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의 약용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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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의 약용식물
  • 승인 2018.09.15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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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철

박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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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약용식물 여행스케치(22)
박 종 철
국립순천대학교 교수
한의약연구소장

‘큰 광장’이란 뜻의 그랑 플라스(Grand Place)는 13세기에 대형 시장이 생기면서 더불어 발달했다. 그랑 플라스는 벨기에 수도인 브뤼셀의 관광 중심지이자 시민들의 공공장소다. 시청사, 왕의 집, 길드 하우스 등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으며 1998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이 광장으로 가는 음식 골목의 식당마다 파에야(paella) 요리가 가득하다. 넓은 팬에 고기와 해산물, 채소를 넣고 볶은 후에 물을 부어 끓이다가 쌀을 넣어 익힌 스페인의 전통적인 쌀 요리다. 스페인은 아니지만 벨기에의 그랑 플라스 골목마다 파에야 요리가 주를 이루고 호객도 많았지만 신중히 식당을 골라 들어가서 먹어본다. 이 요리가 특유의 노란색을 띠는 것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향신료이자 약초인 사프란(saffron) 때문이다. 흔히 ‘샤프란’ 이라고 부르는데 그것은 잘못된 이름이다. 사프란은 1개의 구근에서 2-3송이의 꽃이 피고 꽃 1송이는 3갈래로 갈라지는데 그 속에 있는 빨간 암술만을 따서 사람이 손으로 말리므로 지극히 소량만을 채취할 수 있어서 더 귀하고, 주로 황금을 연상하는 노란색을 내거나 은은한 향과 맛을 얻을 목적으로 많이 활용한다. 의학적으로는 통경작용, 갱년기 장애를 개선하는 약리작용이 있다.

브뤼셀 시내에서 군밤 장사를 만났다. 껍질을 다 까 주지 않고 껍질에 칼집만 내서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손으로 군밤을 벌리면 아주 잘 까지고 속살은 여전히 촉촉하다. 갈레트는 프랑스에서 식사 후 디저트나 간식으로 애용하는 달콤한 빵과자다. 감자와 옥수수 등을 재료로 팬에 구워내는 팬케이크인 갈레트를 사 먹어 보았다. 이곳에서 파는 갈레트는 파이 반죽에 인형을 넣고 다시 덮어서 굽는데 이름이 왕의 과자란 뜻인 ‘갈레트 데 르와(Galette des Rois)’이다. 그래서 갈레트 위에 종이 왕관도 씌운다. 지인의 딸아이가 학교에서 인형이 들어있는지 모르고 삼켜서 혼비백산 했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다. 인형이 들어있는 조각을 받으면 하루 동안 왕관을 쓸 수 있고 한해의 행운이 오는 과자라고 한다. 아기자기한 이 거리에 무척이나 어울리는 간식이다.

벨기에 북서부의 오래된 마을인 브뤼헤(Brugge)는 수도인 브뤼셀에서 북서쪽으로 90km 떨어진 곳이다. 붉은 벽돌로 지은 소박한 집들이 운하로 둘러싸인 오래된 동화 속의 마을에 차분히 내려앉은 느낌이다. 마을의 운하가 있는 산책길을 따라 유럽 너도밤나무(Fagus sylvatica) 숲길을 들어가 본다. 세월의 주름을 짊어진 채 고목이 된 너도밤나무는 앙상한 가지를 버티며 묵직하게 서 있다. 운하를 따라 걸어 나오니 얀 반 아이크(Jan van Eyck)의 동상이 있다. 달걀노른자를 사용한 프레스코 화가 대부분이던 시대에 그는 기름에 안료를 개어 쓰는 유화 기법을 완벽하게 표현한 최초의 미술가 중 한 명으로 유명하다. 벨기에 동부의 마세이크에서 태어나 브뤼헤에서 세상을 떠났으나 벨기에 사람들에게는 영원한 예술적 자부심이다.

브뤼헤의 중심을 이루는 마르크트 광장은 비현실적으로 느낄 만큼 세심하게 장식한 건물들이 병풍처럼 들어서 있다. 아침 식사를 위해 광장 근처 빵집을 찾아 빵과 커피를 사서 자리에 앉았다. 옆 좌석의 노부부도 빵으로 식사를 하고 있다. 평화로운 부부의 모습을 사진에 담고 싶어 촬영해도 되는지 양해를 구했더니 흔쾌히 승낙하였다. 노부부의 행복한 식사 모습이 보기에 좋아서 카메라에 많이 담아 두었다.

광장의 꽃집에서는 수선화를 팔고 있다.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인 수선화는 구근으로 번식하므로 팔고 있는 수선화에도 구근인 알뿌리가 보인다. 수선화 꽃은 관상용으로 누구나 좋아하겠지만 한방에서는 맛은 맵고 성질은 서늘하며 정신을 과도하게 사용하여 피로하고 머리가 어지러운 증상 그리고 이질에 사용하는 약용식물이다. 프랑스 남부지역에서는 정유를 얻기 위해 수선화를 재배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수선화와 추사 김정희의 인연이 유명하다. 제주도에서 유배 생활로 외롭던 추사는 수선화에 대한 사랑이 지극했던 모양이다. 제주도에서 흔한 꽃인 수선화는 심지어 추사가 발견한 꽃이라고도 전한다.

15세기부터 왕궁이 있던 아름다운 중세도시인 브뤼헤를 벗어나니 도로 옆으로 넓은 초원이 나타난다. 차를 타고 가며 오래 이어진 이 광경은 이곳이 상상했던 유럽임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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