일모임에서 참석자들이 읽는 생일시 낭독의 자리 등을 통해 시가 얼마나 위대한 치유의 도구이며, 시인이 얼마나 치유적 존재인지 확인하게 되었다고 한다. 가진 자와 강자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역사’라면, 못 가진 자와 약자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문학’이라고 했다. 정혜신 박사가 온 체중을 실어 개별적 존재들에게 당신이 옳다고 어루만져주었다면, 심리기획자 이명수는 마음 지옥에서 고통 받는 이들을 위해 수제비 떠 넣듯 시를 골라 전해준다.

이분들의 인연에 감사하다. 서로가 서로에게 ‘꼭 한 사람’이었을 부부 치유자.

당신도 누군가의 ‘꼭 한사람’이라면, 당신은 그에게 로또이다. 당신의 환한 웃음이, 깊은 포옹이, 맑은 눈물이, 끄덕임 한번이 심지어 당신의 존재 자체가 지옥 같은 상황에 빠져있는 누군가에겐 로또가 될 수 있다라고... 그렇게 말한다.

 

서주희 / 국립중앙의료원 한방신경정신과, M&L심리치료 티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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