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 ‘참여론’ ‘신중론’ 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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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독감 ‘참여론’ ‘신중론’ 혼재
  • 승인 2004.02.06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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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병학 이용한 연구·교육엔 공감 확산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조류독감에 대해 한의학계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놓고 의견이 분출하고 있다.

지난번 한의협 사스대책위원회에서 제시한 한의학적 대처방안의 연장선상에서 조류독감 문제도 한의계가 적극 대처해야 한다는 의견과 양의계의 대책을 지켜본 뒤 신중하게 접근하자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참여론은 우선 ‘한약으로 치료 안 되는 질병이 없다’는 대전제에서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인 바이러스성 질환인 감기도 여러 유형이 있지만 신체의 면역능력에 따라 예방도 되고, 감염된 사람은 한약으로 치료가 되고 있기 때문에 조류독감도 한약으로 치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연구하고 논의하면 충분히 치료방법이 나오는데 한의계 일부에서 바이러스성질환이라고 지나치게 겁을 먹은 나머지 참여를 망설이고 있다는 게 참여론자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한약으로 접근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방법은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 한의협 사스대책위원회에서 보건복지부에 제출한 사스치료법이 실험근거가 결여돼 채택되지 않은 경험에 비추어 조류독감 대책은 적어도 동물실험까지는 거쳐야 한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을 펴는 한의사들은 문제제기 방식이 다소 소박했으나 처방 자체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는 점에서는 참여론과 큰 차이가 없다. 따라서 한의협이나 대학의 병리학교실이나 예방의학교실이 나서 실험근거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 한의협 사스대책위원이었던 박석준(서울 양재동일한의원) 씨도 그중의 한명이다.

그러나 대학의 생각은 사뭇 다르다. 조류독감은 온병의 일종이어서 전문사이트에 뜬 자료를 보고 어떠하다 이야기 하려면 할 수도 있지만 人獸 공통병인지 단정할 수 없어 아직 한의계에서 논의할 단계가 아니며, 현재로서는 수의학영역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 대학관계자의 견해다.

또한 신종 바이러스는 땅을 파헤치거나 밀림을 개발하면서 숨어 있던 땅속 박테리아가 사람에게 침입해 충분한 적응기간이 부족해 생기는 트러블로서 사람의 왕래가 빈번해지면서 전염성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질병인 만큼 차단하는 게 최선이라는 주장도 있다.

심범상(경희대 한의대 병리학교실) 교수는 “막상 한의학으로 접근하려 해도 환자를 접촉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한의대에 바이러스 전문가마저 없어 대처능력이 회의적”이라고 말한다.

한의계의 주장이 이렇듯 다양하게 혼재하면서도 공통점이 없는 것은 아니어서 조류독감 등 바이러스성 질환 대책 마련에 일말의 희망을 던져준다.

우선 심범상 교수가 그 단초를 제공해준다. 심 교수는 “논의가 잦으면 실험 프로젝트를 유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열린 자세를 견지하면서 현실적인 방법으로 몇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가령 한의학에서 온병의 범주로 보는 소아마비, 홍역, 백일해, 볼거리 환자가 내원하지 않고, 온다 해도 다룰 줄 모르는 현실을 감안하여 보수교육에서 소개하는 방법, 혹은 수백종의 바이러스 중 대표적인 바이러스 5개 정도를 균주배양해서 한약으로 처리한 뒤 이를 동물모델을 써서 믿게 하는 방법은 한번쯤 검토해 볼만한 제안으로 평가된다.

박석준 씨도 병원균 확보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걱정하면서도 실험을 외부에 의뢰하면 가능할 수 있다면서 문제는 1년 정도 걸리는 시간과 수천만원으로 예상되는 재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의협은 공식적으로 논의한 바 없다. 이응세 한의협 전 사스대책위원장은 “과거 사스발생 때에는 의료단체간 공조를 했는데 이번에는 복지부에서 감염환자가 없다하여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고 원론적인 수준에서 답변했다.

참여론의 대표격인 박찬국 전 경희대 한의대 교수는 “치료방법의 개발이나 양방과 보건복지부의 수용 여부를 떠나 한의학적으로 생각하고 대비해보자는 취지에서 논의를 제안해본 것”이라면서 논의를 진전시키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좌담회 개최를 제안했다.

일선 한의사들도 연구와 교육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앞으로도 유사한 질환이 빈발할 것이 예상되므로 매 계기마다 근거를 축적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 한의계의 일반적이 여론이기 때문이다.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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