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야의정서와 한의약
상태바
나고야의정서와 한의약
  • 승인 2018.10.19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영모

김영모

mjmedi@http://


전임연구원

2017년 8월 17일, 우리나라는 ‘나고야의정서’ 당사국이 되었다. 또한 이에 관련한 국내법인 ‘유전자원의 접근·이용 및 이익공유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 및 시행규칙이 2018년 8월 18일부터 시행되었다. 이에 정부부처 뿐만 아니라 수많은 관련 산업계는 지금 시각에도 대응준비에 여념이 없다.

나고야의정서 발효로 인하여 ‘유전자원’과 ‘유전자원 관련된 전통지식(이하 관련된 전통지식)’에 대한 국가의 주권적 권리가 인정되고 이에 관한 이익공유가 의무화가 현실화됨에 따라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을 분야들 중 하나로 보건산업을 들 수 있다. 여기에 한의약 산업은 전통의학지식에 기반을 두고 이를 과학적으로 응용하여 의료기술 및 서비스, 한약재 재배농업, 의약품 제조, 의료기기, 화장품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어 그 영향은 매우 크다.

2017년 5월, 나고야의정서 비준서를 기탁한 이후 한의약계 종사자분들을 만나면 나오는 전형적인 질문들 중 하나가 ‘중국에서 한약재를 수입하여 전탕하여 환자에게 복용하게 하는 경우에도 나고야의정서에서 말하고 있는 이익공유를 해야만 하는가?’였다. 정답부터 말하자면, ‘아니요’다.

공유해야 하는 이익은 유전자원을 이용하여 창출된 이익이어야 하므로, 한약재를 전탕한 행위가 바로 ‘유전자원을 이용한 행위’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나고야의정서 제2조 (C)항에 따르면, ‘유전자원 이용이란, 생물다양성협약 제2조에서 정의된 생명공학기술의 적용을 통한 것을 포함하여, 유전자원의 유전적 그리고/또는 생화학적 구성성분에 관한 연구·개발을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연구·개발 단계가 없이 단순히 식용을 목적으로 한약재를 수입하여 제공하거나 식용 목적의 가공식품의 제조에 한약재를 이용하는 경우는 ‘유전자원 이용’이 아니다. 전탕의 경우 ‘원재료에서 추출한 것들을 혼합하여 단순히 식용으로 이용하는 경우’이므로 이익공유의 대상이 아니다.

이외에도 한의학계에서 나고야의정서의 이행을 바라보았을 경우, 여러 궁금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숙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나고야의정서가 보호하고자 하는 대상은 ‘유전자원’과 ‘관련된 전통지식’이기 때문에 한의학계도 이에 대한 정보 및 동향을 충분히 파악하고 관련 대응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나고야의정서’에 대한 한의학계의 대응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하는 바람과 함께 나고야의정서가 어떠한 배경을 통해서 탄생하게 되었는지 알아보겠다.

2006년, 미국 환경단체인 에드먼드연구소의 보고서가 영국 일간지에 인용되었던 적이 있다. 보고서의 인용기사에 따르면, 수많은 다국적 제약사들이 아프리카의 식물과 박테리아(즉, 생물자원)를 몰래 들여와 신약을 개발하여 전 세계적으로 수 조원에 달하는 판매이익을 올리면서도 해당 국가에는 대가를 전혀 지불하지 않았다. 이러한 모습이 바로 전형적인 ‘생물 해적행위(Bio-Piracy)’인데, 이러한 해적행위는 오랜 과거로부터 만연하게 자행되어 왔으며 이에 대한 비판의 여론이 세계적으로 형성되었다.

이러한 비판 여론이 세계적 합의를 이루게 된 결과물이 ‘생물다양성협약(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 CBD)’이며 이는 1993년 12월 29일에 발효되었다. 생물다양성협약을 통해 ‘유전자원’ 및 ‘관련된 전통지식’에 대한 해당 국가의 주권적 권리를 인정하였고, 국가의 권리가 인정됨을 근거로 ‘유전자원’ 및 ‘관련된 전통지식’을 이용하는 것에 관하여 제공 국가가 관여한다는 이론을 구성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화된 방법은 준비가 되지 않았었다.

약 10년 후인 2002년, 생물다양성협약 제15조에서 언급하고 있는 ‘유전자원에 대한 접근과 이익공유(Access and Benefit-Sharing, ABS)’에 대한 이행방법 및 절차를 구체화하기 위해 채택된 것이 ‘본 지침(Bonn Guidelines)’이다. 그러나 ‘본 지침’은 법적 구속력이 없었기에 그 실효성이 의심되었으며, 이에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국제 레짐의 구성에 관한 논의가 2004년부터 시작되게 되었다. 위에서 언급한 다국적 제약사의 아프리카 생물 해적행위에 관한 기사가 2006년에 발간된 것을 보면 실효성에 관한 의심은 매우 합리적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후 여러 국가들의 의견 수렴 및 조정의 시간이 지나 2010년 비로소 ‘나고야의정서’가 채택되고 2014년 10월 12일에 발효되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2017년 8월 17일에 당사국이 되었다. 2018년 9월 기준으로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전 세계 105개국이 비준을 한 상태이며, 이들 국가들은 나고야의정서 이행을 위해 ‘유전자원’과 ‘관련된 전통지식’의 접근 및 이익공유(ABS)에 관한 입법적, 행정적, 정책적 조치를 마련 중이다. 또한 관련 산업 이해당사자들 역시 관련 연구 및 개발에 있어 다소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발생할 것에 대비하여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물론 나고야의정서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아직도 여러 우려가 각국 정부와 관련 산업계에 만연한 것이 현실이지만, 오히려 꾸준한 관련 정보 수집과 동향 파악을 통해 전략적 대응을 수립한다면 모두가 상생하는 바람직한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김영모 / 한국지식재산연구원 전임연구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