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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이상원의 도서비평] 나는 왜 내 직업이 싫을까? 그건 너 때문이다
도서비평┃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
2018년 10월 26일 () 06:00:43 이상원 mjmedi@mjmedi.com

허덕거리던 하루 일상을 마치면서 ‘나는 놀고 싶은데 왜 못 놀지? 왜 이 일을 해야 하지?’라고 하는 질문을 나는 나만 하는 질문인 줄 알았다. 얼마 전 공중파 방송에서 흔하지 않은 형식의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다. 인도네시아의 유황광부, 111kg의 여성 폴댄서, 그리고, 치마를 입고 레슬링을 하는 촐리타 레슬러의 이야기였다. 그들은 각각 다른 이유로 일을 하고 있었다. 가족을 위해, 나 자신을 위해, 그리고 공동체 사회를 위해서 일을 하고 있었다. 그 방송을 보고 난 다음 어느 자퇴한 학생의 글을 읽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더 높은 곳을 보고, 더 멀리 가고 있는 선배들을 만났더라면 그런 결정을 하지 않았겠지 싶다. 그 학생이 바라본 모습보다 더 깊은 곳에서, 더 위에서 치열하게 살고 있는 선배들은 많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 한의학이 계속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다 이유가 있기 때문이고, 그걸 아직 보고 있지 못하기 때문인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강상중 著, 노수경 譯, 사계절 刊

강상중 교수는 자이니치(재일한국인)이다. 한국에 다녀간 후 강상중이라는 이름을 찾은 도교대 교수다. NHK-TV의 <직업특강>에서 강의한 내용을 보충하여 ‘나를 지키며 일하는 법’이라는 책을 냈다. 그는 “일이란 사회로 들어가는 입장권이며 ‘나다움’을 표현하는 방식”이라고 정의한다.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담담한 어조로 조근 조근 이야기한다. 불확실한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인문학으로 위로받기를 이야기하고, 일하는 이유를 역사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일이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어려움이 있음을 자전적 이야기를 통해서 알려주고 있다. 또, 희망을 잃지 않고 계속 해 나갈 수 있는 힘을 얻기 위해 계속해서 책을 읽고 고전을 읽어야 하고 어떻게 읽을 것인지 알려준다. 역사적으로 위대한 인물들이 자신의 일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어떻게 유지해 나갔는지를 알려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저자는 차별과 좌절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일을 찾고 지켜온 여정을 담담한 어조로 이야기하기에 애잔함을 일으키고, 독자에게 안타까운 눈으로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를 준다.

독자는 불만을 가질 수 있다. ‘왜 저렇게 담담한 내용이 뭐라고, 내가 더 격정적으로 고민하고 해결했는데, 이 책이 읽을 이유가 없지 않는가?’ 할 수 있다. 우리는 직장을 버리고 떠나지 아니했다. 우리는 ‘신화의 힘’을 알고 있다. 배워서나 들어서가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많은 것들이 영웅이야기이다. 불우한 탄생, 견디기 힘든 역경, 조력자와의 만남 그리고 극복이라는 서사구조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우리 삶의 현장은 영웅을 위한 할리우드 영화가 아니다. 현실에서 우리는 베니스의 상인과 같은 시중은행을 조력자로 두었을 뿐이다. 언제든 도움의 손을 거둘 수 있고, 심장을 파갈 수 있는 조력자만 우리 옆에 있다. 영웅이 될 수 없는 이유는 진정한 조력자를 만나러 떠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좌절하지 말라고 강 교수는 이야기 한다. 자신의 삶을 미화하거나 자신의 사상을 강요하지 않고, ‘이런 일이 있었는데 이런 순간 해결되었다.’ 정도로 담담하게 써 내려간다. 자신은 영웅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거다. 그래서 우리도 이겨낼 수 있다고 느끼고, 저자의 말이 뭉긋하게 가슴에 와 닿는다.

내가 겪은 다른 직장의 직장인도 다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그럭저럭 해나가고 있다. 다들 적성에 안 맞아서 힘들어 한다. 성토도 하고, 별별 일을 다 일으킨다. 의료사회학에서 의사의 위치를 그다지 중요하게 보지 않는다. 과학적 사실들을 환자에게 적용할지 말지를 결정할 뿐이라는 것이다. 한의사는 생명을 얼마나 많이 손에 들고 있는가? 5푼을 찌를 건지 1촌을 찌를 건지, 어느 혈로 투자를 할 건지, 감초를 넣을지 말지를 결정한다. 생명과학의 최전선에 있는 야전사령관이다. 생명을 위해 일하는 것이 ‘나다움’인가 고민할 때이다.

 

이상원 /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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