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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여성, 모유수유 여성, 신생아에게 한약을 처방할 때의 주의사항
2018년 11월 16일 () 06:00:19 김나희 mjmedi@mjmedi.com

국제인증수유상담가(International Board Certified Lactation Consultant, 이하 IBCLC)는 모유수유, 산전산후관리, 신생아 케어에 특화된 전문가 직능이다. 한의사이면서 IBCLC로 활동하면서 환자뿐 아니라 동료 한의사들에게도 질의를 자주 받게 되며 그 중에는 한약 관련 질의도 상당수 차지한다. 이번 칼럼부터 몇 차례에 걸쳐 임산부와 영유아에 대한 약물 투여에 대해 고찰해하려 한다. 모유 부족, 젖몸살, 생활관리, 양방 치료과의 관계 등 다른 주제에 대해서 지난 칼럼들에서 설명하였으니 읽어보시길 권한다. 

 

1. 의약품의 안전성에 대한 연구와 규제는 비교적 최근의 개념이다
한의학을 폄훼하는 일부 세력들은 한의학은 안전성, 유효성이 확인되지 않은 과거의 유물이고 오직 양의학만이 과학의 적자(嫡子)라고 주장한다. 이중맹검 임상시험, 통계를 이용한 약효 검증, 생화학적인 약리의 연구, 부작용 보고, 신약 허가와 규제 등은 인류 역사상 최근에 등장했으며 이전에는 모든 의학이 경험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미국에서 신약을 허가할 때 안전성, 유효성을 입증하도록 법령을 개정한 것(Drug Amendments Act)은 1962년의 일이다. 연구결과들을 연구하는 메타분석도 매우 최신의 개념이다. 체계적 문헌고찰과 메타분석의 네트워크인 코크란 연합이 설립된 것이 1993년이니, 주먹구구식의 연구 중에서 옥석을 가리게 된 것도 기껏해야 20년 남짓밖에 되지 않았다. 따라서 양의학은 ‘원래’ 과학적이고 체계적이라고 하는 말은 역사 인식의 부재에서 나왔다고 하겠다. 현대양의학과 마찬가지로 현대한의학도 통계학과 생물학, 화학, 독성학 등과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코크란 연합(Cochrane Collaboration)의 로고는 한 상징적인 논문의 결론을 표현한 forest plot (blobbogram)을 도안으로 하고 있다. <태아의 폐를 성숙시키기 위해 조산 위험이 있는 여성에게 투여하는 출생 전 코르티코스테로이드 Antenatal corticosteroids for accelerating fetal lung maturation for women at risk of preterm birth>이란 그 논문에서 이전에 이루어졌던 조산아 폐 성숙을 위한 코르티코스테로이드 투여 연구들을 통합하여 의미심장한 하나의 결론을 내렸다.

   
 

로고의 보라색 수평선들은 각각 연구 7개의 결과들을 나타낸다. 보라색 수직선은 ‘차이 없음’을 뜻하고, 수직선의 왼쪽은 ‘이로움’, 오른쪽은 ‘해로움’을 나타내며, 수평선이 수직선에 닿아 있으면 ‘효과 없음’이라고 결론을 내리게 된다. 수평선이 수직선 왼쪽에 완전히 넘어가 있으면 그 치료법은 이롭다고 볼 수 있으며 오른쪽으로 완전히 넘어가 있으면 해롭다고 볼 수 있다. 이 로고의 7개 연구 중 5개의 결과를 나타내는 수평선은 수직선에 걸쳐져 있으므로 ‘효과 없음’으로 결론을 낼 수밖에 없다. 오직 두 개의 연구만이 수직선 왼쪽에 있어서 ‘이로움’이란 결론을 냈다. 즉, 조산 위험 여성에게 코르티코스테로이드를 투여한 7개의 연구 중 5개는 효과 없음, 2개만 이로움으로 결론을 냈던 상황이었다. 이렇게 상황이 어정쩡하니 당연히 임상에서는 이 치료법을 그다지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

이 때 7개의 기존 논문의 결과를 통합한 문제의 논문이 나왔다. 7개 논문을 종합하여 하나의 수치로 표현한 결과가 바로 맨 아래의 보라색 다이아몬드이다. 다이아몬드는 분명히 수직선 왼쪽에 놓여 있으므로, 치료법이 이롭다고 결론내릴 수 있다. 7개 논문의 결과는 이미 나와 있었으나 그 결과는 애매해서 한동안 임상에서 적용되지 않았다. 그 결과들을 구슬처럼 실에 꿰었더니 비로소 그 의미가 확실해진 것이다. 활용할 수 있는 내용(7개의 논문들)은 이미 나와 있었으나 그 내용을 체계적으로 통합하여 의미를 읽어내기(systematic review) 전까지는 방치된 구슬과 다름없었다. 코르티코스테로이드 치료법이 나온 이후에 이 치료법을 사용하지 않아서 폐의 미성숙으로 사망한 조산아의 수는 안타깝게도 수천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연구 결과들을 빨리 통합하기만 했더라면, 이 아기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란 뼈아픈 교훈이 코크란 연합의 로고에 담겨 있다. 연구들을 종합하여 근거에 기반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코크란 연합의 리뷰들은 코크란 라이브러리에 출간된다.

 

2. 한약은 특별히 안전하거나 특별히 위험하지 않다
한약에 대한 오해 중 하나는 한약이 생약이기 때문에 100% 안전하며 아무리 장기 복용해도 괜찮다는 것이다. 또 다른 오해는 한약은 성분을 알 수 없는 다수의 약재들로 이루어진 복합처방이므로 단일성분인 양약보다 훨씬 위험하며 간 손상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두 가지 오해 모두 사실이 아니다. 한약 역시 약물이고, 모든 약물은 잠재적인 이로움과 해로움을 저울질하여 이로움이 해로움을 상회할 때 처방하게 되며, 꼭 필요한 기간 동안만 처방하고, 투여 기간 및 그 이후에 부작용을 모니터해야 한다. 또한 임신부와 영유아에게 투여되는 한약은 의서에서 검증되었고 현대의 한약 연구를 통해 다시 검증되어 안전하다고 파악된 약재를 용량을 지켜서 투약하므로 대체로 안전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특이적 반응은 언제든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안전사고가 걱정되어 한약치료가 필요한 상황에서도 투약하지 않는다면 환자에게 손해이다.

일반적으로 의서의 임신부, 수유부, 영유아용 처방은 대체로 안전하며, 현재까지 예후가 불량한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았다. 따라서 환자와 상담하는 한의사는 자신감을 가지고 한약 치료의 예상되는 효과를 설명하되, 안전성에 대해 백퍼센트 확신하는 발언은 삼가야 한다. 한약에 대해 문의하는 환자는 기대와 두려움이란 양가적 감정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우선 환자의 우려에 대해 공감을 표현한 다음 차분하게 한약 역시 잠재적 이로움이 해로움을 넘어설 때 처방한다는 점을 설명한다. 환자의 두려움에 동조하여 한의사가 저자세로 나간다면 환자의 부정적 감정은 증폭될 수 있다.

 

3. 임산부와 영유아 약물 투여는 다른 성인들과는 다른 면이 있다
임신 기간, 특히 임신 3-8주는 기관 형성기로 약물 투여로 인해 기형 발생 위험이 가장 높은 시기이다. 임신 2주까지는 약물 투여를 할 경우 아예 유산되거나 완전히 복구되어 기형이 남지 않는다(all or nothing). 그러나 임신 8주 이전이라고 해도 꼭 필요한 경우에는 한약을 투여할 수 있다. 특히 이 시기에는 임신오조가 흔하며, 증상을 경감시키기 위한 한약을 적량 복용할 수 있다.

수유 여성의 약물 투여는 두 가지 특성이 있는데, 약물이 모유로 전달될 가능성과, 약물이 모유수유 자체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약물이 모유를 통해 아기에게 전달되는 양은 소량이며, 대부분은 약물은 모유수유와 병행 가능하므로 큰 틀에서 병행 금기 약물을 먼저 파악하고 나머지는 병행 가능하다고 이해하면 될 것이다. 기존 의서에 나와 있는 산후 회복한약들 역시 아직까지는 문제가 될 만한 부작용이 보고된 바 없다. 또한 약물은 모유 양을 늘리거나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영유아는 장기가 성숙하면서 약물 반응이 달라지고, 신생아는 특히 간과 신장과 신경계가 미숙하므로 약물에 특히 민감하다. 생후 6개월 미만일 때는 감기나 장염 등 치료해야 할 증상이 있을 때만 짧게 한약을 처방해야 한다. 6개월 이후에는 예방이나 성장 등을 위한 보약을 처방할 수 있지만, 돌이 되기 전까지는 역시 소량만 짧게 투약하는 것이 좋으며 환아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해야 한다.

 

김나희 / 대한모유수유한의학회 교육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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