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들이 본 일본의학서적…“기초적이지만 실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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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들이 본 일본의학서적…“기초적이지만 실용적”
  • 승인 2018.11.05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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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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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자 이해도↑…다양한 번역 투자 필요성 제기

[민족의학신문=박숙현 기자] 최근 국내 한의학 출판계에서 번역되는 일본 서적에 대해 한의사들은 “기초적이지만 실용적인 내용”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본지에 소개된 일본 번역 서적은 고령자 한방진료(청홍), 통증의 한약진료(군자출판사), 예쁜 몸과 아름다운 마음으로 사는 법: 황제내경 365일 양생을 말하다(군자출판사), 한방내과 임상콘퍼런스(청홍) 등이었다.

이러한 일본서적의 번역출간에 대해 한의사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김지만 원장(경희생한의원)은 “예전에는 일본서적을 자주 보았고, 최근에도 참고하는 경우가 있다”며 “알기 쉽고 읽기 쉬운 일본 서적들이 더 많이 번역되어서 한의학 공부 뿐 아니라 한의학에 관심 있는 일반인들에게까지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최가원 원장(산돌한의원)은 “일본 의서가 번역출간 되면 무조건 구입한다”며 “최근 일본 의서의 번역 출간이 점차 많아지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지만 일본에서 한방관련 서적이 쏟아져 나오는 것에 비해 번역되는 비율이 낮아 많이 아쉽다”고 밝혔다.

다수의 일본서적을 번역해온 권승원 경희대 교수는 “일본은 현대의학과 전통의학의 적절한 융합점에 대한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본의 경우 현대의학의 한계점을 보충해가는 치료로서 한방의학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56개 한약처방 엑기스제만 보험이 되는 국내와는 달리 140여개의 한방제제를 보험에서 커버하는 일본의 한방의학의 모습이 추후 보장성 강화를 노리는 국내 한의학계에 시사하는 바가 많다”고 언급했다.

이외에도 현대어로 이해하기 쉬운 한의서를 읽고 싶다는 욕구와 한국과는 의료환경이 다른 일본 한의학에 대한 호기심도 반영됐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그렇다면 일본의 한의학 서적은 한국과 비교해 어떤 특징이 있을까.

일본서적은 환자의 증상에 대해 정해진 처방을 적용한다는 점이 거론됐다.

최 원장은 “일본은 2000년부터 전국 80여개 의과대학에서 한의학 과목을 필수적으로 가르치도록 하면서 한약 이용률이 증가했다”며 “사용자가 많아지면 치료 케이스가 많아질 수밖에 없고, 각 과별로 전문의들의 한약치료가 증가하게 된다. 이에 일본에서 나오는 한약관련 서적은 양방진단에 한방변증을 접목한 양한방 병진의 형태를 띄고 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일본 서적은 보험제제라는 정해진 틀 안에서 최대한 환자에게 맞는 처방을 선택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싣고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 역시 “일본 한의학 서적은 정해진 처방 중에서 환자에게 선정하는 기법이 발달해있다”며 “퍼즐이나 퀴즈를 맞히듯 환자를 방증에 대입하여 풀어내는 식의 방식들이 초심자들이 보기에 접근도가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책 내용이 기초적인 수준에 머물러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최가원 원장은 “일본의사들은 양방적 지식에 부차적으로 한방진단을 접목시켜 사용하는 환경”이라며 “이에 한국 한의사들이 보기에 일본 의사들의 한약 투약 방식은 초보적으로 보이는 단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거에 나온 서적과 최근에 나온 서적을 보면 경험 누적에 따른 변증기술의 향상이 확연히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만 원장은 “방증 중심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기존의 한의학 고전에서 시대별로 쌓아올린 변증이론과 고전의론들은 활용도가 좁다”며 “방증 위주의 접근이 처음에는 쉽지만 일본서적으로만 공부하면 다양한 한의학 문헌으로 접근하는 것이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일본서적의 내용이 과하게 기초적으로 보이지만 임상에서 실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며 “이러한 점이 국내서적에는 부족하다. 또한 일부 서적은 근거기반의학으로서의 면모를 충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의료일원화가 이뤄져있는 일본의 특수한 환경으로 인해 한국보다 다양한 질환을 다루고 있고, 케이스별 완결성이 높다는 해석도 있었다.

이들은 향후 일본 뿐 아니라 중국서적, 더 나아가 영상매체를 번역했으면 하는 바람을 보이기도 했다.

김지만 원장은 “일본에서는 양의사들이 체험한 한방 처방들이 다큐멘터리나 기사로도 많이 출판된다”며 “이런 자료들도 한국어로 읽을 수 있게 온라인으로 나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한 “주요 한의학 고전들이 아직 제대로 번역이 안 되어 있어 자료의 접근성에 대한 제약이 심하다”며 “중의학에 많은 영향을 끼친 의종금감과 같은 서적들도 완역본으로 번역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가원 원장은 “일본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양의 중의서적들이 있다”며 “일본한방의학의 특성과 중의학의 특성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두 국가로부터 나오는 서적들이 많이 번역 출간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한국 한의원은 근골격계 통증 위주의 치료를 많이 보게 되는데 반해 일본과 중국은 내과질환에 한약치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아무래도 내과질환의 한약치료에 대한 서적들이 국내에 많이 소개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본을 비롯한 해외 한의학 서적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학문의 발전을 위해 협회 등에서 번역에 대한 투자가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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