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내가 사랑했던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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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내가 사랑했던 그녀
  • 승인 2018.10.12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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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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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너의 결혼식

뒤늦게 찾아온 태풍과 심한 일교차가 가을을 만끽하는데 어려움을 주었지만 멀리서 들려오는 단풍 소식으로 인해 완연한 가을이 도래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끝날 것 같지 않던 폭염이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날씨가 지속되면서 왠지 모르게 옆구리뿐만 아니라 마음 한 구석이 비어있음을 느끼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 같다. 이럴 때, 로맨스 영화 한 편으로 그 빈자리를 조금이나마 채워보는 것은 어떨까?

출연 : 박보영, 김영광, 강기영, 고규필, 장성범

고3 여름, 전학생 승희(박보영)를 보고 우연(김영광)은 첫눈에 반한다. 그러다가 우연은 승희를 졸졸 쫓아다닌 끝에 마침내 공식커플이 되지만 잘 지내라는 전화 한 통만 남긴 채 승희는 사라져버린다. 하지만 우연은 우연히 대학홍보 책자에서 승희가 찍힌 사진을 보게 되고, 같은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한다. 그 결과 1년 뒤, 우연은 승희와 같은 대학에 합격하게 되지만 승희에게 이미 다른 남자친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올 여름의 끝자락에 개봉하여 28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2018년 로맨스 영화 중 가장 흥행에 성공한 영화로 등극한 <너의 결혼식>은 박보영과 김영광의 케미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제목이 스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영화는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하지만 이 영화의 매력은 로맨스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관객들이라도 한 번 보면 끝까지 보게 되는 위트 있는 대사와 재미있는 구성, 또한 2000년대를 지냈던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복고 아이템들이 보는 즐거움이다. 그리고 남녀 주인공을 포함한 주변 친구들의 캐릭터들 역시 이전 영화들과 비슷하지만 좀 더 현실적이면서 코믹하게 그려내면서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관객들의 공감을 충분히 사고 있다.

첫사랑에 관한 영화이기 때문에 <건축학개론>과 비교할 수밖에 없지만 1990년대와 2000년대의 사회적 분위기가 차이가 나듯 <너의 결혼식>은 2000년대 감성으로 혹시나 하는 결말 부분의 반전이나 관객들을 펑펑 울리는 장면 따위는 과감하게 버려버리고 매우 쿨하게 전개 되면서 뭔가 새롭고 깔끔한 영화를 본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거기에 2014년 <피끓는 청춘>에서 각 학교 일진으로 등장했던 박보영과 김영광이 <너의 결혼식>에서 또다시 만나 고등학생부터 성인까지의 모습을 아무런 문제없이 소화해 내며 알콩달콩한 연인의 모습을 매우 현실적으로 그려내면서 영화의 재미를 증폭시키고 있다. 남녀노소 흐뭇한 미소를 띠며 감상할 수 있는 영화로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하다고 생각 되는 이 가을에 누구나 한 번쯤 있었을 첫사랑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되살리며 삶의 활력을 느껴보면 좋을 것 같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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