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야의정서, 우리나라는 제공국일까? 이용국일까?
상태바
나고야의정서, 우리나라는 제공국일까? 이용국일까?
  • 승인 2018.11.23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정화

전정화

mjmedi@mjmedi.com


한국지식재산연구원 전문위원

생물다양성 협약(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 CBD)은 다양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생물다양성이 인간의 활동에 의하여 현저하게 감소되고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개발의 ‘환경’, ‘사회’, ‘경제’의 측면에서 대응하고자 만들어진 국제적인 약속이다. 생물다양성협약은 ‘생물다양성의 보전’, ‘그 구성요소의 지속가능한 이용’, ‘유전자원의 이용으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의 공정하고 공평한 공유’라는 세 가지 목적을 제시하고 있다.

나고야의정서는 생물다양성협약에 대한 보충협정으로서, 생물다양성협약의 세 가지 목표 중 하나인 ‘유전자원의 이용으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의 공정하고 공평한 공유’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법적인 틀을 만들고자 한 것이다. 즉, 유전자원을 취득하려는 이용자에게는 예상 가능한 절차 및 조건을 제시하고, 유전자원을 제공하는 자에게는 유전자원 이용에 대한 이익공유를 보장하고자 하는 내용을 가지고 있다. 결국 나고야의정서는 유전자원 및 관련 기술에 대한 적절한 접근 및 이전, 그리고 적절한 대가를 보장하며 이를 통해 유전자원의 보존과 지속가능한 이용을 위한 인센티브를 창출하고, 나아가 인류의 연구 활동의 발전 및 행복하고 건강한 삶에 대한 생물다양성 기여도를 증진시키고자 하고 있다. 따라서 나고야의정서에 가입한 당사국들은 유전자원의 이용을 목적으로 하는 유전자원에 대한 접근 시 제공국의 사전통고승인에 따라야하며, 상호합의조건에 따라 제공국과 유전자원으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을 공정하고 공평하게 공유하여야 한다.

나고야의정서가 발효됨에 따라 각 국가들은 분주하게 대응을 시작하고 있다. 국가들의 성격을 이분법적 사고로 정확히 구분할 수는 없지만 제공국의 성격이 강한 국가들의 경우, 자국 내의 유전자원을 이용 및 이익공유에 관한 절차를 빠르게 수립하고 있으며, 이용국의 성격이 강한 국가들의 경우는 다른 나라의 유전자원을 이용하는 경우에 대응한 국내적 조치 및 이용자를 위한 가이드라인 등을 수립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나고야의정서에 가입, 비준한 당사국으로서, 나고야의정서에서 요청하는 의무사항을 준수하여야할 필요가 있는 바, 나고야의정서 이행법률인 「유전자원의 접근·이용 및 이익공유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시행규칙이 2018년 8월 18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나고야의정서에 대응하여 제공국이라고 보아야 할까? 아니면 이용국이라고 보아야할까? 정답은 ‘둘 다’ 이다. 우리나라는 국토 면적의 한계로 인하여 필요한 자원의 국내수급이 어려운 바, 이용되는 유전자원의 많은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이다. 바이오제약,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등의 산업 분야에서는 생물유전자원의 6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 외에도 건강보조식품과 천연물 유래 신약 개발 분야에서도 중국, 동남아, 인도 등의 자원 부국에의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볼 때 우리나라는 자원의 제공국 보다는 이용국의 성격이 강하다 할 수 있는 바, 「유전자원법」 에서도 제3장 이하에서 ‘해외 유전자원 등에 대한 접근·이용 및 이익공유’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반드시 이용국의 입장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그 이유로, 순수하게 생물다양성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면 우리나라는 생물다양성이 매우 풍부한 국가 중에 하나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10,000㎢ 범위 내의 존재하는 관속식물의 수를 기준으로 생물다양성의 척도를 파악하는 생물다양성 분포도에서는 생물다양성구역(Diversity zone, DZ)을 기준으로 100종 미만이 존재하는 DZ1에서 5,000종 이상이 존재하는 DZ10으로 그룹을 구분하는데, 우리나라는 이 중 DZ6 그룹에 해당한다. 이는 10,000㎢ 범위 내에 1,500-2,000종의 관속식물이 존재하는 국가라는 의미로서, 전 세계를 기준으로 보았을 때에는 생물다양성 지수가 높은 국가 중에 속한다. (참고로 자원이 풍부한 것으로 잘 알려진 동남아 및 남중국 지역, 남미 일부는 DZ8~DZ10의 분포를 보여주고 있으며, DZ6에 속하는 국가들은 일본, 인도, 중앙아프리카지역, 유럽 등이 있다.)

이렇듯 우리나라는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국가로서, 실제로 한반도에는 약 10만종의 생물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그 중 기록된 것은 3만종에 불과하여 아직까지 알려지지 아니한 다양한 생물종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 중의 약 10%는 한국산 고유종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 고유종에서 유래된 미스킴라일락 품종이 미국 라일락 시장의 30%를 점유하고 있으며, 크리스마스 트리로 잘 알려진 구상나무 역시 우리나라의 고유종에서 유래된 것임을 살펴보면, 향후 생물다양성 시장에서 높은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할 것이다.

또한 나고야의정서에서 말하는 이익공유 대상에는 ‘유전자원’ 뿐만 아니라 ‘유전자원 관련 전통지식’도 포함된다. 우리나라는 오랜 역사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전통지식이 존재하며, 그 중 특히 한의약 전통지식의 경우에는 많은 부분 유전자원과 관련이 되어 있다. 하지만, 현재의 입법 및 정책의 경우에는 ‘유전자원’의 접근 및 이익공유에 대한 논의 및 대응방안에 보다 높은 관심이 쏠려 있는 상황이며, 반대로 전통지식에 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빈약한 수준이다. 이는 중국이나 인도 등의 주요 제공국들이 전통지식의 접근 및 이익공유 등의 절차를 별도로 규정하며, 전통지식의 보호에 힘쓰고 있는 것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할 것이다.

현재 나고야의정서에 대응하여 국가. 기관. 기업 등이 각기 대응을 실시하고 있는데, 향후에는 보다 다양한 관점을 고려하여 전략적으로 대응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한의약계의 경우, 나고야의정서와 많은 관련성을 가지고 있는 바, 나고야의정서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더불어, 국내외 정보를 수집·분석하여 향후 국내적으로 가장 긍정적인 방향성이 무엇인지를 고민해나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전정화 /한국지식재산연구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