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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칼럼] 단점 전문가
2018년 10월 26일 () 06:00:00 김영호 mjmedi@mjmedi.com
   

김 영 호

부산광역시한의사회

홍보이사

지독하게 고치기 힘든 나쁜 습관이 누구나 하나씩은 있다. 나의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그 습관들은 일상을 괴롭게 한다. 행복을 방해하는 장애물이다. 그런 단점과 이별하게 만들어준다는 책들이 셀 수 없이 많지만 단점과 영원히 이별했다는 사람을 많이 보진 못했다. 우리들 마음속에는 단점이라고 불리는 원치 않는 생각의 습관이나 감정의 결들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이런 단점들과 이별하기는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선지 단점은 어릴 때 빨리 고쳐서 버려야 한다고 교육 받아왔다. 학교나 사회, 가정은 물론이고 책이나 방송에서도 단점을 극복하는 것에만 포커스가 맞춰졌다. 단점은 나의 장점을 방해하는 아무 짝에도 필요 없는 것이었다. 그들의 말처럼 단점이 성공으로 가는 길에 플러스 요소는 아니지만 단점과 투쟁하며 살아온 삶도 엄연히 나의 일부다.

이처럼 단점이 내면에 뿌리 깊이 자리 잡을 수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 단점이 ‘나’라는 독특한 내면 환경에 최적화된 것이기 때문이다. 마치 선인장이 사막에, 버섯은 습한 지역에 최적화되어 있듯이 나의 단점은 나의 성격과 내면에 최적화된 산물(産物)이다. 나에게 최적화된 산물이 나의 단점이라면 개발하기에도 가장 좋지 않을까?

살다보면 한 번씩 걸리는 구내염은 아주 작지만 따갑고 고통스러워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다. 따갑지만 계속 혀를 가져다 대본다. 무심코 관심이 가게 되는 우리의 본능이다. 우리는 그렇게 설계되어 있다. 장점보다는 고통스러운 단점에 더 신경이 쓰인다. 나도 모르는 사이 자꾸 신경이 가서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단점이 무엇인지 분석하게 되고, 그 단점을 가지고 있다가 극복한 사람들의 사례를 연구하게 된다. 매 순간 나의 일상을 방해하는 단점을 없애기 위해 굉장한 노력을 기울인다. 개발하기 위해 의식적 노력이 필요한 장점과 달리 단점에 집중하는 것에는 의식적 노력이 필요 없다. 무의식적으로 나의 Energy와 의식은 단점에 가 있다.

집중을 위해 ‘잡념을 없애자’는 글귀를 책상 앞에 붙여두면 ‘잡념’이 더 떠오르듯 우리의 뇌는 무의식으로 부정적인 것, 단점에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단점’에 집중해보라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장점을 극대화하라는 말은 익숙하지만, 단점에 집중하라는 메시지는 낯설 수도 있다. 그런데 사실, 장점보다 단점이 훨씬 유니크(唯一無二)하고 개발이 쉽다. 의식하지 않아도 나의 에너지와 집중력은 단점을 향해있기 때문이다. 세상 사람들의 눈에 별로일 뿐이지, 내가 개발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훨씬 쉽게 개발 시킬 수 있는 것이 우리의 단점이다.

<희토류>라는 광물도 핸드폰이나 첨단 산업이 발전하면서 고부가가치 광물이 되었듯, 나만의 유니크한 단점도 시대의 트렌드와 제대로 만나면 어떤 보석이 될지 모른다. 장점은 누구나 좋은 줄 안다. 그래서 타고난 천재들과 후천적으로 노력하는 인재들이 모두 경쟁하는 레드오션이다. 하지만 단점은 그렇지 않다. 불가피하게 블루오션이다. 세상에서 내가 그 단점에 대해 가장 잘 알고, 효과적으로 개선, 완화시키는 노력을 해왔기에 내가 가진 단점의 최고 전문가는 <나>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백세희 著)’라는 책이 베스트셀러로 화제다. 우울한 기분으로 살아가고 있는 기분장애 환자인 저자가 정신과 의사와 상담하며 기록한 내용을 책으로 집필한 내용이다. 우리는 정신과 의사가 우울증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지식을 출판한 것보다 자신의 단점이자 고통을 대중들에게 공개한 이 책이 더 인기를 모으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 책의 저자처럼 단점을 없애지 말고 리폼(Reform)해서 새로운 옷을 입히는 순간, 나만의 유니크한 단점은 그 어떤 장점보다 빛나는 선물이 될지도 모른다.

우리의 삶에는 어떤 일이 닥쳐올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 닥치는 모든 일이 ‘나를 잘 되게 해 줄’ 계기라고 믿을 수만 있다면(이렇게 믿기가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힘든 그 시기 속에서도 <기회>가 보인다. 보려고 애쓰는 사람에게만 <기회>가 보이듯, 아무리 노력해도 고치기 힘든 단점이라면 오히려 단점 속에서 보석을 찾아보면 어떨까. ‘나를 작가로 데뷔시켜줄 만한 독특한 단점 극복경험은?’ ‘특정 질환의 명의로 만들어줄 만큼 심하게 나를 괴롭힌 병은?’ ‘나를 감동적 영화의 작가로 만들어 줄 인생의 슬픈 이야기는?’ 내가 없애고픈 단점과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들 속에서 나를 평생 먹여 살려줄 보물이 잠자고 있을지 모른다.

 

김영호 / 부산광역시한의사회 홍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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